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생물, 오늘은 내일의 과거
정치는 생물, 오늘은 내일의 과거
  • 경인매일 회장 德岩 金均式 kmaeil86@naver.com
  • 승인 2017.12.11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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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한때 경기도 안산에서 지금의 문재인대통령 만큼이나 지역사회에서 인기의 극치를 달리며 추앙받던 단체장 박주원 전 안산시장, 지금의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되기까지 최고와 최악의 롤러코스터같은 삶을 살았던 박 최고위원은 진위여부를 떠나 아군없는 사면초가에 몰렸다.

한때 안산시장으로서 온갖 정책을 봇물 쏟아내듯 안산의 변화에 주역이었던 박 최고위원은 뇌물수수 혐의로 2012년 2월 10일 449일간이라는 옥살이 끝에 무죄 석방으로 세상밖에 나왔지만 구속 상황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것과는 달리 무죄에 대해서는 별다른 보도가 없었다.

나름 재기를 꿈꾸며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거에 출마했지만 잇따른 낙선으로 당시 한나라당을 출발, 새정치 연합을 거쳐 국민의당으로 동분서주한 끝에 최고위원의 자리까지 올랐다.

필자는 박주원 전 안산시장 재임 시절, 지역사회에서 극찬에 극찬이 이어지는 칭송의 합창과 온갖 미사여구로 시종일관 찬양에 열을 올렸던 언론보도에도 아닌 건 아니라고 직필했던 기자 시절이 있었다.

정치는 생물이다. 어제의 영웅이 내일의 죄인이 될 수도 있고 군사독재 시절 일명 빨갱이로 몰렸던 좌익의 꼬리표가 오늘의 출세지표가 될 수 있다. 옳고 그름의 기준도 있겠지만 권불십년이란 말이 새삼 실감나는 작금의 정황을 보며 진실은 승리하게 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후한서 양진전의 고사성어로 ‘천지지지 자지아지’라는 말이 있다. 하늘과 땅이 알고 너와 내가 아는데 무슨 비밀이 있겠느냐는 뜻인데 이번 박 최고위원과 주성영 전 국회의원과의 9년 전 비밀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시점도 그렇거니와 처음에 가짜뉴스라며 아니라 했다가 하기는 했는데 DJ를 직접 거론한 것은 아니라고 한발 물러섰다. 국민의당 박주원 최고위원의 애매모호한 입장 표명은 더불어 민주당 입장에서 볼 때 어설픈 핑계로 비춰졌고, 화재는 국민의당 중앙당으로 번졌다.

안철수 대표의 난처함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주어를 생략한 낯익은 레파토리라며 사태를 결정지으려는 더불어 민주당의 추상같은 반박에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

일단 부인했던 박주원 최고위원을 향해 당시 수사를 맡았던 이인규 전 중수부장까지 거론되자 더는 갈 곳도 없고 편들어 줄 아군 없는 벼랑의 끝이 보였다.

당장 급한 불을 끄려는 안철수 대표는 박 최고위원의 당원권 정지와 최고위원직 사퇴 등 초강수를 띄우는 등 진화작업에 나섰고 호남 땅을 밟았지만 결국 예상대로 비난의 소나기를 맞고 박지원 전 대표는 계란 세례까지 받았다.

바른정당과 한집 살림까지 꿈꾸던 국민의당은 하루 아침에 대략난감의 입장에서 망연자실이다.

특히 호남지역에서는 박 최고위원을 향해 허위 밀고자 또는 역적으로 까지 치부하며 비난의 속도는 제동 기능을 상실했다.

이제 어쩔 것인가. 가짜뉴스라 했으니 증명해보여야 할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반박하지 않은 것 보다 더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안산 지역구에서 성공한 천정배 국회의원도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 보도한 부분에 대해 즉각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라며 해명할 것을 촉구했다.

박 최고위원의 말이 진실이라면 현재 모든 언론보도는 마녀사냥일 것이고 아니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되는 것이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정치인은 인류사회를 이끌어가는 분야다.

무엇보다 진실해야할 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오늘은 내일의 어제라는 사실을 깊이 새겨 훗날 돌아봤을 때 나름 후회없는 발자국을 남겨야 할 것이다.

설마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9년 전 넘겨줬던 자료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줄을, 옛말에 ‘개꼬리 삼년 묻어 둔다고 여우꼬리 안 된다’는 말이 있다.

당장은 달콤한 미끼가 뱉을 때는 목구멍이 찢어지는 고통을 동반한다. 어디 이뿐이랴, 공공기관 인사채용 비리, 관급자재 납품 비리, 지자체 홈페이지만 뒤져봐도 혈세 걷어서 이리저리 진수성찬 먹으러 다닌 흔적들이 수두룩하다. 정치만 생물일까 행정도 공권력을 지닌 만큼 그 자체는 이미 살아서 움직이며 가진 자의 본능을 자극하는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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