도정출입 60년 지난날을 되새긴다 (⑦)
도정출입 60년 지난날을 되새긴다 (⑦)
  • 김운성/편집국장 kmaeil@
  • 승인 2007.09.10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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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12월, 그해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겨울이 닥치면 가정 주부들은 소위 월동준비를 위해 많은 고심을 했을 때다. 겨울 양식을 준비해두어야 하며 연탄도 몇 백장 들여놔야 하고 김장도 해야 하고, 겨울은 주부들의 태산 같은 걱정과 함께 시작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을 때다. 그 당시 연탄은 서민들의 주요한 땔감이요, 난방연료였다. 하지만 공급량이 썩 넉넉한 편이 못 되어 가끔씩 품귀현상을 빚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대체 에너지가 별반 없었던 당시라 주부들이 겪는 고초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한 끼 밥은 굶어도 겨울 냉방에서 오들오들 떨 수는 없는지라, 연탄을 구하기 위한 아우성은 치열했다. 저질연탄이냐 아니냐는 투정은 오히려 사치이며 살수만 있다면 울며 겨자 먹기 식이지만 웃돈을 얹어서라도 사야만했다. 헌데 그 당시, 연탄 품귀 현상을 빚기만 하면 서울시는 의례히 경기도와 경계한 시 외곽 도로를 지키며 경기도로 연탄이 유출되는 것을 철저히 막았었다. 始興郡 西面 光明里, 鐵山里 지금은 光明市로서 철산동으로 불리 우는 이곳에서 당시 부주들의 만용에 의해 연탄 차 탈취사건이 벌어졌으니…京仁線 電鐵을 타고 구로역을 지나 다음에 닿는 곳이 개봉역이다. 그 일대는 서울의 행정권 관할이다. 그 지역의 동남쪽으로는 꾸불꾸불 구렁이 형상으로 흐르는 개천이 있다. 그 개천을 건너면 그곳이 철산리, 광명리였다. 말하자면 그곳은 경기도 땅이었다. 비록 두 지역이 하나의 개천을 사이에 두고 서울과 경기도로 나뉘어져 있으나 피차간 지역감정이나 이질감은 가지고 있질 않았다. 전화가 서울지역과 동일한 국번이었으며 또한 서울시가 잠식하기 전까지는 개울 양쪽 모두가 철산리였다. 서울사람, 경기사람으로 갈라놓은 것은 정부가 잣대를 그은 인위적인 행정구역선이 양쪽을 갈라놓은 것이었다. 헌데 그 당시 연탄품귀 현상이 일자 서울시는 그 개천 둑을 막아 연탄 유출을 봉쇄했던 것이다. 시청에서 급파된 직원들은 하나 밖에 없는 개천 위의 다리에 초소까지 세우고는 철저하게 연탄유출을 감시했던 것이다. 어찌나 감시가 철저했는지 서울시경 산하의 경찰들까지 가세를 했었다.아무리 광명리 소재한 경기도 연탄소매업자들이 개천 건너 서울의 연탄공장에 사정사정 배달을 호소해도 들어주질 않았다. 아니 설령 들어주고 싶어도 두 눈을 치켜뜨고 지켜 있는 감시반들을 피할 수 있었겠는가?그러기를 20여일, 연탄이 동이 난 경기도 쪽 영세민들은 비상수단으로 개천을 건너가 연탄 소매소를 찾았다. 몇장씩을 겨우 겨우 구걸하다시피 얻어내 등짐이 집게로 날라 오곤 했다. 그것도 감시반의 눈을 피하느라 여간해서는 다니지도 않던 개천아래쪽의 징검다리를 건넜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뿐.서울시 당국은 그러한 구걸 행위마져 용납치를 않았다. 각 연탄 판매소에 엄포를 놓기를 경기도민에게 연탄을 팔면 영업권을 취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경기도쪽 영세민들로서는 기가막힐 노릇이었다. 비록 개천을 사이에 두고 있었지만 서울 쪽의 이씨집 개똥이와 경기쪽의 최씨집 말똥이 등 조무라기들은 지금도 어울려 노는 곳이 아닌가. 친하디 친한 영희 엄마가 사는 곳이었고 술친구인 박영감이 사는 곳이었다. 다만 개천이 두 지역을 갈라놓고 있을 뿐 그 이상의 구별은 느껴보지도 못하고 지내는 터였다. 하루아침에 우리 쪽은 경기, 저쪽은 서울, 이쪽은 우리 편, 저쪽은 남의 편이 되고 말았다.이런 생활 정서에도 불구 경기 쪽 철산동 시민들은 긴긴겨울 연탄 없이 냉방에서 지새울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연탄바닥이 난 가구가 부지기수로 늘어나자 인심조차 횡횡졌다. 마침내 주부들은 연탄집게를 거머지고 서울 쪽으로 개울을 건너갔다. 이곳저곳 연타직매소를 돌았지만 팔지를 않았다. 30여 주부들은 가슴에 분노가 일렁였다. 그때다. 마침 연탄을 실은 배달차 한대가 직매소에 닿더니 짐을 풀려고 했었다. 주부들은 트럭 운전수를 붙잡고 사정을 했지만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이젠 별수가 없었다.참는데도 한계가 있지 않는가. 참고 참은 분통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30명의 주부들은 전쟁하는 투사로 돌변한다. 그까짓 꽁꽁 얼어 죽을 바에야 에라 모르겠다.일순간에 주부들은 짜기나 하듯이 연탄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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