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1년 만에 받는 편지
느림의 미학, 1년 만에 받는 편지
  • 김균식 기자 kyunsik@daum.net
  • 승인 2017.01.1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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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 모르면 물어보는 시절이 있었다. 이정표가 안내의 전부였고 운전하는 사람도 차를 세우고 물어가던 것이 불과 수년전 이었다. 네비 게이션이 등장하고 스마트폰만 검색하면 왠마한 정보는 불과 몇 초 만에 다 알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제 어렵게 암기하고 공부해야하는 노력보다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하느냐에 따라 결과로만 평가받게 됐다.

 
 

뭐든지 속도를 중시한다. 천천히 차창 밖으로 풍경을 감상하던 완행열차보다는 시속 300킬로미터에 육박하는 KTX가 운행수단의 첨단으로 손꼽히고 있다. 컴퓨터 부팅속도도 그렇고 뭐든 느리면 경쟁에서 뒤지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는 ‘빨리빨리’ 문화의 대표 선두 주자였다. 오죽하면 외국인 근로자 들도 한국에서 몇 년만 일하면 빨리라는 말부터 배운다.

 

 
 

성벽을 쌓을 때 돌을 대충 쌓으면 빨리 완성할 수 있지만, 오래 버티지 못한다. 돌 하나라도 틈새 없이 차곡차곡 잘 쌓아야 수 천년을 버틸 수 있는 단단한 성벽이 만들어진다.

 

 
 

이 같은 시대에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관경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빠른 것만이 능사가 아닌 때론, 느려서 좋은 것들은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6년 12월 31일 오후 11시 50분부터 시작된 1년 만에 받아보는 편지가 한해를 마무리 하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함께 한 이들의 공감대를 샀다.

 

 

 

 

 

안산시 상록구 소재 뉴라성 호텔 2층 상록웨딩뷔페에서 진행된 송년행사의 일환인 “느린 우체통”은 행사에 참석한 이들이 평소 말하지 못했던 상대방이나 당장은 말하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하고 싶은 말들을 적어 보내는 이벤트였다.

딱히 보낼 상대가 없으면 자신에게 라도 써보는 느린 우체통은 발송한지 1년이 지난 뒤에야 받아볼 수 있다.

 

 

작성할 당시의 마음과 1년이나 지난 뒤에 받아보는 마음은 다를 수 밖에 없지만 빠름만 요구되는 시기에 느림의 미학은 또 다른 감동을 자아낸다. 일부 참석자들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자는 측면에서 금연을 결심하기도 하고 주변인에 대한 부족했던 사랑과 배려, 용서하지 못했던 일들을 적기도 했다.

향후 1년이나 지난 뒤에도 지금의 마음과 같은지....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참석자들은 이번 행사가 내년에도 이어지길 당부했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이 있듯이 인생의 기나긴 여정은 주변의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정을 나누며 가는 방법이 또 어떨까.

행사를 마친 일행들은 서로에게 악수를 나누며 뜻깊은 한해를 함께 보내는데 대해 소감을 나눴고 또 다른 일행들은 키보드만 두들기다가 모처럼 손 편지를 써보며 향수에 젖기도 했다.

 

 

“서두르지 말아요 마음만 바쁘잖아요 뒤를 돌아보세요 혼자 가고 있잖아요 욕심내지 말아요 너무 빨리 가지말아요 삶이 너무 바빠도 할 일이 너

무 많아도 서두르지 말아요 현실에 갇히지 말아요 너무 힘들잖아요 조금늦게 간다고 걱정하지 말아요”장철웅 가수가 부른 느림의 미학 가사내용에 있듯이 경쟁사회에서 남을 제치고 먼저 가야만 승리를 쟁취하는 숨 가쁜 현대사회, 이제 한번쯤 쉬어가는 여유를 가져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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