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1154명 국회 원로 이끄는 새 수장 “전직 의원 중 곤궁한 이 챙겨야지”
[특별인터뷰] 1154명 국회 원로 이끄는 새 수장 “전직 의원 중 곤궁한 이 챙겨야지”
  • 박정배 기자 jayman1@naver.com
  • 승인 2017.04.06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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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태 신임 대한민국헌정회장 “새 정부 성공위한 우리의 역할도 있다”
유용태 신임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국회 경내에는 모두가 익히 알 만한 돔 지붕의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양 옆에 국회 의원회관, 국회도서관이 있다. 도서관 방면에는 국회방송, 헌정기념관이 잇달아 배치돼 있다. 이들 건물 모두 대한민국 입법 활동과 관련한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면서 늘 바쁜 일상을 유지한다.

그 일상 속에 헌정기념관을 기준으로 국회대로 방향에 조그마한 2층 건물이 있다. 이 건물의 정식 명칭은 대한민국헌정회로 보통 헌정회라는 약칭으로 불린다. 다른 건물들에 비해 조용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 건물은 주로 지긋한 노인들이 이용하는 편이다.

이 노인들이 바로 전직 국회의원들이다. 과거에는 1분을 1년처럼 사용하며 의정활동에 몰두하던 이들이 과거의 동지, 심지어는 경쟁자들과도 소회를 나누면서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한다.

즉 대한민국 국회의 원로원과 같은 존재다. 비록 현실정치에서는 한 걸음 뒤에 물러서 후배들의 활동을 지켜보고 있지만 때로는 충고와 조언을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헌정회를 이끄는 전직 의원들은 총 1154명이다. 사실상 규모로만 보면 국회에서는 최대인 셈이다.

지난 3월 28일 이 헌정회에 새로운 회장이 탄생했다. 유용태 전 의원이 김봉호 전 국회부의장, 이필우 전 의원을 제치고 당선됐다. 경인매일은 신임 유 회장을 만나 헌정회 활동에 대한 복안과 대한민국 사회가 나아갈 길에 대해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용태 헌정회장(왼쪽)이 지난 3월 28일 당선된 후 신경식 전 회장과 만세를 부르고 있다.

◆ 노동전문가 유용태, 국회 ‘원로원장’로서 “가난한 원로들 복지 위해”

유 회장은 지난 1996년 총선에서 서울 동작구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2000년에도 같은 지역구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노동전문가로서 그는 노동청(現 고용노동부)에서 공보관, 근로기준관을 역임했고, 한국공인노무사회 회장에서 올랐다. 국회에서도 환경노동위원장을 지냈고, 특히 2001~2002년 노동부(現 고용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다.

유 회장은 헌정회 활동에 대해 구성원들의 복지 문제가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1000명이 넘는 식구들이 있는데, 전직 국회의원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많다”며 “복지를 공약으로 내놓은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이 노동부 장관으로 영전하면서 환노위원장을 승계한 이윤수 전 의원은 “일반적으로 국회의원을 지내면 ‘떼돈’을 모아 노후를 편안히 보낼 것이라고 인식하지만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귀띔했다.

이 전 의원은 “물론 정당하게, 혹은 정당하지 않게 금전을 모아서 생활에 문제가 없는 이들도 있지만 몇몇은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다. “세비를 받아도 지역구 발전에 사적으로 재투자하고, 연임에 실패하면서 선거 비용을 다 날려 말년이 곤궁해지는 전직 의원들이 세간에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하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유 회장의 역할은 이 같은 ‘가난한’ 전직 의원들의 생활을 정상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는 “공약을 통해 신뢰를 얻어 당선까지 이른 만큼 고충이 많겠지만 임기 내에 반드시 이룩하겠다”고 다짐했다.

유용태 헌정회장이 집무를 보는 모습

◆ “헌재의 결정, 존중하고 승복해야…새 정권은 국민 불안 해소하고 안보·경제 잘했으면”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조치를 받은 후 끝내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까지 된 상황이다. 이를 바라보는 유 회장은 착잡하다. 그 또한 탄핵과 밀접한 인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유 회장은 16대 국회의원 시절인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 노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이 새천년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갈라져 나오는 상황에서 민주당 원내대표로서 홍사덕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함께 탄핵소추안을 공동으로 발의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국민의 반대 여론 및 헌재의 기각 결정으로 없던 일이 됐고, 열린우리당은 제17대 총선에서 과반이 넘는 의석을 차지했다. 자연스럽게 민주당은 참패했고, 유 회장도 의정활동을 멈춰야 했다.

유 회장은 당시 상황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상황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법률 이전에 정치적인 요인이 많이 있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헌재는 단심제(單審制)로 한 번의 결정이 커다란 권위를 갖고 있다”며 “그렇지 때문에 누구를 막론하고 헌재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정회는 철저히 무소속이라는 입장에서 어떤 의견을 섣불리 낼 수는 없다”며 “향후 전개되는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을 지켜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유 회장은 오는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새로 출범하는 정권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우리와 가깝거나 멀거나 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는 부디 잘 하기를 바라고, 전임 박근혜 정권 마냥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일이 없이 정말 안정된 가운데 튼튼한 안보를 앞세워 경제를 잘 풀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대담: 국회 이민봉 기자 / 정리: 국회 박정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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