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질서는 인간의 존엄성
<덕암칼럼>질서는 인간의 존엄성
  • 김균식 기자 kyunsik@daum.net
  • 승인 2017.11.0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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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시간이 여유가 있어 자연다큐 영상을 보다보면 동물들의 먹이사슬에서 느끼는 약육강식의 현장이 리얼함을 더한다.

약자는 강자의 먹이가 되는 것이 자연의 순리라면 공존의 완성을 지향하는 인간은 법이라는 테두리를 정해 힘 보다는 원칙을 준수함으로써 질서를 낳는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다.

필자가 십 수년 전부터 한결같이 거론한 약수터 이야기를 재론한다. 목마른 사람들의 행렬이 줄을 서는 것은 기다리면 언젠가 자신의 차례가 올 것이기에 믿고 기다리지만 중간에 새치기를 한다면 믿음의 붕괴로 인한 무질서가 약수터를 난장판 만들고 종래에는 누구도 기다리지 않게 된다는 논리다.

최근 공기업이나 금융가를 대상으로 특채 비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11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시정연설문을 인용하자면 권력이 국민의 꿈을 빼앗는 일이 없어야 하며 반칙과 특권이 용인되지 않는 나라로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어제 오늘 일인가. 취업준비생들에게 희망을 포기하게 하고 능력을 갖춘 인재보다는 새치기를 통해 기다리는 사람만 바보 되는 세상이 된게…. 문제가 있다면 지금껏 언론은 뭐했으며 사법기관은 직무유기였단 말인가. 대통령이 바뀌지 않았다면 묻혀갈 일이었단 말인가. 인사가 만사라 했다.

전문가를 기용하여 해당 분야의 발전을 꾀하고 발전의 최대 수혜자가 국민임을 전제할 때 선거 때 유권자의 표를 챙길 수 있는 측근을 심는 것이 얼마나 큰 죄임을 알아야 한다.

광주민주화 운동의 단죄가ㅍ 37년이 지난 지금에야 거론되는 것이나, 당연시 되던 국고의 청와대 상납이 새삼스레 심판대에 오른 건 정권변화에 따른 부산물이여선 안 된다.

진작 모든 잘못이 밝혀졌어야 하고 수 십년간 당연한 듯 이어진 비리가 번복되지 않도록 이참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 누군가 새치기를 했다면 누군가 피해보는 사람이 있다.

최근 경기도 안산시에서도 공직자의 가족이나 친척들이 산하 기관에 수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어제 오늘 일은 아닐지라도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공기업의 개선을 지향하고 있다면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중앙정부의 방침에 따라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동안 유야무야 넘어갔다면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는 것이 중앙에 대한 지방의 도리이자 순리다. 결자해지의 의지가 없다면 언론이 나서서라도 채용비리를 지적함으로써 관행을 개선하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데 앞장서야한다.

당장이야 먹고사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내가 먼저 마신 물이 줄선 사람들의 목마름 임을 알아야 한다. 행동하는 양심이란 알고도 실행하지 않음으로써 갖게 되는 심적 부담을 털어 버릴수 있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잠시 쏟아지는 소나기로 치부하고 지나기만 바란다면 오산이다. 이제 채용비리는 특채를 청탁한 자나 기용한 자나 채용된 당사자 모두가 알고 있는 도덕적 범죄로 규정되는 시대에 도래했다. 언론이 앞장서 지적하기 이전에 스스로가 자리를 비울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고 지방자치 단체 중 안산시가 변화의 모범이 되기를 바란다.

시대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 열차나 버스의자 뒤편에 마련된 재떨이가 있었고 흡연자들은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맘껏 피워댔다.

지금에야 말도 안 되는 행동이지만 모든 국민들이 적응하고 있지 않은가. 마치 안산시가 채용비리의 온상인양 비춰 질수도 있겠지만 버스 뒷좌석의 재떨이는 먼저 철거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인 변화에 대한 용기이자 행동하는 양심인 것이다.

채용비리가 중앙정부의 헛구호에 그칠 것인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변화에 순응하여 스스로 척결한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최근 모 금융가의 갑질이 내부고발자로 하나둘씩 개선되는 것처럼 훗날 공직자의 자긍심과 떳떳한 과거사를 남기려면 자정의 의지가 필요하다.

누구나 사심과 욕심은 있겠지만 비양심적으로 일하지도 않은 채 초과근무 수당을 챙겼다면 인정할 줄도 알아야하고 시간만 때우고 녹봉을 챙기는 철밥통 이었다면 행정서비스의 개선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아끼지 않은 동료들에게 미안할 줄도 알아야 한다.

연공서열을 넘어 약수터 줄이 무너지게 승진의 새치기를 했다면 보이지 않은 공직사회의 신뢰추락과 줄선 사람이 바보 되는 상실감의 출발이라는 마음의 짐도 질줄 알아야 한다.

 

경인매일 회장  德岩 金均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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