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1돌 한글날 만국공통어가 되는 날까지
571돌 한글날 만국공통어가 되는 날까지
  • 김균식 기자 kyunsik@daum.net
  • 승인 2017.10.1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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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9일, 공휴일로 지정된 ‘한글날’ 이다.

훈민정음 반포 571돌을 맞이하여 그 뜻을 새겨보면 백성을 가르치는 소리란 의미로 1991년 국경일에서 제외되었다가 22년만인 2013년 공휴일로 부활되면서 태극기 게양이 동반되는 날이기도 하다.

현재 영어가 세계 만국 공통어가 되어 문화예술·스포츠는 물론 경제·군사력까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언어는 사용하는 사람의 사회적·정신적 환경에 지배적인 요건으로 제공되어 인터넷은 물론 서적·일상생활까지 살아있는 동안 전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2년 전 자서전을 통해 한글이 세계 공통어가 되기를 바라는 열망을 적시한 바 있다.

그 배경에는 세계문자올림픽 대회에서 가장 쓰기 쉽고, 가장 배우기 쉽고, 풍부한 표현이 가능한 문자임을 세계적으로 입증 받은 바 있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영어 알파벳을 앞질렀다고 볼 수 있다.

각국의 학자들은‘방콕 선언문’을 발표하고 자국 대학에 한국어 전문학과와 한국어 단기반 등을 설치하는 등 한글 보급에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세계 2,900여 종의 언어 가운데 유네스코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은 우리나라 문화유산 ‘한글’. 지구촌의 문맹 퇴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한 단체나 개인을 선정해 세종대왕 상까지 시상하는 점은 한민족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기에 부족함 없다.

어려운 환경 속에 글일 읽히지 못해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한지도 몰랐던 시절 ‘죄가 죄인지를 알고, 죄를 짓지 말라.’ 세종대왕의 애민정치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억울한 상황에서도 자기 의견 하나 피력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군주가 기득권의 반발을 누르고 절대 다수의 백성을 위하는 마음에서 만든 문자가 훈민정음의 창제 동기라고 한다.

세상의 모든 소리까지 담아낼 수 있는 한글의 자음은 초성과 중성으로 분류되는데 이 중
초성은 어금닛소리, 혓소리, 입술소리, 잇소리, 목구멍소리로 오행의 원리를 바탕으로 지어졌다.

또한 모음은 천(天), 지(地), 인(人)을 바탕으로 형성되어 바람 소리,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까지 표현할 수 있다. 이 같은 글을 자국어로 사용한다는 자체가 얼마나 행운인가.

정작 한글을 만들었던 세종은 부친 태종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오랜 독서로 훈민정음 완성 후 시력을 잃었다고 하니 얼마나 안타깝고 고마운 일인가. 바쁘고 피부에 와 닿을 일이야 없겠지만 공휴일이라도 찾아 먹으려면 기본적인 것은 알아야할 것 아닌가.

한때 일본이 한국 병탄 후 조선교육령을 통해 민족말살을 시행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단행한 것이 글이었다. 한글 교육 금지, 신문 잡지폐간, 한글 연구 단체고문, 창시개명 등 할 수 있는 못된 짓은 가리지 않았을 때 글에 대한 통제가 먼저였다.

그 만큼 글을 지우면 역사에 대한 기록도, 정신적 발달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숨죽이며 어렵사리 지켜온 한글이 작금에는 수난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각종 간판에 새겨진 문구는 물론이고 단어장난 말장난의 유치수준은 극치를 달리고 있다. 정치판은 물론 법원의 판결문까지 일제시대 잔재가 수두룩하다.

심지어 10대 학생들의 대화 내용은 수난을 넘어 기본적인 본질까지 퇴색시킨다 싶을 만큼 망가지고 있다. 심하게 말하자면 옆에서 들어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줄임말, 저속한 비속어로 채워져 있어 알아듣지 못할 수준이다.

특히 여론의 중심이 되고 있는 뉴스에서조차 땅꺼짐 현상을 씽크홀로 표현하고 뭐든지 영어가 들어가야 격이 채워지는 듯한 인식이 지배적이다.

남·북한 통틀어 약 7천만이 같이 쓰고 있는 한글, 가히 위대한 민족임에는 틀림없다.

언젠가 전 세계가 한글을 쓰는 날이 있길 기대하며 지금 쓰는 칼럼을 통해 세종의 고마움을 되새겨본다.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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