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터’ 국회에서 피어나는 묵향…서도회, 27일부터 의원회관서 한중(韓中)서법전 개최
‘정쟁터’ 국회에서 피어나는 묵향…서도회, 27일부터 의원회관서 한중(韓中)서법전 개최
  • 박정배 기자 jayman1@naver.com
  • 승인 2017.02.2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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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국회의원 서예 솜씨 한 자리에서 확인 가능…“한중관계 개선에 기여할 것”
정세균 국회의장의 서예작품
문희상 의원의 서예작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및 제19대 대통령 선거 등으로 인해 날마다 정쟁이 끊이지 않는 국회에도 의원들의 심신을 수양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대한민국국회의원서도회(이하 서도회)가 그곳이다.

이곳은 남녀노소, 여야,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들이 서예를 통해 기량을 연마하는 장소다. 국회 의원회관 6층을 지나다보면 창문에 부착된 각종 서예작품들 속에서 차분히 먹을 갈고 붓을 움직이는 국회의원들을 만날 수 있다.

서도회의 역사는 올해로 32년째를 맞는다. 지난 12대 국회 때 윤길중 민주정의당 의원을 초대 회장으로 추대한 뒤 20대 회장까지 맞이했다. 현 회장은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6선·경기 의정부시갑)으로 19대에 이어 연임하는 중이다.

참여 인사 면면도 화려하다. 현 회장인 문 의원을 비롯해 정세균 국회의장, 심재철 국회부의장, 정종섭 의원(전 행정자치부 장관),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이철우 정보위원장 등 43명의 의원들이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 수업에 참가한다. 서도회를 이끌고 있는 초당 이무호 교수는 “참여 의원들의 열의가 대단하다”며 “처음에는 붓글씨에 어색해하던 의원들이 빠른 시일 내에 실력을 갖춰 지역민들에게 결혼 축사 및 연하장 등을 직접 써서 전달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경제발전을 넘어 문화융성이 경쟁력이 되는 21세기에 서예는 한민족의 정신문화가치를 오롯이 담고 있는 문화유산”이라며 “안중근·이봉창·김구 등 의·열사부터 최근 타계한 이만섭·이기택·서영훈 등 정계인사에 이르기까지 이들 고유의 필적들은 서예라는 문화형태로 남겨졌다”고 서예의 가치를 역설했다.

그는 “특히 이기택 4.19혁명동지회장은 신사창조(新史創造)라는 글귀를 초당연묵회 국회 전시회에 내놓기 이틀 전에 타계해 유작으로 전시했다”며 “이 회장이 그 작품을 쓸 때 ‘내가 평생 야당생활을 한 정치인으로 볼 때, 이제 새 역사를 창조해야 될 때’라고 했는데, 그의 묵적은 역사와 함께 길이 전할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무호 교수가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열린 한중의원공무원서법전에서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서도회의 활동은 단순히 국회 경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들의 서예작품을 세계에 선보이는 활동도 전개한다. ‘세계서법문화예술대전’을 통해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영국 등에 국회의원의 서예 솜씨를 뽐내기도 했다.

특히 27일부터 제2회 한중의원공무원서법전이 국회 의원회관 정현관 및 3층 전시관에서 오는 3월 2일까지 열린다. 제1회 행사는 지난해 12월 10~16일 중국 베이징 민중문화궁에서 열린 바 있다.

이 행사는 서도회, 세계문화예술발전중심, 대한민국헌정회가 주최 및 주관하고, 성향발전국제교류회, 중국서법연구원, 중국서법가협회중앙국가분회가 공동으로 주최한다.

한국에서는 정세균 국회의장, 신경식 헌정회장, 김용채 헌정회서화위원장을 비롯한 전 현직 국회의원 53명이 참가한다. 중국에서는 이금화(李金華)·백입침(白立忱) 전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 등이 입국한다.

서도회 회장인 문희상 의원은 “이번 전시회가 경색된 한중관계를 문화적으로 개선해나가는 일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이무호 교수는 “서예 작품을 통해 양국 간 문화발전을 도모하고, 특히 양국 의원들의 우의를 돈독히 하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며 “국가 간 화해의 기회를 제공해 묵향 속에 필가묵무(筆歌墨舞·붓이 노래 부르고 먹이 춤을 춘다)의 향연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이민봉·박정배 기자

이무호 교수와 이철우 정보위원장이 작품을 완성한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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