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성폭행 의혹' 기자회견 전격 취소
안희정, '성폭행 의혹' 기자회견 전격 취소
  • 박정배 기자 jayman1@naver.com
  • 승인 2018.03.0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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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출두가 먼저…빨리 나를 소환하라"
안희정 전 충남지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예정된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했다. 안 전 지사는 여비서와 본인이 만든 연구소 여직원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안 전 지사는 8일 오후 1시경 신형철 전 충남지사 비서실장을 통해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서 "검찰 출석 전 국민과 충남도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드리려 했지만 모든 분들이 신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이른 시일 내에 검찰에 출석해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기자회견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검찰은 한시라도 빨리 저를 소환해 달라"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안 전 지사는 지난 5일 저녁 공보비서를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보도되자 잠적했다. 하지만 직접 나와 사과 및 해명을 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잠적 나흘째인 이날 오후 3시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성폭행 의혹과 관련한 본인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

일각에서는 전날 밤 언론에서 본인의 추가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부담을 느껴 기자회견을 취소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안 전 지사의 기자회견 취소에 여성단체 등은 단단히 뿔이 났다. 또 전날 밤부터 안 전 지사를 기다리며 진을 쳤던 취재 기자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도청 밖에서 대기하던 4대 중대 300여 명의 경찰관도 철수했다.

안 전 지사 측이 입장을 번복하자 일부 시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또 네티즌들은 "추가 폭로자가 나오자 시간을 벌고 검찰 조사 대응 계획을 세우겠다는 거냐", "애초부터 기자회견이 아니라 검찰 조사를 받는 게 맞았다", "검찰 조사는 조사고, 그동안 지지한 사람들의 실망감을 생각해서 직접 사과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me too'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기로 했던 여성단체도 목소리를 높였다. 임원정규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공동대표는 "피해자에게 먼저 사과하고 검찰 조사를 성실하게 받아야지, 그보다 먼저 기자회견을 연다는 것은 애초부터 정치적이며 성급한 판단이었다"며 "취소를 알리는 문자메시지에도 검찰 수사에 대한 내용만 있지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는 없었다"고 규탄했다.

이어 "안 전 지사를 보좌하는 캠프 사람들 역시 그동안 성희롱 문제를 가볍게 여기다 보니 계속 급하게 대응을 마련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충남도청 공무원들도 황당하거나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충남도 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들은 오후 2시 30분경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회견 취소는 국민을 우롱한 처사"라면서 "충남 공직자로서 피해자에게 머리숙여 사과하며, 안희정은 국민과 도민 앞에 먼저 사과하고 즉시 자진 출두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충남도 한 공무원은 "도청에 기자들이 이렇게 많은 건 처음"이라며 "충남도청이 성폭행 의혹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국회 박정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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