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유주현 대한건설협회 회장 “文 정부 건설 정책, 비판과 협조 동시에”
[특별인터뷰] 유주현 대한건설협회 회장 “文 정부 건설 정책, 비판과 협조 동시에”
  • 박정배 기자 jayman1@naver.com
  • 승인 2017.12.19 0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건설협회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전인 지난 1947년 조선토건협회로 설립해 1948년 9월 대한토건협회로 이름을 바꾼 후 1962년 지금의 이름으로 다시 개칭,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국 건설사들이 대한건설협회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모여 때로는 경쟁자로, 또는 동반자로 건설업을 이끌어왔다는 평을 받는다.

대한건설협회는 지난해 12월 새로운 회장을 선출했다. 그 결과 유주현 신한건설 대표가 지난 3월 제27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유 회장은 오는 2020년 2월 29일까지 임기 3년의 중책을 맡아 현재 9개월째 협회를 이끌고 있다.

유주현 대한건설협회 회장의 취임식

◆ “벌써 9개월…적정공사비 문제 반드시 해결”

경인매일은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 회장실에서 유 회장을 만나 당선 1년을 맞이한 소회와 향후 활동 계획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 회장은 9개월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고 회고했다.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고 전국 시·도회를 직접 찾아 현안을 챙기느라 ‘정말이지 너무 바쁜 일정’을 보냈다는 전언이다.

그는 지난 6월에는 이포카(IFAWPCA·건설협회 국제연합회 총회) 행사를, 7월에는 건설 70주년 건설의 날 기념행사를 치르느라 눈코 뜰 새 없었지만 잘 마무리했다고도 덧붙였다.

유 회장은 임기 중 적정공사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적정공사비를 확보하지 못하는 현실이야말로 건설업계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유 회장은 “공공공사의 경우 수익은커녕 공사비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이로 인해 공공시설물의 품질이 떨어지고, 각종 안전사고 등의 우려가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결국 그 피해는 장기간에 걸쳐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그는 “적정공사비를 확보하지 못하는 현실은 결국 건설사의 경영 악화로 이어진다”며 “건설업과 연관된, 하도급자·자재장비업자·건설근로자는 물론이고 부동산·이사·청소·식당 등 취약계층의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또 “건설기업이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지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은 기대도 할 수 없다”며 “이로 인해 해외시장 진출이 위축되는 등 경쟁력 기반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 회장은 “적정공사비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현실을 새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양질의 일자리 확대 정책도 괴리만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대한건설협회를 포함한 17개 건설단체로 구성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국회, 소관 부처 등에 ‘공공건설 공사비 정상화’를 내용으로 한 탄원서를 제출했다”며 “지난 11월에는 국회에서 정책 토론회를 열어 공공공사비의 부족 실태를 진단하고 공사비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다만 유 회장은 “정부에서는 아직 공공공사비 부족 실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며 “임기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유주현 대한건설협회 회장이 경인매일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새 정부發 SOC 예산 감축-일자리 개선 대책, 글쎄”

유 회장 취임 2개월 후 대한민국은 새로운 문재인 정부를 맞이했다. 문재인 정부는 건설업계 입장에서도 상당히 민감한 여러 정책을 발표했다. 우선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줄였다. 그러면서 건설업 일자리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도시재생사업, 6.19 부동산 대책, 8.2 부동산 대책 등도 업계가 지속적으로 주목해야 하는 정책이다.

우선 유 회장은 SOC 예산 감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자리 상실, 지역경제 침체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그는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8년도 SOC 예산은 지난 2004년 이후 최저수준인 14조7000억 원으로 올해 대비 20% 줄어든 금액”이라며 “우리가 SOC 투자의 중요성에 대해 호소한 결과 국회에서 1조3000억 원 증액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다만 유 회장은 “정부는 향후 5년 동안 SOC 예산은 연평균 7.5% 감축하기로 계획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SOC 투자에 대한 필요성을 국민·정치권·정부 모두 공감할 수 있도록 계속 설득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유 회장은 건설업 일자리 개선대책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직종별 최저임금제의 경우 미국식 입·낙찰제도와 한국식 입·낙찰제도의 차이점을 완전히 도외시한 것”이라며 “공사비의 증액이나 적정 이윤 보장 등 선행 제도의 구체적인 개선 논의도 없이 약자 보호의 논리로 건설업체의 부담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 회장은 “건설 분야 일자리 개선은 낙찰률 상향 등 적정공사비 확보, 적정 공기 보장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 사회보험료 발주자 직접 납부 등 실질적으로 건설노동자에게 혜택이 갈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기적 성과지향에 쫓겨 근시안적인 건설일자리 정책을 추진하면 실제 건설현장에서는 ‘노동자 채용 축소→업무 부담 증가→품질 저하→안전사고 증가’라는 악순환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유 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건설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견지하면서도 대한건설협회 회장으로서 적극적인 협조 행보를 걷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9~10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해외수주지원단의 일원으로 중동, 이란, 우즈베키스탄 등을 방문했다. 또 11월 8~10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에 맞춰 구성된 경제사절단 및 해외수주지원단 일정을 소화했다.

유 회장은 경인매일 독자들에게 “올해는 건설업 70년이나 협회 창립 70주년을 맞는 매우 뜻깊은 해”이라며 “건설인들은 새로운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다짐했다.

대담: 국회 이민봉 기자 / 정리: 국회 박정배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