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정병국의 소신…“남·원·정의 천막당사, 박근혜는 이름만 얹었을 뿐”
[특별인터뷰] 정병국의 소신…“남·원·정의 천막당사, 박근혜는 이름만 얹었을 뿐”
  • 박정배 기자 jayman1@naver.com
  • 승인 2017.11.26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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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천막당사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 만든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닙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름만 얹었습니다.”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5선·경기 여주시양평군)은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로 인해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을 재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천막당사에 대해 이같이 회고했다.

이는 바른정당 소속으로서 박 전 대통령 및 친박(친박근혜)계 세력과 완전히 결별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풀이된다. 나아가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거부하면서 온전히 바른정당의 힘으로 보수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뜻으로도 보인다.

정 의원은 “남·원·정은 ‘우리가 앞장서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자’면서 정치 생명을 걸고 천막당사를 주도했다”며 “그렇게 우리가 맹렬히 싸워 새로운 보수 정권을 세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

◆ “홍준표發 朴 전 대통령 출당은 쇼…가치 중심 다당제가 정답”

현재 대한민국 보수가 위기다. 지난해 열린 제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사실상 참패한 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거쳐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중도에 임기를 끝냈다. 그 과정에서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인사들이 당을 떠나 바른정당을 만들어 보수계 정당은 둘로 쪼개졌다.

보수 개혁을 기치로 들고 나온 바른정당도 현재 벼랑 끝에 몰려있다. 이달 초 당내 통합파 국회의원 9명이 탈당 후 한국당으로 복당해 교섭단체 지위를 잃었다. 앞선 지난 5월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서는 13명의 국회의원이 당을 떠났다.

탈당한 인사들은 ‘보수가 하나가 돼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더욱이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고 친박계와도 선을 그으면서 이들의 탈당 행렬은 가속도를 밟았다.

정 의원은 홍 대표의 이 같은 ‘친박 거리두기’ 행보에 대해 ‘쇼’라고 규정했다. 그는 “그렇게 정치하면 안 된다”며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정치를 해왔기 때문에 정치 풍토가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과거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152명 있고, 박 전 대통령이 서슬 퍼런 권한을 갖고 있을 때 무엇을 했냐”며 “결국 자기 패거리들의 이익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친박이니 진박이니 하는 소리가 나오고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결과 대통령 탄핵으로 간 것”이라며 “그것을 한 번 바꿔보려고 했더니 진박들이 전부 장악하고 있어서 그곳을 버리고 나와 바른정당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이는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 중심 정당’을 만들자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바른정당과 한국당 합당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전통적으로 우리를 지지한 이들은 다시 한국당과 합치라고 하는데 그것처럼 단순한 것도 없다”고 했다.

정 의원은 구체적으로 “합치면 이기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본다”며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이 합쳐봐야 127석인데 과반이 안 되기에 무엇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오히려 바른정당과 한국당이 합치면 국민의당은 민주당과 붙을 수밖에 없다”며 “4당 체제를 유지하면서 적절하게 때에 따라 합종연횡, 협치, 연대 등을 할 때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정 의원은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연합은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전했다. 그는 “오는 12월 중순까지 대통합 원칙으로 계속 추진하자는 의견들이 있다”며 “이는 이미 합의를 본 내용이기 때문에 유승민 대표가 선출된 후 중점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원칙은 바른정당을 창당했을 때의 정신과 가치를 중심으로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함께 뭉치자는 것”이라고 했다.

정병국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남경필 경기지사(왼쪽부터)

◆ “출산율 저하, 여성 징병제 고민 시점…여자도 군대서 할 것 많아”

정 의원은 해병대 출신이다. 1978년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에 입학한 직후부터 학생운동에 투신했다. 이후 1980년 5.17 군사정변 직후 신군부에 검거돼 군 입대 또는 투옥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강요당했다. 그는 해병대 입대를 선택해 헌병으로 사병복무를 했다.

정 의원은 “스스로 해병대를 자원했고, 해병대에 다녀오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며 “군대가 제대로 된 훈련과목과 프로그램으로 젊은이를 수련한다면 국방력 강화뿐 아니라 인력 개발 측면에서 매우 좋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단순히 군대가 2년 썩는 기관’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며 “그 일환으로 ‘장병 독서훈련’을 소개했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시절 해병대 구타 사건이 벌어졌을 때 논의한 것”이라며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입시 위주로 교육을 받다 보니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받는 계기가 거의 없고, 형제가 많았던 과거에 비해 지금은 출산율이 낮아 집집마다 한 명 정도 아기를 낳다 보니 서로 부대끼거나 어울리며 사는 집단생활에 익숙하지 못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장 입시와 교육 제도를 바꿀 수는 없기에 우선 ‘장병들에게 책을 읽게 하자’, ‘독서를 통한 간접 체험으로 인성을 함양할 계기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제안했는데 다행히 채택돼 국가적으로 독서훈련을 시작했다”고 했다.

정 의원은 ‘여군 징병제’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그는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개선특별위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벤치마킹을 위해 이스라엘에 다녀왔다”며 “이스라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남녀 불문 전원이 군대에 가는데, 여자는 2년, 남자는 3년 의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전역할 때 우리나라 돈으로 400만~500만 원 상당의 퇴직금을 주는데, 이들은 이 돈으로 세계 배낭여행을 가는 게 일반적인 풍토”라며 “세계를 보는 눈을 키운 뒤 대학에 진학하거나 사회로 진출하는 것, 그것이 오늘날 이스라엘의 힘”이라고 진단했다.

정 의원은 “우리나라는 현재 인구가 감소하고 출생률이 낮아지면서 병영 인적자원을 다 채울 수 없다”며 “60만 대군을 유지하려면 연간 28만 명이 군에 들어가야 하는데 현재 연간 출생아 수는 40만 명이 채 안 되고, 40만 명이면 그중에 반은 여자이니 20만 명 전원이 들어간다고 해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럴 경우 여성 징병제의 당위성이 부각될 것”이라며 “여성도 원하면 전투병을 할 수도 있고, 군대에서 여성으로서 할 수 있는 직책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수한 여성 인력이 사이버 해킹 부대에 들어가서 연구하는 역할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거기에서 쌓인 노하우가 사회에 나가서 자기 직업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며 “지금과 같은 군대가 아닌, 새로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군대를 만든다고 하면 여성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인터넷언론인연대회 공동취재 / 대담: 국회 이민봉 기자 / 정리: 국회 박정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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