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민심에 ‘응답했다, 국회’…朴 대통령 탄핵소추안, 압도적 가결
성난 민심에 ‘응답했다, 국회’…朴 대통령 탄핵소추안, 압도적 가결
  • 박정배 기자 jayman1@naver.com
  • 승인 2016.12.0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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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vs. 56’ 대통령 권한 정지…일부 친박계도 ‘탄핵 찬성’
정세균 국회의장이 9일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음을 선포하고 있다.

국회가 도도한 민심의 흐름을 저버리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박 대통령은 2016년 12월 9일부로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잃었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은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기각하는 것 외에는 없다.

◆ ‘비밀번호 234’…비박계는 물론 친박계 일부도 “박근혜 OUT”

당초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압도적인 가결이었다. 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가결시켰다. 투표를 무기명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어느 의원이 어떤 표를 던졌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일단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및 야권 성향의 무소속 의원 172명이 모두 찬성에 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새누리당에서 62명의 의원이 찬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탄핵안의 가부 여부는 새누리당의 표심에서 결정이 날 상황이었다. 새누리당에서 최소 28표가 나와야 탄핵안이 가결되기 때문이다. 이미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33~35표를 찬성으로 던질 뜻을 나타냈지만 이는 예상에 불과했다. 친박(친박근혜)계의 간곡한 설득 작업으로 인해 찬성 득표수가 200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설득력을 가졌다.

하지만 ‘172+@’에서 @가 무려 62표나 나왔다. 비박계에서 천명한 33~35표가 온전히 투표함에 들어갔다고 가정하면 27~29표는 중도 성향 및 친박(친박근혜)계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 놀라움을 안겼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힘을 잃었다고는 해도 당 지도부가 어쨌든 친박계고, 아직까지는 ‘주류’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탈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완전히 빗나갔다”며 “200표에서 ±5표로 가부가 결정날 것으로 봤는데 너무나도 의외”라고 소감을 밝혔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가결이라는 굳은 믿음으로 개표를 지켜봤지만 사실 새누리당이 ‘우리가 남이가’라는 마음으로 갑작스럽게 탄핵 반대로 돌아설 가능성도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쯤 되면 박 대통령은 이제 자기 세력을 완벽하게 잃은 것으로 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도 “가결이 될 것으로는 봤지만 210~215표에서 결정될 것으로 봤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판결에도 일말의 변수로 작용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며 “찬성이 234표나 나왔다는 것은 박 대통령에 대한 신임이 거의 없어졌다고 봐도 되기에 헌재도 인용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9일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고개를 숙이고 있다.

◆ 野 “촛불민심, 똑똑히 봤지?” / 與 “이제 백기를 들 때인가”

야권은 탄핵소추안 가결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탄핵안이 가결된 데 대해 “국민이 승리한 날”이라며 “헌재가 앞으로 조속히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촉구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예상보다 찬성표가 많이 나왔다”며 “국민 여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국민의당은 보다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알다시피 촛불민심은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대통령은 사퇴하고 헌법재판소는 조속히 판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의 지난 10월 25일 제1차 대국민담화부터 줄기차게 하야를 요구해온 정의당도 탄핵소추안 가결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오늘의 탄핵소추 결의는 여야, 보수 문제가 아니고 절대 다수 국민의 단호한 명령”이라면서 “새누리당 의원 56명의 불참은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같은 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탄핵가결은 첫 단추”라며 “이후 국정운영의 역할을 하는 곳은 국회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반면 정말 맞닥뜨리기 싫었던 결과에 직면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국민 여러분께 여당 대표로서 정말 죄송하고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며 “제가 당연히 책임을 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대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12월 21일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는데, 훨씬 앞당겨질 수 있다”면서도 “당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면 바로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즉각적인 사퇴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9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대통령의 입장, 담담하지만 복잡한 속내

박 대통령은 자신의 대한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인 오후 5시 청와대에서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저는 국회와 국민의 목소리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지금의 혼란이 잘 마무리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 안보와 경제가 모두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저의 부덕과 불찰로 이렇게 큰 국가적 혼란을 겪게 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밤낮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에 여념이 없는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 여러분께 더 많은 어려움을 드리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앞으로 예정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을 준비해나갈 뜻도 밝혔다. 그는 “앞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헌재 탄핵심판과 특검의 수사에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각 부처 장관들께서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비상한 각오로 합심해 경제운용과 안보분야를 비롯해 국정 공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이정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나 탄핵안 가결을 예상한 듯 “헌재 탄핵심판에 담담히 대응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바 있다.

9일 국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 국회 앞 집회 현장은 환희의 물결…보수단체는 ‘실망·절망’

오후 4시 10분경 정세균 국회의장이 탄핵안 표결 결과를 발표한 직후 여의도 국회 앞 대로에서 탄핵 촉구 집회에 모인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의 함성을 내질렀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줄곧 박 대통령의 퇴진 및 탄핵 가결을 외친 시위대도 막상 결과가 임박해오자 긴장과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본회의 생중계를 시청하며 결과 확인에 여념이 없었다.

이어 압도적인 찬성 결과가 나오자 이들은 목 놓아 ‘만세’를 외쳤다. 일부 시민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같은 장소에서 탄핵 반대를 주장하던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이들 또한 ‘탄핵 반대’를 외치면서도 초조한 표정으로 결과를 시청했다. 결과가 나온 이후에는 새누리당 비박계를 성토하며 “김무성 XXX, 유승민 OOO”라는 원색적인 욕설을 외치기도 했다.

일부 탄핵 찬성 시위대는 퇴장하는 보수단체를 조롱하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국회 이민봉·박정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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