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MB 發 ‘정치보복’ 성명에 “분노의 마음”
文 대통령, MB 發 ‘정치보복’ 성명에 “분노의 마음”
  • 박정배 기자 jayman1@naver.com
  • 승인 2018.01.1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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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어조에 노기…인내만이 능사 아냐”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이명박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사건 검찰 수사에 대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성명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의 어조에는 ‘노기(怒氣)’가 느껴졌다는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전언이다.

문 대통령은 18일 오전 박 대변인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이 마치 청와대가 정치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한 데 대해, 이는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며 대한민국 대통령을 역임한 분으로서 말해서는 안 될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이고 정치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검찰 수사와 직결된 국내 정치적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의견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사실 전날 오후 이 전 대통령이 성명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청와대는 “노코멘트”라며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이 참석한 현안 점검회의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성명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정면 반박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어제 ‘노코멘트’라고 한 것은 청와대가 어떤 말도 안 하겠는 뜻이 아니라 어떤 말을 할지 결정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며 “내부 논의를 거쳐 대통령의 말씀으로 (입장이) 표현됐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분노’라는 단어를 이용해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박 대변인도 본인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 대통령이 ‘분노’를 말했다”며 “제가 대변인을 하면서 처음 듣는 말”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인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이 같은 직설적인 화법으로 불쾌감을 표시한 데는 오랜 동지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이를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이 보수를 궤멸시키고 또한 이를 위한 정치 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문 대통령의 개인적 분노를 일으킴과 동시에 공공질서를 훼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거론한 게 불쾌하겠지만, (이 전 대통령이) 사법질서를 부정했다는 지적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의 분노가 개인적인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라며 “대통령의 분노는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입장 발표가 국론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많은 인내를 해왔지만 모든 것을 인내하는 게 국민통합이 아니다”라며 “정의롭지 않은 것에는 인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언급이 검찰 수사에 영향을 끼치거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입장 발표가 검찰에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취재진의 지적에 대해 “청와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말라는 게 국민 명령”이라면서 “그런 꼼수는 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현 정권과 전 정권이 직접 충돌하는 모양새가 부정적 기류를 만들 수 있다는 상황 인식도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전·현 대통령 간 편 가름이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에 “그렇지 않다”면서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이 국민 편 가르기를 더 심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청와대 이민봉·국회 박정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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