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상식!
  • 김동초 기자 chodong21@hanmail.net
  • 승인 2018.02.1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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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에 학생 두 녀석이 교실에서 박 터지게 다투고 있었다. 서로 짓패지는 않았지 엄청난 설전이다. 한데 아이러니한 게 두 녀석이 몹시 친하다는 것이다.

설전의 내용인즉슨 곱셈을 가지고 다투는데 한 녀석은 우등생이고 한 녀석은 그냥 꼴통이다.

6x8=48을 놓고 우등생은 48이라고 했지만, 꼴통은 47이라고 박박 우기고 있었다. 그냥 우기고 보는 거다. 자기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는 별문제가 되지 않는 녀석이다.

그걸 바라보던 꼰 데가 두 녀석을 바라보더니 정답을 맞게 얘기한 우등생 녀석을 불러내서 와이셔츠 소매를 걷고 매우 패버렸다. 이에 꼴통 녀석은 영문도 모른 채 좋아 뒤지고 있었다.

한참을 팬 후 쌍코피가 터진 우등생을 자리로 들어가라고 했다. 그러고도 분을 이기지 못한 꼰 데가 매우 줘 맞고 아직도 맞은 이유를 몰라 얼굴이 벌겋게 상기돼 있는 우등생과 영문을 몰라 웅성거리는 학생들에게 우등생이 신나게 줘 맞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을 했다.

세상을 살면서 제일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사람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선택한 사람으로 인해 세상의 운명이 엄청나게 달라진다는 얘기였다. 그러기에 잘못된 선택은 혼자만의 가벼운 잘못이라고 넘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물며 기본인 구구단을 가지고 박박 우기는 인간과 친구가 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한 것은 그 죄가 가볍지 않아 죽지 않을 만큼 팬 것이라 했다.

이 말을 들은 우등생은 쌍코피 터진 얼굴이 더욱 붉어졌고 꼴통 녀석은 구구단은 몰라도 결국 자신이 쇼트 밥이라는 건 촉으로 알게 된 후 무한한 쪽팔림에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필자도 한참을 생각에 잠겨야 했다. 내가 살아온 발자취를 보면 주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편이 많았다.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과 수준을 갖지 못한 상대를 무시하거나 업신여긴 적도 없지 않았으리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국, 섬뜩했지만 나는 꼴통보다 오히려 한심 한 생을 살아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일부 스쳐갔다.

마음이 스산하고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그렇다, 세상은 소수의 우등생과 꼴통, 그리고 다수의 어중간한 모범생 이들이 적당히 어울려 세상을 형성하고 아웅다웅 살아간다.

그게 세상이다. 지금의 정치계도 그렇다. 상식을 벗어나 생각이 거의 엉망이고 꼴통인 정치꾼들과 더불어 정상적이고 법치를 따라 행하는 정치인들을 끌어내 죽으라고 패버리면 꼴통 정치꾼들이 깊이 반성하면서 세상이 바로 서지 않을까? 하지만 그건 바람 일 뿐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인다.

그런 교훈과 수치스러움을 느낄만한 판단력을 가진 정치꾼들이라면 애초에 이렇게까지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친 않았을 것이다.

선생의 명판결마저도 이 시대 대한민국에선 한낱 요원한 바람이나 사치 일지도 모른다. 아이를 둘로 갈라 나눠주라던 솔로몬도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해선 아마 답이 없을 것이다.

이게 세상이냐, 법정에선 신을 능가하는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을 쥔 판사들이 상식을 짓밟고 무시하는 기가 막힌 판결을 하는 현실에선 이미 희망이 없다. 법이 무너지면 위기지만 상식이 무너지면 그냥 끝이다.

이민을 떠나는 이들의 심정이 다소 이해가 가는 현실이다. 그래도 여기서 태어났으니 여기서 뒤질 때 까지 끝을 봐야지, 그게 대한민국의 사내나 계집이 할 일이다. 그리고 그게 상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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