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꿈 찾아 희망 찾아, 목숨 걸고 탈북…이제는 성공 기업인, 그리고 탈북자 대모”
[특별인터뷰] “꿈 찾아 희망 찾아, 목숨 걸고 탈북…이제는 성공 기업인, 그리고 탈북자 대모”
  • 박정배 기자 jayman1@naver.com
  • 승인 2017.03.1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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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정 NK경제인연합회 회장 “‘김정은 빼고’…남북한 통일 초석 다질 것”

절대왕정이나 다름이 없는 북한 김씨 3대 세습 정권의 폭압을 벗어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북한 주민이 적지 않다. 이들이 탈북을 성공하는 데 필요한 건 단순히 의지만이 전부가 아니다.

우선 국경을 지키고 있는 군인들이 언제라도 등 뒤에서 총탄을 겨누고 있다는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일생을 함께 했던 가족들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결연한 독기를 품어야 한다. 탈북에 성공하더라도 연좌제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들이 수용소에 갇혀 고초를 겪어야 한다는 자괴감도 극복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중국으로 넘어가는 탈북 루트를 감안하면 브로커에게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부담도 존재한다.

탈북은 이처럼 심리적·경제적 고난을 넘어선 뒤에라야 이룰 수 있는 비극적인 인간사인 것이다.

하지만 모진 고통을 뚫고 탈북에 성공해 꿈에 그리던 남한 땅을 밟더라도 탈북자들의 삶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지난 삶의 터전이었던 북한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경제구조, 이에 익숙해지는 것은 쉽지 않다. 마땅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다. 도움을 제공할 인맥도 없다.

무엇보다 탈북자들은 낯선 문화로 인한 소통능력 부재로 인해 외롭다.

결국 조직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개인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지만 이 같은 괴리감으로 임해 3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파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럴 경우 이들 탈북자들이 자살하거나 제3국으로 탈남(脫南)하는 경우가 빚어지곤 한다.

이러한 비극적인 탈북자들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몸소 성공사례를 세워 그 노하우를 전파하고자 하는 인물이 있다. 사단법인 NK경제인연합회의 노현정 회장이다.

노현정 NK경제인연합회 회장

◇ 그 북한에서…대졸 여성 사업가조차 견딜 수 없던 참상

노 회장은 2000년대 중반 탈북에 성공해 남한에 정착했다. 그는 북한 주민 중에서는 그래도 ‘살만한’ 축에 속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각종 사업을 진행하며 북한 전역을 다닐 수 있었다.

거주 이전 및 여행의 제한이 있는 북한에서는 특별한 행보를 걸은 셈이다. 또한 기아(飢餓)에 시달리는 북한에서도 별다른 배고픔을 겪지도 않았다.

하지만 노 회장은 탈북 계기에 대해 “장사를 하면서 전국 각지를 다니려면 철도역을 지나야 하는데, 굶어 죽은 시신이 장례도 못 치르고 방치돼있는 모습을 봤다”며 “이 모습을 몇 년 동안 보면서 ‘이 나라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탈출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북한이라는 폐쇄적이고 폭압적인 곳에서 여성으로서 대학을 졸업하고 사업을 진행할 정도로 수완이 뛰어난 노 회장이었지만 남한 사회는 너무나도 이질적인 곳이었다. 정착한 뒤 몇 년 동안은 식당에서 그릇을 닦고 청소를 하는 등 허드렛일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는 노 회장의 전언이다.

그는 “‘내가 이러려고 목숨을 걸고 탈출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시 마음을 다잡고 탈북자로서 남한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독기를 품었다”고 말했다.

고생에 고생을 거듭한 끝에 노 회장은 이제 탈북자들의 경제인 연합체인 NK경제인연합회의 회장으로서 소외된 탈북자들을 감싸는 대모(代母)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 “꿈 찾아 자기 희생하는 탈북자들, 미래 통일 한국의 거대 자산”

남한 사회에서 탈북자들을 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건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영웅으로 대접하는 한편 이질적인 언행에 은근한 따돌림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가족을 버리고 혼자 살기 위해 나온 이기적인 성격’이라는 편견을 갖기도 한다.

노 회장은 이에 대해 “탈북자들은 결코 이기적인 사람도 아니며, 지금도 가족을 위해 끊임없이 자기를 희생하는 존재들”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버는 돈, 얼마 되지 않는다”며 “자기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가족을 등지고 나왔다는 괴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 브로커들을 통해 벌이의 대부분을 송금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탈북자들이 북한을 떠난 이유가 결국 먹고 싶은 것 먹고, 가고 싶은 곳 가고, 입고 싶은 옷 입고, 하고 싶은 일 하는 건데…정작 남한에 와서 외로움과 경제적 희생을 온전히 겪어 이 땅마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노 회장은 탈북자들이 미래 통일 한국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차피 경제적으로나 의식적으로나 남과 북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시간은…너무나도 오랫동안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며 “이 같은 괴리감과 이질감을 메울 수 있는 이들은 남과 북을 모두 겪어본 탈북자들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노 회장은 “탈북자들은 진정한 삶을 찾기 위해 모진 어려움을 이겨낸 건전한 정신력이 있고, 조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애국심이 있으며, 이 사회에 한 가지 역할을 해내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탈북자들과 그 후손들의 존재로 인해 몇십년이 걸리더라도 진정으로 하나 된 한반도가 도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남북한은 단계적인 연방제 통일이 알맞지만…김정은은 파트너감이 아냐”

일반적으로 탈북자들은 김씨 3대 세습 정권에 반발해 탈출을 감행한다. 이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북한 정권을 배격하는 의견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

여성 탈북자 최초의 박사학위자인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 원장이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 친박(친박근혜) 집회에 꾸준히 참석하며 탄핵의 부당성을 외치는 모습에서 탈북자들의 일반적인 정치적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원장은 북한 정권의 참상을 고발하며 박근혜 정권만이 1인 독재 체제의 북한 정권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노 회장은 북한 정권을 배격하는 마음은 일반적인 탈북자들의 심리와 동일하나, 보다 폭넓은 통일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정권과 연방제 통일안을 합의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는 이에 대해 “지난 1990년대 김일성은 연방제 통일을 강력하게 원하면서 북한을 개방의 길로 이끌려고 했다”며 “당시에 김일성이 사망하지 않았다면 현재 한반도는 어느 정도 남북한 사이에 교류가 이뤄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노 회장은 3대째인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에 대해서는 김일성 주석과는 완전히 선을 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은 별다른 정치적 역량이 없지만 순전히 개혁과 개방에 반대하고 김씨 정권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데 적합한 인물이기 때문에 선택된 것”이라며 “어차피 연방제 통일에 대해서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 독선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통일의 파트너로 삼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김정남이 피살된 것도 결국 개혁과 개방의 가치를 북한에 전파시킬 수 있다는 위협감을 김정은이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만행을 저지르는 김정은과는 대화가 통하지도 않을뿐더러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일로로 몰아넣을 소지가 다분하다”고 경고했다.

대담: 국회 이민봉 기자 / 정리: 국회 박정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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