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영남의 ‘4선’ 조경태가 전하는 29년 정치 인생 소신 행보
[특별인터뷰] 영남의 ‘4선’ 조경태가 전하는 29년 정치 인생 소신 행보
  • 박정배 기자 jayman1@naver.com
  • 승인 2017.07.25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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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

영남 지역은 전통적으로 민주당계 정당의 불모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제20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영남 지역에서 그나마 선전했다는 평가를 얻었지만 대구 2석, 부산 5석, 경남 3석으로 아직까지는 보수정당에 비해 약세를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물론 과거에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2004년 4월 열린 제17대 총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반발하는 심리로 인해 한나라당이 전체적으로 완패한 가운데서도 영남에서는 열린우리당이 부산 1석, 울산 1석, 경남 2석을 얻는 데 그쳤다.

4년 뒤 열린 제18대 총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효과를 받은 한나라당은 전국적으로 승리를 거두는 가운데 영남에서는 당연히 통합민주당을 ‘압살’했다. 통합민주당은 부산 1석, 경남 1석을 가져가는 데 그쳤다.

2012년 열린 제19대 총선에서도 여당인 새누리당이 예상을 깨고 승리한 가운데 민주통합당은 부산 2석, 경남 1석으로 영남에서의 열세를 면치 못했다. 당시 부산 2석 중 1석은 현 대통령인 문재인 의원으로, ‘지역을 고향으로 둔 거물급 인사’의 당선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17·18·19대 총선에서 민주당계 정당이 영남에서 부진을 거듭하는 가운데서도 부산에서는 꾸준히 최소 1석을 확보했다. 이상 세 번에 걸친 해당 국회의원은 동일인물이다. 부산 사하구을 지역구의 조경태 의원이다.

제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조 의원의 선거 포스터

◆ 민주당계 영남 3선, 이제는 사하의 ‘일 잘하는 우리 경태’

조 의원은 ‘민주당계 영남 지역 3선 의원’이라는 호칭의 유일한 소유자였으나 지난해 4월 열린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전격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그는 바뀐 당적으로도 무난히 당선에 성공, 4선 중진 국회의원으로 변신했다.

당적을 옮길 당시 조 의원은 당내 비노(비노무현)계의 대표적인 인사로 분류된 상황이었다. 그는 주류를 이룬 친노(친노무현)계 인사들과 지속적으로 대립각을 세운 끝에 지난해 1월 당을 떠났다.

조 의원의 선택지는 새누리당, 국민의당, 무소속이었다. 일반적으로는 민주당과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국민의당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조 의원은 예상과 달리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탈당을 하면서 최고로 염두에 둔 것은 개인적인 선택보다는 유권자들의 선택이었다”며 “사하구민께 여론을 물었더니, 십중팔구 ‘무소속보다는 차라리 정당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당을 선택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당시에는 ‘새누리당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며 “그때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이니까, 압도적인 민의를 수렴해서 정당을 옮기게 됐다”고 덧붙였다.

2002년 당시 조경태 부산 사하구을 지역위원장이 노무현 대선 후보의 사퇴 요구를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 “노무현은 큰 나무, 나는 작은 나무…그래도 소통 원활한 동지”

조 의원은 계파패권주의를 배격한다는 명분으로 ‘야당 내 여당’이라는 말까지 들으면서 친노 지도부와 대립했다. 하지만 그 역시 ‘원조 친노’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1988년 제13대 총선 당시 노무현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이 종로구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펼치던 시절에는 비서관을 지냈고, 2002년 대선 후보로 나섰을 때는 정책보좌역을 맡았다. 특히 대선 기간 노무현 후보가 낮은 지지율로 인해 당내에서 사퇴 압박을 받던 당시에는 앞장서서 반발하기도 했다.

지역주의를 타파한다는 명분으로 낙선의 아픔을 무릅쓰고 부산으로 출마해 ‘바보 노무현’이라고 불리던 노 전 대통령은 자신과 비슷한 행보를 통해 ‘민주당계 영남 의원’의 호칭을 획득한 조 의원을 두고 “‘조경태 학습관’을 지어야 한다”고 극찬한 바 있다.

조 의원은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세간에서 오해하는 면이 있는데,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계파를 만든 적이 없고, 나 역시 마찬가지”라며 “나는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출마하기 훨씬 전부터 정치적 인연을 맺고, 동지로서 소통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그 당시에 노 전 대통령께서는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이었고, 나는 무명의 원외위원장이라, 노 전 대통령은 큰 나무, 나는 그 옆에 있는 작은 나무였다”면서도 “둘의 관계는 독립적으로, 나이 차이는 있지만 정치적 동지로서 서로가 상당히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았나, 그렇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내가 국회의원이 될 당시에는 노 전 대통령이 출마를 권유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 판단해서 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아쉬운 판단을 내릴 때는 가감 없이 조언도 드리던 관계였다”고 전했다.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경쟁자로 마주한 조경태 예비후보와 문재인 예비후보

◆ “文 정부, 문제는 최저임금 및 일자리 추경”

조 의원은 4선 반열에 오르면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에 올랐다. 기획재정위원회는 재정·경제 정책에 관한 국회의 의사결정기능을 수행하는 상임위원회다. 기재위원장으로서 조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 및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 의원은 “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미래 세대와 국가 발전에 대해 고민하고 고려할 부분은 목소리를 낼 예정”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최저임금제는 참으로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최저임금 적용 방식은 전 세계에서도 하지 않는 드문 케이스”라며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의 최저임금제를 보면 지역별로 다르고, 업종별로 다르고, 나이별로 다르고, 다양성이 잘 보장된 차등화된 최저임금 적용”이라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우리나라만 천편일률적으로 서울이나 지방이나, 삼성과 같은 기업이나 하루하루 연명하는 자영업자나, 최저임금이 같다”며 “최저임금제를 초기에 도입한 국가는 미국인데, 그러면 미국의 사례를 봐야하는데, 그걸 생략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미국의 국민소득은 6만 달러로, 2만8000달러인 한국보다 잘 사는데도 최저임금은 8200~8300원으로, 1만원이 안 된다”며 “당연히 한국의 자영업자 종사자들과 중소기업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내년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 않겠다는 여론이 80%로 나왔다”며 “고용을 더욱 위축시키는 정책으로, 아르바이트생 자리도 하늘의 별따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의원은 일자리 추경에 대해서는 “본질적으로 공무원 숫자를 늘리는 것”이라며 “공무원 숫자 늘리는 것은 잘못하면 미래 세대에 부담을 엄청나게 지우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11년도 우리나라 국가 부채가 700조원이었는데 5년이 지난 2016년에는 1400조원이 넘었다”며 “국가 부채 가운데 52.5%가 공무원연금 충당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채를 양산하는 것이 공무원연금”이라며 “국민연금이 약 100만원인데 공무원연금은 250~300만원으로 자칫 국가 재정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공무원 숫자를 늘리지 말고, 민간 일자리를 많이 늘려서 청년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6년 제15대 총선에 출마한 조경태 후보의 파격적인 포스터

◆ “사드 배치는 눈치 보지 말고 대한민국 소신껏”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는 해를 넘기면서 국가의 ‘뜨거운 감자’로 자리매김한 난제다. 배치를 하지 않으면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기고, 북한의 핵 위협에 대처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배치를 하면 중국의 반발 및 경제 보복을 견디기 어려운 것이라는 우려가 등장한다.

조 의원은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한 마디로 ‘찬성’ 입장을 분명히 내놓았다. 그는 “중국의 입장을 우려하는 의견이 있는데, 그것은 물론 중국인들은 그렇게 나올 수 있지만 우리는 대한민국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도 자기들이 위협을 받으면 가만히 있지 않는데,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듯 대한민국은 사드보다도 더욱 강력한 무기를 배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조 의원은 중국의 경제 보복에 따른 타격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중국과 베트남은 어쩌다 한 번씩 영토 분쟁으로 국지전을 벌인다”며 “그렇지만 중국과 베트남의 무역은 여전히 활발하다”고 예를 들었다.

그러면서 “중국이 사드 배치 문제를 갖고 지나치게 해석하는 것은 대국답지 않은 모습”이라며 “우리나라도 그런 점을 정상회담 등을 통해 중국에게 분명히 요구해 최대한 보복을 줄이면서도 방어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경태 의원이 경인매일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서울만 벗어나면 열악한 민낯…개헌으로 바로잡자”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는 10차 개헌이 함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개헌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동시에 진행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개헌은 여러 가지 키워드를 갖고 있지만 그중 하나는 지방분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장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고, 제2국무회의를 신설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산에서 성장해 부산대학교를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사하구에서 13년째 의정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조 의원은 “지방 분권은 필수적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만 벗어나면 지방의 열악한 환경을 많이 본다”며 “1995년 지방자치시대라고 해서 지자체가 이어져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수도 서울과 지방 격차 해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일본을 예로 들며 “요코하마는 도쿄보다 더욱 사회적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며 “미나토미라이 지구는 도쿄 사람들이 직접 찾아가서 부러워하는 장소로, 우리도 그런 부분에서 분발할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말로만 지방 분권을 운운하지 말고, 좋은 제도가 있어도 재정이 뒷받침돼야 하니 지방 도시민이 좋은 일자리를 찾고 좋은 문화생활을 누리도록 할 수 있는 균형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담: 국회 이민봉 기자 / 정리: 국회 박정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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