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가결됐지만…춥지만…朴 ‘대통령’이 ‘전 대통령’ 될 때까지 촛불은 이어진다
탄핵안 가결됐지만…춥지만…朴 ‘대통령’이 ‘전 대통령’ 될 때까지 촛불은 이어진다
  • 박정배 기자 jayman1@naver.com
  • 승인 2016.12.1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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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가결 다음날에도 촛불집회 계속…자축과 퇴진 압박 동시에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10일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축하하고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는 소식도, 영하권에 이른 강추위도, 도도한 ‘촛불 민심’을 막지 못했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다음 날인 10일에도 제7차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광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이날 촛불집회는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박근혜 정권 끝장내는 날’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탄핵안이 가결된 영향인지 이전 집회에 비해 참석 인원은 줄었다. 집회를 주관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오후 8시 30분 기준 연인원(누적인원) 약 80만명이 왔다고 추산했다. 경찰 추산 인원은 오후 7시 30분 기준 일시점 최다인원 12만명이다.

하지만 충분히 광화문광장을 메우고 박 대통령을 위시한 청와대를 압박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들은 탄핵 가결 축하 폭죽을 터뜨리고 가수들의 공연을 즐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 대통령 구속수사,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및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 체포 등을 외쳤다.

홍성수 씨(56·인천 서구)는 “탄핵안이 가결돼 기뻐 가족들과 함께 광화문으로 나왔다”면서도 “박근혜의 호칭은 아직 ‘대통령’일 뿐 ‘전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에 그 순간이 올 때까지 계속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축하 공연에 나선 가수들도 시민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면서 박 대통령 스스로의 거취 결정을 요구했다. ‘맨발의 디바’ 이은미(49)는 국회 탄핵안 가결을 ‘시민혁명’에 비유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촛불을 들고 계신 여러분이 영웅”이라고 추켜세웠다. 또 ‘국민의 명령이다. 지금 당장 내려와라’라는 구호를 무대에서 외쳤다.

민중가요 혼성 그룹 ‘노래를 찾는 사람들’ 출신의 권진원도 “우리는 역사의 고비 고비를 잘 넘어왔고, 이번에도 어려운 고비를 슬기롭게 넘길 것”이라며 “우리 조국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은 결코 헤어질 수 없는 사랑하는 님”이라고 자축했다.

촛불 열기는 광화문에 국한되지 않았다. 전국에서 탄핵안 가결을 축하하고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이 켜졌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주최 측 추산인원 7000명, 경찰 추산 인원 2700명이 촛불집회에 참석해 박 대통령 퇴진과 새누리당 해체를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정승준 씨(35)는 “TK(대구·경북)도 이제 무작정 덮어놓고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표를 몰아주지 않는다는 점을 촛불 민심을 통해 느꼈다”며 “인물을 보고 합리적으로 선택하자는 지역에 퍼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부산 서면에서는 주최 측 추산 10만명(경찰 추산 1만명)이 모여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광주에서는 박근혜 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 주최로 금남로 일대에서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전남 여수 거문도 해상에서는 주민들이 조업용 어선 10척에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깃발을 걸고 퍼레이드를 펼치기도 했다.

주최 측은 이날 서울 외 지역에 누적인원 24만명이, 경찰은 오후 8시 기준 일시점 최다인원 4만6000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서울을 포함하면 주최 측 추산 104만명, 경찰 추산 16만6000명이다.

박 대통령 탄핵 및 퇴진을 줄곧 반대해온 보수단체는 국회를 규탄하며 탄핵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를 비롯한 보수단체는 이날 오전 청계광장에서 ‘헌법수호를 위한 국민의 외침’ 집회를 연 뒤 대학로 마로니에 광장 앞까지 행진해 2차 집회를 이어갔다.
촛불 집회보다는 작지만 이전의 보수단체 집회보다는 한층 규모가 커졌다. 주최 측은 10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오후 1시 20분 기준으로 이날 순간 최다 운집인원을 약 4만명으로 추산했다.

일부 참가자들는 집회 이후 광화문 방면으로 이동했다가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이 양측을 떼어놔 우려했던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국회 이민봉·박정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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