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박용진 “삼성전자·현대車 적폐 청산, 나 잘했죠?”
[특별인터뷰] 박용진 “삼성전자·현대車 적폐 청산, 나 잘했죠?”
  • 박정배 기자 jayman1@naver.com
  • 승인 2017.12.26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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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의원의 뒷편에 지난 세 번의 총선 출마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초선·서울 강북구을)의 사무실 벽면에는 박 의원이 지난 세 번 동안 총선에 출마할 당시의 선거 포스터가 걸려 있다.

그는 지금은 민주당 소속이지만 지난 2000년 제16대 총선과 2008년 제 18대 총선 당시에는 각각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후보로 출마했다. 비록 두 번 모두 낙선의 고배를 마셨지만 각각 13.3%, 11.8%라는 낮지 않은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가능성을 선보였다.

정치 입문을 진보정당에서 시작한 박 의원은 현재도 당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재벌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데 공을 세웠다.

우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냈다. 그 결과 금융당국으로부터 과세 결정을 이끌어냈다. 그 후에도 당내 ‘이건희 과세 TF(태스크포스)’의 간사를 수행했다.

또 현대자동차의 세타2엔진 결함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현대차로부터 세타2엔진에 대한 무한보증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인터넷언론인연대는 이 같은 박 의원의 국감 활동에 대한 소회를 청취하는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박용진 의원이 인터넷언론인연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이건희 차명계좌 파헤치고, 현대차 엔진 결함 밝혀내 실질적 후조치 이끌어내”

박 의원은 국감 성과에 대해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어이없는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지난 24년 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않던 금융실명제를 바로세우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을 꼽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건희라고 하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힘세고 권력도 제일 강한, 최정점의 사람 역시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경제정의 및 공정과세에 대해서 성과를 냈다는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현대차에 대한 국감 활동에 대해서는 “세타2엔진에 대한 무제한·무상 보증 약속을 받아낸 것도 한국 소비자에 대해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삼성전자 및 현대차에 대한 국감이 단순히 ‘파헤치기’에서 끝나지 않고 ‘후속 해결’을 이끌어냈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국세청이 이건희 회장의 4조5000억 원 재산에 대해 차등과세를 시작하기로 했다”며 “이제 이건희 회장은 늘 세금을 피해나가던 사람에서 세금이 부과돼 징수되는 인물로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또 현대차 세타2엔진 보증 약속에 대해 박 의원은 “처음 현대차는 미국 소비자에게는 온갖 특혜를 제공하면서 국내 소비자는 홀대하는 차별행위를 했다”며 “내가 더 열 받았던 것은 국내 소비자에 대해 제대로 리콜을 했더라면 나지 않았을 사고들이 엄청나게 발생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부산 해운대에서 ‘일가족 감만동 산타페 사고’가 났는데, 운전자가 차를 몰고 가다가 차량에 급발진이 발생해 같이 타고 가던 부인, 딸, 그리고 딸이 데려온 손자 둘 등 5명이 즉사했다”며 “이 사고가 자동차 부품 문제인지는 확인이 안 되니, 경찰이 차량 운전자를 과실치사로 기소 의견을 내는 말도 안 되는 일이 터졌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의 차명계좌, 현대의 리콜 지연 등도 화가 나지만 이에 대처하는 관료들의 태도도 문제가 많다”며 “이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규정에 따라 적절히 제동을 걸었으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지 않았을 것을,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일을 크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나는 관료 적폐는 ‘상적폐’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박용진 의원의 국정감사 질의 모습

◆ “가상화폐, 규제하되 순기능 잘 활용해야”

최근 대한민국은 가상화폐 열풍이 불고 있다. 박 의원도 정무위 소속으로서 가상화폐의 흐름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정책 가닥을 잡는 데 비해 그는 보다 실용적인 쪽으로 활용하는 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가상화폐를 두 가지 측면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적한 우리 사회 병리 현상, 즉 너무 심각한 투기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사기, 투자실패 등으로 인한 자살, 직업까지 내던져가면서 가족까지 내던져가면서 여기 열풍에 몸을 던지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박 의원은 “가상화폐가 과연 사업적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이냐,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 미래예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는 규제하고 후자는 보호 및 육성해야 한다”며 “내가 가상화폐에 대해 발의한 법안은 이 두 가지를 다 담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박 의원은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거래를 하면서 사고가 났을 때, 투자자들이 투자한 만큼 손실을 봐도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고, 어떤 규정을 지키도록 정의돼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가상통화에 대한 사기죄가 있어도 방문판매법 정도로 처벌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런 부분은 분명히 규제하면서도 (가상화폐) 인가제를 시행해 보다 안정적이면서도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조치를 금융 당국이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본인이 발의한 법안을 설명했다.

박용진 의원이 모교인 신일고에서 개교기념식 축사를 전하고 있다.

◆ “나는 분명히 ‘진보’…진보하는 강북구 만들 것”

박 의원은 본인의 정치적 스펙트럼을 ‘진보’로 규정했다. 다만 ‘진보’라는 인물이 왜 민주당에 있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민주당에는 진보만 있지도 않고, 물론 보수만 있지도 않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며 “하나의 의견만 존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독일 사회민주당도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중도로 가니 오스카 라퐁텐이라는 인물은 당 대표인데도 불구하고 탈당해 지금의 좌파당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고, 영국 노동당도 제레미 코빈 당 대표 체제에서 내부 갈등이 상당하다”고 예를 들었다. 그러면서 “어느 정당에도 하나의 목소리만 있지는 않다”며 “하나의 목소리만 있는 건 종교인데, 심지어 종교도 여러 목소리와 해석이 존재한다”고 단언했다.

박 의원은 지역구인 강북구에 대해서는 “오래된 베드타운으로서 그야말로 집만 있는 곳”이라며 “사람이 살기 위해 필요한 문화적 혜택·공간·복지,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공간, 어른들이 쉴 수 있는 쉼터 등이 계획돼 있지 못한 곳”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약점들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강북구를 떠나, 현재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가장 노인 인구가 많은 곳”이라며 “젊은 사람이 찾아오고 아이 키우기 좋은 동네로 변화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계속 프로젝트를 갖고 가고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박 의원은 ‘서울 경전철 우이신설선’ 개통과 관련, “우리 지역구는 아니지만 북한산국립공원에 우이역이 종점이기 때문에 그곳과 연계한 지역 관광 상품 개발, 이런 쪽으로 진행할 생각이 있다”며 “베드타운을 벗어날 수 있는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터넷언론연연대 공동취재 / 대담: 국회 이민봉 기자 / 정리: 국회 박정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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