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몸 불살라 조국 발전 위해”…반기문,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
“한 몸 불살라 조국 발전 위해”…반기문,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
  • 박정배 기자 jayman1@naver.com
  • 승인 2016.12.22 22: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당? 계파? 뭣이 중헌디…‘노무현 배신설’은 인격 모독”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사실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반 총장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진 한국 특파원단과의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제가 지난 10년 동안 유엔 총장을 역임하면서 배우고, 보고, 느낀 것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달 말 퇴임하는 반 총장은 “정치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기존 정치권 인사들과 연대할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치 지도자들은 자신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당이 무엇이 중요하겠느냐”며 “국민이 없고 나라가 없는데 무슨 파(派)가 중요하냐”고 물었다. 이어 “노론-소론, 동교동-상도동, 비박-친박 이런 것이 무엇 소용인지 저는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반 총장은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무엇에 기여할지에 대해 깊이 고뇌하면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대선 출마 여부를 확실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날 발언은 그동안의 소극적인 발언과는 한층 대조를 이뤄 사실상의 대선출마 선언으로 보인다.

반 총장은 귀국 후 대선출마 여부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귀국 후 각계 국민을 만나 말씀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며 “국민 여러분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력한 힘이지만 국가발전을 위하고 국민 복리·민생 증진을 위해 제 경험이 필요하면 몸 사라지 않고 할 용의가 있다”며 “73살이지만 건강이 받쳐주는 한 국가를 위해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입당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정치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떤 수단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제가 깊이 생각을 안 해봤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반 총장은 ‘최순실 사태’와 박 대통령 탄핵상황, 그리고 국민들의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국민이 선정(善政·good governance)의 결핍에 대해 분노와 좌절을 느끼고 있다”며 “시스템의 잘못, 지도력의 잘못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화합과 통합, 포용적 대화, 국민의 결속, 사회통합을 이뤄야 진정한 지도력이 나오고 진정으로 포용적 지도력이 나오며, 이것이 리더십의 요체라고 평소 생각했다”면서 “외국 지도자들에게도 이것을 강조했는데, 조국인 한국이 탄핵 상황을 맞게 된 것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반 총장은 “뜻밖에 국민들이 촛불을 드는 이런 일이 한국에서 일어나니 제가 상당히 민망하다”며 “귀국을 하지만 상당히 참담한 심정이며 가슴이 무겁다”고 했다.

이어 “쌓여 있던 여러 적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니 여러분들이 다 모여서 진솔하게 검토해서 고쳐야 한다”면서 “어떠한 계층과도 시간·장소를 가리지 않고 만나겠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 외교부 장관을 지낸 바 있다. 이 같은 외교 경력을 바탕으로 유엔 사무총장에 올라 대권 후보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반 총장은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물밑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후 친노(친노무현) 인사들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반 총장은 ‘정치적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저는 평생 살면서 배신이라는 얘기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인격을 모독해도 너무 모독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언론보도가 많이 안됐지만 저는 서울에 가는 계기나 매년 1월초에 늘 권양숙 여사에게 전화를 한다”고 설명했다.

외교 무대에서 ‘새마을운동’을 호평한 데 대해서는 “특별한 지도자를 찬양한 것은 아니고 느끼고 들은 바를 솔직하게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국제무대에서 기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내 일을 하면서 국제적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며 얼마든 겸할 수 있다”면서 “현 단계에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게 더 시급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 반 총장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또 자신의 방북 계획이 무산되는 과정에 대해 “북한 당국이 (저를) 유엔 사무총장으로도 보지만, 한국 정부의 고위직이었고 한국 출신이라는데 신경을 쓰는 인상이었다”면서 “민간 신분이 되면 지금보다 제약이 있겠지만, 전직 사무총장으로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소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면담에 대해서는 “이것이 지연되고 있지만 관련 인사와 단체를 통해 한미 안보의 중요성, 기후변화 문제, 유엔과 미국 간의 긴밀한 협조 필요성에 대해 간접적으로 많이 전달했다”고 말했다.

국내 ‘반기문 재단’의 설립 가능성에는 “아직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1월 중순 귀국하겠다고 밝힌 그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상황을 언급하면서 “우선 황교안 권한대행을 예방해 귀국신고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장 등 다른 3부 요인에게 귀국신고를 하고 국립묘지 참배, 선친 묘소 참배, 고향인 충북 충주에 사는 모친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이민봉·박정배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