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혁신위 “개성공단 중단, 朴 전 대통령 일방지시로”
통일부 혁신위 “개성공단 중단, 朴 전 대통령 일방지시로”
  • 이민봉 기자 lmb0313@nate.com
  • 승인 2017.12.2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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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C 최종 결정’ 朴 정부 주장 사실과 달라”
개성공단 전경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가 정부 내 공식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거치지 않은 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일방적 구두 지시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조치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대응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혁신위)는 28일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비롯해 보수정부에서 이뤄진 주요 대북정책의 점검 결과를 담은 ‘정책혁신 의견서’를 발표했다.

김종수 혁신위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개성공단 중단 결정에 대해 “지난 정부 발표와는 달리 지난해 2월 1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 이전인 2월 8일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라는 지시를 내렸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지난해 2월 10일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전격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2월 10일 오전에 열린 NSC 상임위원회에서 이런 방침이 최종 결정됐다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혁신위가 당시 통일부와 청와대 관계자들을 상대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선 지난해 2월 7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열린 NSC 회의에서는 개성공단 전면중단이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 오전 김규현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홍용표 당시 통일부 장관에게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라는 박 대통령의 구두 지시를 통보했고다. 이날 오후 김관진 당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세부계획을 마련한 뒤 10일 발표가 이뤄졌다는 것.

혁신위는 “대통령이 누구와 어떤 절차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간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 과정에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지만 진위를 확인하지는 못한 것이다.

혁신위는 또 중요한 대외정책은 국무회의의 필요적 심의사항인데 중단 결정과정에서 국무회의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해야 하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는 구두로만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혁신위는 개성공단 중단 결정을 이행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은 법률을 뛰어넘는 초법적 통치행위”라면서도 “해당 조치는 반드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혁신위는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임성택 혁신위 위원은 “개성공단 중단 결정이 위법적 통치행위라고 표현하지는 않았다”면서 “처벌 여부는 법리적인 문제로, 위원회는 지난 시기 행위에 대해 의견과 견해를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는 또 당시 개성공단 전면중단의 주요 근거로 내세운 ‘개성공단 임금의 핵 개발 전용’ 문구는 “충분한 근거 없이 청와대의 의견으로 삽입됐다”고 밝혔다.

특히 당시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 정보기관 문건은 주로 탈북민의 진술 및 정황에 기초한 것으로 객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것이었다. 해당 문건에도 ‘직접적인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표기돼 있다고 혁신위는 설명했다.

이밖에 혁신위는 통일부가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및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망명을 발표한 것은 탈북 사안을 공개하지 않던 관례와 배치된다면서 “북한 정보사항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혁신위는 “통일정책의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남북관계에 전문성을 가진 통일부의 판단과 의견이 존중되어야 하며 일정한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통일부의 깊은 자기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통일부는 이런 혁신위의 지적에 대해 입장자료를 내고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이겠다”면서 “혁신위가 제안한 통일부 혁신방안에 대해서는 필요한 후속조치를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종수 위원장(가톨릭대 교수)을 비롯한 9명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혁신위는 지난 9월 20일 꾸려져 약 3개월 동안 대북정책 추진과정을 점검해 ‘정책혁신 의견서’를 마련했다. 통일부는 앞으로 이를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청와대 이민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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