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서 처음 입 뗀 朴 전 대통령…“구속 연장은 법치 이름 빌린 정치보복”
재판서 처음 입 뗀 朴 전 대통령…“구속 연장은 법치 이름 빌린 정치보복”
  • 이민봉 기자 lmb0313@nate.com
  • 승인 2017.10.17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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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전 대통령 변호인단 7명, 항의 차원 사임 통보…재판 일정 차질 전망
박근혜 전 대통령이 16일 오전 구속 연장 후 처음으로 열린 80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에서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본인에 대한 재판부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심경을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속행 공판에서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지길 바란다”며 구속 연장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우선 그는 “구속돼서 주 4회씩 재판을 받은 지난 6개월은 참담하고 비참한 시간들이었다”며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배신으로 돌아왔고, 이로 인해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저를 믿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던 공직자들과 국가 경제를 위해 노력하시던 기업인들이 피고인으로 전락해 재판받는 걸 지켜보는 건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고 회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사사로운 인연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사실이 없다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믿음과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심신의 고통을 인내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롯데나 SK뿐 아니라 재임 기간 중 그 누구로부터도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다”며 “재판 과정에서도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님이 충분히 밝혀졌다고 생각한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이어 “오늘은 저에 대한 구속 기한이 끝나는 날이었으나 재판부는 검찰 요청을 받아들여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면서 “다시 구속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말해 구속 연장 결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란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향후 재판은 재판부의 뜻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앞으로 더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포기하진 않겠다”며 “저를 믿고 지지해주는 분들이 있고 언젠가는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끝으로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제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며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묻고 저로 인해 법정에 선 공직자와 기업인에게는 관용이 있길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 7명은 재판부의 구속 기간 연장 결정에 반발하며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형태로든 심리 일정에는 상당한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피고인을 위한 어떤 변론도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모두 사임하기로 결정했다.”며 법원에 사임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재판부는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서 변호인단이 사임 여부를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어떠한 재판 외적 고려 없이 결정했다”면서 “필요적(필수적) 변론(을 해야 하는) 사건이라서 변호인이 전부 사퇴하면 공판 자체를 진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에는 반드시 변호인이 있어야 한다. 만약 사선 변호인이 없는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은 뇌물수수 등 18개 혐의로 기소돼 변호인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사건에 해당한다.

법원이 국선 변호인을 선정하더라도 재판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10만 쪽이 넘는 방대한 수사 기록과 재판 진행 상황 검토 등에 새로 들여야 할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심리가 상당히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누구보다 사건 내용과 진행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변호사들이 사퇴하면 고스란히 피해가 피고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고, 국민에 대한 실체 규명도 상당히 지체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 사임 여부를 신중히 재고해달라”고 말했다.

법원은 다음 기일인 19일까지 변호인들이 사임서를 철회하거나, 박 전 대통령이 새로운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을 때는 국선 변호사를 지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선 변호인 체제로 전환하더라도 새로 선임된 변호사가 살펴봐야 할 기록 등이 방대해 19일 재판이 정상적으로 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결국 국선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재판을 이어갈 경우 심리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져 연내 선고는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다.

청와대 이민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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