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버는 거 자랑 말고 쓰는 걸 잘 써야
<덕암칼럼>버는 거 자랑 말고 쓰는 걸 잘 써야
  • 김균식 기자 kyunsik@daum.net
  • 승인 2017.12.0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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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새해 예산안이 통과됐다.
이제 2018년부터 걷어야 할 세금인데 늦게 내면 가산금 부과하고 그래도 안 내면 강제집행 하면 되고, 잘 내는 몇 명 골라서 납세우수 트로피 챙겨주면 언론에 홍보되면 용 되는 것이다.

돈이란 모름지기 버는 거 자랑할 게 아니라 쓰는 걸 잘 써야 한다. 정부 예산중 출신 지역구에 대한 편성이 국회의원 주머니 돈이 아니듯, 도나 시군의 예산 또한 단체장의 개인 돈이 아니다.

어떤 세금은 덜 걷힌 것도 있겠지만 어떤 세금은 혈세일수도 있다. 428조8339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95일에 29일간의 심사를 거쳐 어렵게 통과했다.

자유 한국당의 거센 항의에도 불구하고 재석 178석 중 찬성 160명, 반대 15명, 기권 3명으로 가결됐다. 나름 반발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야당 의원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이 돈이 니 돈이냐 하는 연못 위의 산신령님 일화가 생각난다.

역지사지의 과거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매년 막대한 세금 걷어서 내가 편성하고 쓸 땐 옳고 네가 쓸 땐 아니고 라는 풍경이다.

이번 예산에서 눈길을 끈 것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인데 1조3000억원 늘어난 19조원으로 책정됐다.

늘어난 군사비 4,000억 어디에 어떻게 쓰든, 정하고 나눠가고 쓰는 사람들 마음이겠지만 본인들 사유재산이라면 아마 인색의 극치를 달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혁신모험펀드가 3000억원 증액됐고 소상공인 지원 예산은 1조6000억 원에 얼마 전 발생한 지진 관련 예산도 800억 이나 늘어났다. 늘어난 공직자도 9475명이고 일자리 안정자금도 3조원에 육박했다.

어쨌거나 다 필요하니까 책정되었을 것이지만 여야를 떠나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예산은 없었는지, 독이 새는 줄 알면서 물을 붓는 분야는 없었는지 꼼꼼히 살펴볼 일이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참 보기좋은 일이다. 하지만 권불십년이라 했다. 잘한다 할 때 잘하는 것은 못하던 사람이 잘하기 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가뭄에 단비는 처음에만 반갑지 계속 오면 감정이 무뎌지고 종래에는 가뭄의 추억을 회상하기도 한다. 필자는 2018년 새해 예산안이 세부 내역을 보고 걷혀진 세금이 지역구 국회의원 생색용으로 전락하지 말고 적시적소에 잘 쓰여지길 기대해 본다.

강물도 쓰면 준다했다. 많이 책정 받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알뜰하게 쓰는 지혜도 함께 겸한다면 다음해 걷을 때 좋은 참조가 되지 않을까. 자고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 건 쉽지만 유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 또한 잘하는 건 잘했다 하겠지만 혹여 현재 구속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비교 우위에서 얻어지는 일시적인 공짜 점수는 아닐지 매사에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소 소란한 것 같아도 요즘같은 태평성대가 없다. 어떡하는 지금의 국태민안이 다음세대까지 지속되길 기대해 본다.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 했다. 428조가 아니라 4280조가 모여도 게으른 국민을 먹여 살리지는 못한다.

정부의 현명한 국정운영과 국민의 신뢰가 뒷받침될 때 참으로 잘사는 대한민국이 보장될 것이다.

 

경인매일 회장  德岩 金均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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