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출입 60년 지난날을 되새긴다 (⑧)
도정출입 60년 지난날을 되새긴다 (⑧)
  • 김운성/편집국장 kmaeil@
  • 승인 2007.09.11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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光明 주부들 트럭 3대분 연탄 모조리 탈취하자 서울시 내심은 노발대발 으름짱 기세였지만 “경기米 반입 막겠다” 경기도 대항에 굴복한 셈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격이랄까. 주부들은 콩타작을 하듯이 연탄집게로 차에 실린 연탄을 두들겨대어 산산이 부숴버렸다.죽기 아니면 살기로 노기찬 주부들의 용맹에 운전기사들이 말리려하자 연탄집게를 들이대니 혼비백산 도망을 쳤다. 연탄차를 탈취한 주부들은 연탄집게를 치켜들면서 환호성을 올렸다. 3대의 연탄차가 고스란히 주부들의 노획물이 된 것이다. 주부들의 옷과 얼굴은 지하 탄광에서 나온 광부를 방불할 만큼 모두가 검둥이가 됐었다.한편 그제 껏 숨을 죽이면서 경기 땅(광명시)쪽에서 지켜보던 또 다른 100여명의 주부들은 이 또한 승리는 우리 것 이라고 환호성을 울리면서 삽시간에 제몫 만큼의 연탄을 날라 갔다. 3대의 연탄차는 깨어진 부스러기만 남은 빈털터리 연탄차가 되었다.허겁지겁 도망갔던 운전기사들의 신고로 곤봉을 든 경찰이 달려왔지만 빈 연탄 차만 나뒹굴고 있었다.아~ 연탄이여 ~부녀들 광명서 연탄 차 탈취!그 이튿날 아침, 조간신문들이 대서특필.........톱기사로 보도되니 서울시와 경기도가 아연실색 놀랐다. N지사의 얼굴은 한껏 일그러져 있었다. 마치 다 타벅린 연탄재마냥 맥없이 보였다.“어제일로 무척 상심이 되셨겠습니다”기자들이 위로의 말을 먼저 꺼냈다.자초지종을 따지자면 일을 저질러 놓은거야 경기도 쪽 주부들이었지만 그 원인은 연탄공급을 봉쇄한 서울 쪽에 있었다. 얄궂은 처지가 되어버린 N지사가 기자들 보기에도 적이 딱했다.사건이라면 인정도 눈물도 없이 파고들던 철면피한 기자들 이지만 위로의 말을 N지사에게 던지니 제정신이 나갔던 N지사는 위안이 되는 모양이었다.“부녀자들이 그런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니 말문이 막힙니다. 다행히도 신문에서는 발생 결과보다도 원인 쪽에 초점을 맞추어 경기도 쪽을 두둔하는 듯이 보도를 해서 마음이 놓이긴 합니다. 하지만 연탄집게를 치켜든 사진은 보기에 너무 흉측해서 도지사로써 몸둘바를 모르겠고. K서울시장이 어떻게 나올는지 궁급합니다. 이때에 기자들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고 했습니다. 언제까지 우리 경기도가 서울의 시녀나 머슴으로 살겠습니까, 앞으로 쌍무협정을 맺어 대등한 상호공생의 기틀을 잡아 놓으십시요.”기자들은 N지사를 부추기며 사기를 복 돋았다. 링으로 나서는 권투선수의 어깨를 다독여 주듯이..........그제서 N지사의 눈이 번득였다.“사실은 오늘아침에 일찍이 부지사를 서울 시청으로 보냈습니다. 어제 일에 대해 서로 간에 유감의 뜻으로 합의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연탄을 주지 않으면 우리는 서울로 반입되는 경기미와 채소를 봉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라 했소이다. 말은 쉬우나 기실 보통일은 아니어서 기자 여러분에게 도움을 청하고자합니다.”참으로 N지사의 입을 통해 거침없이 나오는 말들은 오랜만에 들어보는 경기도민을 위한 속 시원한 소리였다. 동지섣달 동치미 국물처럼 속 터지게 시원한 청량제였다.다타버린 연탄재 같던 N지사의 얼굴이 이젠 활활 타오르는 용광로처럼 열정이 있어 보였다. 자신을 경기도지사로 영전시켜 줬다 하여 K서울시장에게 비굴했던바 이제부터는 도민봉사 우선이라는 각오가 보였었다.하다민 부지사가 서울로 국한하여 따진 내막은 경기미 반출의 봉쇄! 소채공급봉쇄!그건 참으로 기발한 착상이었다.예부터 조정의 진상품으로 그 진가를 발휘해 왔으며, 일제시대 때엔 일본인들이 혈안이 되어 착취해가던 질 좋은 경기미이다. 때문에 지금도 서울 시민의 거의가 경기미를 애용하고 있던 터였다.그러한 경기미를 서울로 반출되지 못하게 한다면 그야말로 서울시민들 중 상당수는 밥주걱을 들고 경기도로 동냥 나서야 할 판이었다. 연탄집게 들고 연탄 동냥 나서는 것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 불쌍 사나운 일일 것이었다.연탄과 경기미의 대결!흑과 백의 대결 밥주걱과 연탄집게의 대결!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추위에 떨던 경기도 땅에 서울 연탄이 풍성하게 나돌았던 것은 바로 그 다음날이었으니 승자는 경기도라더냐.........연탄과 같이 속 시커먼 서울의 횡포에 백옥 같은 경기미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 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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