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첫 대선 경선 비전대회, 김진태 '게릴라 콘서트' 속 안상수만 '독야청청'
한국당 첫 대선 경선 비전대회, 김진태 '게릴라 콘서트' 속 안상수만 '독야청청'
  • 박정배 기자 jayman1@naver.com
  • 승인 2017.03.17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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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단체 대거 출동, 김진태 '찬양' 당 지도부 '맹비난'…안상수 "인명진·정우택에 감사"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19대 대통령후보선거 후보자 비전대회에서 예비후보들이 공명선거 다짐 선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경태·원유철·신용한·김진태·김진·김관용·안상수·이인제·홍준표 예비후보

자유한국당의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들의 정견을 청취하는 첫 자리인 ‘제19대 대통령후보선거 후보자 비전대회’는 사실상 김진태 의원(재선·강원 춘천시)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 무대였다.

1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비전대회에는 김 의원을 지지하는 친박(친박근혜) 단체 회원들이 대거 출동해 그의 이름을 연호하고 말 하나하나에 대해 ‘찬양’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한국당은 9명의 후보에 대한 지지자들에 대해 각각 100개의 좌석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 의원을 지지하는 이들은 100개의 좌석도 모자라 행사장 뒤편에 서거나 양쪽 벽에 기대 정견발표를 들었다.

이들은 노년층이 주를 이룬 가운데 대부분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흔들었다.

이들은 인명진 당 비상대책위원장와 정우택 원내대표 등 지도부에 대해서는 격한 야유를 쏟아냈다. “나쁜 놈”, “X새끼” 등의 원색적인 욕설과 함께 “내려오라”며 고함을 질렀다. 친박 단체 회원인 이들은 인 비대위원장을 위시한 당 지도부가 최경환·윤상현·서청원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에 대해 징계를 내린 데 대한 불만을 마음껏 표출했다.

9명의 후보 가운데 네 번째로 연단에 나선 김 의원의 이름이 호명되자마자 지지자들의 환호는 극에 달했다. 김 의원이 정견 발표를 시작하면서 “여러분, 잠시만 조용히 해주십시오. 15분 동안 이야기하려고 1억원 냈습니다. 1분에 700만원이 더 듭니다.”라고 지지자들을 달랠 정도였다.

지지자들은 김 의원의 당부 하나하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앉아달라면 앉고, 환호를 그쳐달라면 그쳤다. 그러면서도 정견 발표문의 문장 하나가 끝나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김 의원의 이름을 외쳤다.

김 의원도 이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달래려는 듯 대선 후보로서의 정책 소개보다는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는 질문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의 부당성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두는 모습이었다. 그는 또 통합진보당 해산 및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체포에 자신의 공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여기 계신 훌륭한 선배님보다 경력도 연륜도 부족하지만 문재인, 안철수보다는 잘할 수 있다”고 말해 우레와 같은 환호를 이끌어냈다. 특히 “죽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겠다”면서 “배신자들은 이미 여러 번 죽은 것 아니냐”고 말하며 자신과 바른정당 의원들을 비교할 때는 함성이 절정에 이르렀다.

김 의원의 연설이 끝나자 지지자들은 곧바로 자리를 뜨는 모습이었다. 다음 순번의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연단에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약 500명의 지지자들이 행사장 밖으로 향하자 사회자가 이들을 만류하기도 했다.

김 의원의 발표 이후의 정견 발표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후 7번째로 정견발표에 나선 안상수 의원(3선·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은 9명의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당 지도부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인 비대위원장과 정 원내대표가 김진태 의원 지지자들로부터 원색적인 비난을 받아 행사가 난장판이 된 상황에서 다른 후보들은 지도부에 대한 이렇다할 언급을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안 의원은 “우리 당이 백척간두에 있을 때 온갖 풍파 속에서도 아홉 분의 대선 후보가 경선에 나와 서로 정책을 발표할 수 있도록 수많은 역경을 헤치고 당을 정립해준, 존경하는 인명진 위원장과 정우택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게 감사 말씀을 드린다”며 정견발표를 시작했다.

안 의원은 당내 친박-비박 갈등 양상을 염두에 둔 듯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당과 함께 보수의 힘으로 우리나라를 통합하는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우리나라는 이념갈등, 지역갈등, 세대갈등, 계층갈등 수많은 갈등으로 갈기갈기 찢어져 있고, 태극기와 촛불로 큰 골이 패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도 세력들을 우리 품으로 안아야 한다”면서 “우리끼리 똘똘 뭉쳐 우리의 주장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당내 친박(친박근혜)계 일부가 강경 행보를 걷는 데 대한 비판론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인천시장 시절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협력해 시정을 이끌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시장 재직 시절 인천대교 건설 및 송도국제도시 조성 업적을 소개하며 “안상수의 중도와 실용, 통합의 정치가 지금의 인천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는 “분열의 리더십, 독선과 아집의 리더십은 대한민국을 망하게 한다”며 “적폐청산만을 부르짖는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분노와 원한에 휩싸인 문재인 후보의 적폐청산의 결과는 정치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안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안보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저는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해본 사람으로, 당선되면 바로 미국에 건너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의원은 문 전 대표에 대해서는 “당선되면 북한에 먼저 가겠다는 문재인 후보”라며 “NLL을 부정하고 북한인권법을 북한에 물어봤다는 의심을 받는 문재인 후보는 결코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재차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한 유일한 정치인인 저 안상수가 군비협상, 한미 FTA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국익을 지키고 국민의 안전과 국토를 수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해서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의 보복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의원은 자신의 캐치프레이즈인 ‘일자리 대통령’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송도국제도시를 만든 저 안상수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며 1억평 농지 개조를 통한 1000만평 규모 ‘일자리 도시’ 10개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또 다시 문 전 대표를 거론하며 “국민의 혈세로 공무원 숫자나 늘리겠다는 문재인 후보는 일을 해본 적이 없는 말만하는 정치인”이라며 “책임지고 정부를 운영해본 적이 없는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대한민국은 망한다”고 비난했다.

안 의원은 분권형 개헌도 약속했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제인 87년 헌법은 그 수명을 다했다”며 “이젠 국민과 소통하는 새로운 헌법, 분권형 헌법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되면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고, 오는 2020년 국회의원과 대통령선거를 동시에 치루는 분권형 개헌을 하겠다”고 했다.

안 의원은 개헌과 관련해서도 문 전 대표를 몰아세웠다. 그는 “개헌을 반대하는 문재인 후보는 비선정치, 실세정치, 문고리정치를 하는 제왕적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이 하는 적폐청산은 우리 보수에 대한 정치보복이 될 것”이라고 힐난했다.

국회 박정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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