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변화의 기로에] ②이런저런 말들은 많지만…환경보호 효과만큼은 OK
[그린벨트, 변화의 기로에] ②이런저런 말들은 많지만…환경보호 효과만큼은 OK
  • 박정배 기자 jayman1@naver.com
  • 승인 2017.02.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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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초거대화 막고 국토 안보에 지역 정체성 확립까지…몽골에도 효과 톡톡 전수
몽골 그린벨트 조림사업이 완료된 산림지역에서 현지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다.(사진=산림청)

[편집자주] 대한민국에서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방지해 자연 녹지를 확보한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이에 따라 개발제한구역 안에서는 건축물의 신축·증축, 용도변경, 토지의 형질변경 및 토지분할 등의 행위가 제한된다.

개발제한구역은 급속한 산업화 가운데 전(全)국토의 도시화를 막고 대도시 인근에 자연 녹지를 보유할 수 있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개발제한구역의 토지 상당 부분이 사유지(私有地)라는 점에서 이 제도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 개인이 자신의 소유물에 대한 재산권을 행사하는 데 제한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개발제한구역의 개괄적인 개념과 장단점을 분석하고, 환경보전이라는 공공복리와 재산권 보장이라는 기본권을 동시에, 그리고 균형적으로 취할 수 있는 방안을 연재 기사를 통해 모색해보고자 한다.

개발제한구역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수많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46년 동안이나 이 정책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순기능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개발제한구역은 급격한 산업화 및 도시화의 바람에서도 자연 환경을 지켜왔다는 업적을 갖고 있다. 특히 도시 주변에 녹지 공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게 해 시민의 쉼터 및 정서 함양의 기능을 발휘했다.

박정희 정권이 산업화라는 공로 속에서도 개발 독재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지만 적어도 개발제한구역 정책 만큼은 환경 보호라는 측면에서 일각의 호평을 받고 있다. 좋은 평가를 내리는 목소리는 박정희 정권의 주요 정책을 반대하는 진보 진영에서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재선·경기 화성시을)은 경인매일과의 인터뷰에서 개발제한구역에 대해 “이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이는 존치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에서 상당량의 개발제한구역을 풀었지만 사실 환경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대도시를 둘러싼 녹지를 보호해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개발제한구역은 아직까지는 필요한 정책이라고 본다”고 소신을 밝혔다.

최근 대통령 선거 출마를 사실상 선언한 안상수 새누리당 의원(3선·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도 “개발제한구역은 현행 그대로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현재 대도시 인근에 위치한 개발제한구역을 건드리면 시민들의 쉴 곳을 잃게 된다”며 “이 구역까지 개발화의 명분으로 훼손되면 수많은 도시민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의원은 ‘농지 개조를 통한 일자리 도시 조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는 “가급적이면 대도시가 위치한 곳과 떨어진 곳에 ‘일자리 도시’를 조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현재 대도시를 감싸고 있는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한다면 도시와 농촌 사이의 격차만 더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나의 일자리 정책은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해 지방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도 포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의 개발제한구역 정책은 외국에서 효과를 발휘한 사례가 있다. 산림청은 몽골에서 지난 2007년부터 ‘몽골 그린벨트 조림사업’을 시행했다. 이를 통해 황폐지 축구장 3000개 면적인 3046ha(921만4150평)를 숲으로 바꿨다.

국토의 사막화로 골머리를 앓던 몽골 정부는 2006년 한-몽골 정상회의 후 ‘황사 및 사막화 방지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한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그린벨트 조림 사업을 추진했다.

산림청은 주요 황사 발원지인 고비사막의 달란자드가드, 바양작, 수도 울란바토르 인근 룬 지역을 대상으로 사막에서 잘 견디는 비술나무, 위성류, 싹사울 등을 심었다.

그 결과 몽골은 국토의 사막화를 상당 부분 방지하는 효과를 거뒀다. 대한민국도 내년 봄마다 국민들을 괴롭히던 황사를 어느 정도 막은 것은 물론이다.

그린벨트의 효과에 고무된 몽골 정부는 2010년부터 매년 5월과 10월 둘째 주 토요일을 식목일로 제정해 ‘전 국민 나무심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또 사막화방지 법령 제정(2012년)과 산림관련 정부조직 확대(2015년), 100만 그루 나무심기 캠페인 등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개발제한구역은 환경 보호 외에도 국토 안보 효과도 발휘하고 있다. 서울이 북한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상황에서 시민이 거주하지 않은 구역을 설정함으로써 공격 목표 지점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대도시 주변 도시들 사이에 녹지가 형성돼 자연적 경계를 형성함으로써 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순기능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역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에게 ‘대도시의 위성 도시’라는 인식 대신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이라는 인식을 간접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이민봉·박정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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