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얼 할 수 있는지 물어야’…‘국가 역할론’ 화두 제시
文 대통령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얼 할 수 있는지 물어야’…‘국가 역할론’ 화두 제시
  • 박정배 기자 jayman1@naver.com
  • 승인 2017.11.02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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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예산안 통과 위한 국회 시정연설서 ‘큰 정부’ 기조 확인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8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끝내고 퇴장하면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예산안 통과를 위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가 역할론’을 가장 큰 화두로 내세웠다. 지난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왜곡된 사회경제적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국가가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놓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저성장과 실업이 고착화하고 중산층이 무너진 현실에서 그 해결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지 않고 ‘국가’가 앞장서서 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1일 연설에서 20년 전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날인 1997년 11월 21일을 회고하며 “국민은 피눈물 나는 세월을 견디고 버텨 위기를 극복해냈고 국가 경제는 더 크게 성장했지만, 외환위기가 바꿔놓은 사회경제구조는 국민의 삶을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 퍼진 부조리와 모순의 상당 부분이 IMF 외환위기의 후유증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의식을 보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큰 정부’ 기조를 앞장세우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그는 “작은 정부가 선(善)이라는 고정관념 속에서 국민 개개인은 자신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했다”며 “국가가 자신의 역할을 다할 때 국민은 희망을 놓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고, 그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광장과 촛불집회에서) 국민은 ‘국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며 “보다 민주적인 나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는 국민이 요구한 새 정부의 책무로, 이 책무를 다하는 것을 저의 사명으로 여긴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의 역할을 경제·사회·안보 등 3대 분야로 나눠 ▲사람중심 경제 ▲적폐청산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국정목표를 재확인했다.

그는 “경제를 새롭게 하겠다”며 새 정부의 경제철학인 ‘사람중심 경제’를 강조했다. ‘경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재벌과 대기업이 주도하는 성장에서 벗어나 성장의 과실을 각 경제주체에게 골고루 분배함으로써 저성장과 양극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특히 ‘사람중심 경제’를 뒷받침하는 4대 요소인 ▲일자리 성장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이루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은 7.1% 증가한 수준으로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라며 “경제와 민생을 살리기 위해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사람중심 경제는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라며 “재벌·대기업 중심 경제는 빠르게 우리를 빈곤으로부터 일으켜 세웠지만 정체된 성장과 고단한 국민의 삶이 증명하듯이 더는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성장해도 가계소득은 줄어들고 경제적 불평등이 갈수록 커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양극화가 경제성장과 국민 통합을 가로막는 상황을 개선해야만 국민의 삶에도, 국가에도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람중심 경제는 결코 수사가 아니며 우리 자신과 우리 후대들을 위한 담대한 변화”라면서 “지금이 바로 변화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또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IMF(국제통화기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다보스 포럼에서도 양극화 해소와 포용적 성장, 사람중심 경제가 화두였다”며 “우리가 가려는 방향에 세계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계가 고민하는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에 대해 우리가 선구적으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며 “사람중심 경제를 이뤄내면 우리 경제가 새롭게 도약하는 것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희망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문 대통령은 불공정과 특권을 척결하기 위해 ‘적폐청산’을 두 번째 화두로 소개했다. 특히 국가정보원 개혁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또 그는 검찰 개혁 의지도 내비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하면 대통령인 나와 제 주변부터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되겠다”고 단언하며 조속한 입법을 당부했다.

권력기관 채용비리 근절 등 사회 전반의 부정과 부패, 불공정을 뿌리 뽑고 사회혁신에 나서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는 우리 국민이 살아갈 삶의 공간”이라며 한반도 평화정착을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정착 ▲한반도 비핵화 ▲남북문제의 주도적 해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북한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 등 5가지 원칙을 천명했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 앞에서는 정부와 국회, 여와 야가 따로일 수 없다”며 “한반도 정책에서만큼은 초당적인 협조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라는 단어를 70번이나 올렸다. ‘국가’와 ‘나라’는 각각 25차례, 14차례 입에 올렸다. 또 ‘경제’를 39차례 언급했다. 그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 중의 하나인 ‘일자리’는 13번 거론됐고, 북한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 ‘한반도’(13번), ‘안전’(11번), ‘안보’(6번) 등의 단어도 많이 오르내렸다. 다만 새 정부의 트레이드마크인 ‘촛불’(2번)과 ‘개혁’(3번), ‘적폐청산’(1번)은 상대적으로 언급 빈도가 낮았다.

국회 이민봉·박정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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