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데이트폭력은 더 이상 사랑싸움이 아니다
[기고] 데이트폭력은 더 이상 사랑싸움이 아니다
  • 인천삼산경찰서 부개2파출소 순경 김정빈 kmaeil86@naver.com
  • 승인 2018.04.26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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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부산에 거주하는 한 여대생이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했다가 가혹한 폭행을 당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폭행당시 모습이 담긴 CCTV도 같이 공개가 되었는데 가해자 남성은 폭행으로 이미 기절한 여성을 짐짝처럼 질질 끌고 가며 감금까지 가했다.

여성긴급전화(1366) 상담 통계에 따르면 데이트폭력 상담의 경우 2014년 1591건에서 2015년 2096건, 2016년 4138건, 2017년에는 8291건으로 늘었다.

데이트폭력 유형에는 폭행, 구타나 감금 같은 물리적 폭력뿐 아니라 폭언이나 무시, 상대의 핸드폰 문자나 채팅기록을 일일이 감시하려 드는 비물리적 폭력인 통제와 감시가 대표적인데 이 행위가 마치 애정도를 확인하는 것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데이트폭력에서 물리적 폭력을 저질러 검거되는 가해자는 극히 일부며, 대부분의 데이트폭력 가해자들의 폭력 유형은 이런 통제행동이라고 한다.

데이트폭력에서 중대한 폭력만 심각하게 여기고 비물리적이고 경미한 폭력은 경시하는데 경미한 폭력이 문제인 이유는 이것이 반복되면 폭력에 무감각해지고 그러다보면 심각한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트폭력은 엄연한 범죄임에도 연인 간‘사랑싸움’정도로 치부해버리는 인식이 강해서 사법기관에 신고조차 하지 못하거나 피해자 스스로 가해자 처벌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데이트폭력을 경험한 여성 가운데 절반 이상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데이트폭력은 사건의 특성상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냥 놔둘시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가 다수이다.

부부싸움도 가정폭력 범죄로 변하듯이 데이트폭력도 더 이상 연인간의 사랑싸움이 아닌 오랫동안 누적된 잘못된 관행으로 청산해야 할 적폐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 경찰은 이러한 데이트 폭력에 대한 심각성에 112신고접수부터 별도의 코드를 신설하고 가해자에게 서면경고장을 발부하는 등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고 있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한데 가령 데이트 폭력 피해자가 이상 없다고 하는 말을 그대로 믿지 말고 상황 판단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실 예로 작년에 유부남인 기간제교사가 헤어지자는 여성의 집에 침입 후 여성을 감금·폭행한 사건이 있었는데 신고를 받고 간 경찰관에게 피해 여성은 가해자의 협박을 받고 별 일 아니라며 경찰을 돌려보내려 했으나 경찰은 여성의 말을 듣지 않고 현장에 머무른 후 가해 남성을 체포해서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연인 사이의 데이트 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엄하게 처벌하는 법적·제도적 대응책이 시급한데 데이트 폭력의 경우 가해자 접근 금지 청구권이나 피해자 진술 보호권 규정이 없어 이와 관련, 재작년 2월 가해자를 격리 할 수 있는 등의 조치를 담은‘데이트 폭력 처벌 특별법’을 발의 했으나 국회 법사위 심의도 되지 못한 채 폐지된 바가 있고 지난해 7월‘데이트 폭력 등 관계집착 폭력 행위의 방지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으나 여전히 계류중이고 올 2월 법무부가 상반기 중에 내놓기로 한‘스토킹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법’은 아직 윤곽도 드러나지 않은 수준이다.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경찰청 등 관계 기관의 협력이 하루 빨리 이루어져“여성과 그 밖의 사회적 약자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관련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고 한 정부의 실질적 대응방안이 하루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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