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공조 체제를 구축하는 듯했던 야권이 분열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독자 행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14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전격 제안하고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이자 다른 야당인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두 야당은 향후 민주당에 대한 협조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로는 추 대표가 박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경우 잠시나마 파열된 야당 공조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다만 두 야당은 일단 민주당이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격앙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당초 14일 이른 오전까지만 해도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사이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가서명이 이뤄질 경우,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 대한 해임 또는 탄핵을 논의하기 위한 야 3당 원내 수석부대표 간 회동을 하기로 합의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추 대표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즉각 “느닷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대단히 유감스럽게 잘못된 결정”이라며 “회담을 제안한 추 대표나 덜컥 받은 박 대통령이나 똑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추 대표의 진의가 어디에서 출발하는지, 과연 촛불 민심과 국민의 염원을 알고 있는지 우리는 의아스럽다”며 “청와대가 이것을 덜컥 받은 것도 아직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호도해 대통령의 임기를 연장해보려는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여야 3당과 대통령이 머리를 맞대고 이 난국을 풀어 가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선 처음 약속대로 야 3당이 철저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지난 토요일 모인 촛불 민심이 바라는 게 그것이었는지 되묻고 싶다”고 부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도 노발대발했다. 심 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이 제1야당이지만 국민들은 민주당에게 수습권한을 위임한 바 없다”며 “야권 균열 우려만 키우는 단독회동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지금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최후통첩을 하고 답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이런 때에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은 어떤 쓸모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에 혼란만 줄 뿐”이라고 냉소를 보냈다.
민주당은 일단 비상시국이라는 이유로 앞세워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반발을 무마하고 나섰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엄중한 시기에는 과거에도 대통령이 제1야당과 영수회담 한 것으로 안다”며 “청와대가 필요하면 (다른 야당과) 순차적으로 회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