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이제는 가야할 때 명복을 빕니다
<덕암칼럼> 이제는 가야할 때 명복을 빕니다
  • 경인매일 회장 德岩 金均式 kyunsik@daum.net
  • 승인 2017.11.20 1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사고는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가 경악할 최악의 해상사고로 기록됐다.

본보가 위치한 안산은 한 집건너 초상집이라 할 만큼 침통한 분위기가 수년간 이어졌고 타국에서도 한국은 몰라도 안산은 기억할 만큼 세월호와 단원고는 악몽의 대명사였다.

탑승 인원 476명 중 304명이 사망한 이 참사는 3년 반만인 2017년 11월 19일 종지부를 짓게 됐다.

단원고 미수습 피해자 박영인·남현철 군과 양승진 교사의 합동분향소에는 20일 정해진 발인을 앞두고 혹독한 추위가 추모객들을 옷깃을 여미게 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비통함은 지난 시간을 다시 돌아보게 했고 어금니를 물고 울음을 참는 모습에 함께 한 이들의 마음 또한 참담함을 금할 길 없었다.

처음 참사 당시 장례식을 맡아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했던 제일장례식장에는 이번에도 빈소가 마련되어 세월호와 깊은 인연을 심어주었다. 안산제일장례식장 벽 한쪽은 방문객들이 남겨놓은 추모 포스트잇으로 채워졌고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조문의 행렬에 함께 했다.

지역 지자체장인 제종길 안산시장은 전날부터 장례식장을 지켰다. 20일 아침 고인들은 조용히 다음 세상으로 먼 길을 떠난다.

고인들의 시신 대신 유품으로 치러지는 장례식은 20일 수원 연화장에서 화장된 뒤 세월호 참사 다른 희생자들이 잠들어 있는 평택 서호공원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세월호 선체 조사에서도 끝내 유해를 찾지 못한 미수습자 고(故) 권재근씨와 혁규군 부자(父子)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는 조문 이틀째인 19일에도 정치인과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졌고 문재인 대통령·이낙연 국무총리와 추미애 민주당 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김종훈 민중당 대표 등이 조화를 보내 고인들을 추모했다.

긴 여정을 이제야 마치고 남은 자들에겐 안전에 대한 컨트롤 타워의 재건이라는 숙제를 남겼다. 여느 곳도 대동소이하겠지만 특히나 안산은 세월호의 직·간접 피해가 극심한 지역이었다.
술잔을 들어도 건배를 할 수 없고 합동분향소 인근에 위치한 화랑유원지의 오토캠핑장은 긴 시간 침묵을 지켰다. 오죽하면 인근에 영업 중이던 매점들이 피해를 호소했을까.

그동안 상인대표가 현수막 철거를 주장했다가 한국판 인민재판에 내몰리는가 하면 폐업이 속출하는 자영업자들도 함께 고통을 감내하며 슬픔을 나눴다. 이제는 가야할 때, 다만 고인들의 명복을 빌 뿐이다.

차가운 바다에 가족을 두고 온 유족들의 마음이야 그 어떤 말로도 형언치 못하겠지만 어쩌겠는가. 울부짖고, 분통터지고, 지구촌이 함께 슬퍼하고, 적잖은 예산을 들여 찾을 만큼 찾아도 보고, 몹시도 추운 11월 20일 아침 부모는 땅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 했던가.

명을 달리한 고인들이나 남은 유족 분들에게 지극한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이제 남은 자들의 숙제가 있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역사적으로 새겨둘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분명한 이정표를 찍어야 한다.

그동안 만장처럼 걸려있던 현수막도 모두 걷어내고 슬픔의 터널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의 정상을 향해 아팠던 시간만큼 더 열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그 길만이 먼저간 자들이 희생이 헛되지 않는 길이며 어쩌면 그들이 바라는 유족들의 삶일지도 모른다.

이제 한달 보름이면 2018년 무술년이 새해가 시작된다. 내년에는 지방선거는 물론 또 어떤 일들이 우리를 기다릴까. 포항 지진으로 혼돈의 일주일을 보내고 있을 수험생들 또한 위로의 대상이다. 얼만 남지 않은 연말,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배려하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한해를, 이번 참사를 마무리했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