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홍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받았지만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대법원은 2심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 대표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지었다.
홍 대표는 지난 2011년 6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측근 윤 모 씨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9월 열린 1심은 ‘뇌물을 전달했다’는 윤씨의 진술을 토대로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의 실형과 추징금 1억 원을 선고했다. 다만 홍 대표가 당시 현직 도지사인 점을 고려해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는 “홍 대표가 평소 친분이 없던 성 전 회장에게서 1억 원을 받을 동기가 뚜렷하지 않고, 오히려 금품 전달자인 윤씨가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고법은 윤씨의 진술내용에 추상적인 내용이 많고 일관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의 진술과 모순되는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금액을 전달했다는 시기에 국회 의원회관이 공사 중이었던 점 등에서 진술에 모순이 있는 점도 지적됐다.
결국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 사건은 자원개발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이 지난 2015년 4월 9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한 기자와 전화로 인터뷰를 하면서 홍 대표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유력 정치인들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폭로해 대대적으로 불거졌다.
이후 검찰은 수사 끝에 ‘성완종 리스트’로 불리는 성 전 회장의 자필 메모에 ‘홍준표 1억’이라는 문구가 있을 뿐 아니라 생전에 남긴 육성 녹음에서도 윤씨를 통해 1억 원을 줬다는 주장이 확인됐다는 이유로 홍 대표를 기소했다.
홍 대표는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누명을 벗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년 8개월 동안 어처구니없는 사건에 휘말려 폐목강심(閉目降心·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힌다)의 세월을 보냈다”고 전했다.
홍 대표는 “저를 둘러싼 음해와 질곡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이제 한국 보수우파를 중심으로 이 나라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전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완전히 벗어던짐에 따라 한국당은 ‘홍준표 리더십’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도 이를 감안한 듯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통해 조직혁신을 마무리하고 정책혁신을 통해 한국당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것”이라며 “제2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으로 거듭나는 정책혁신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홍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일부 검사들에 의한 증거조작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증거를 조작한 검사들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며 “요즘 검사들은 사건을 수사하는 게 아니라 만들고 있는데, 공판 과정에서 확정된 검사의 증거조작 혐의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성완종 리스트’ 수사팀장을 맡았던 문무일 현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문 검찰총장이 그런 식(증거조작)으로 지시했다고 믿지 않는다”며 “증거를 조작한 검사들이 있지만 문 총장이 가담했다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본인과 함께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이 전 총리에 대해서는 “이 전 총리도 명예회복을 원할 것”이라며 “이 전 총리가 원하면 당이 돕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은 홍 대표의 무죄 선고에 대해 “사필귀정이고 무척 기쁜 일”이라고 밝혔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을 내고 “홍 대표가 오랜 기간 긴 터널을 뚫고 나왔듯이 한국당도 탄핵 이후 오랜 침체를 딛고 다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또 “확고한 홍 대표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인적·조직·정책 혁신에 매진하여 신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이민봉·박정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