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언제부터 효도가 덕목인가
[덕암칼럼] 언제부터 효도가 덕목인가
  • 경인매일 회장 德岩 金均式 kmaeil86@naver.com
  • 승인 2018.05.08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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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살아생전 섬기길 다 하여라.

죽어서 다시 고쳐 못할 일 이뿐인가 하노라. 조선 시대 문인이었던 송강 정철이 남긴 말이다.

올해로 45주년을 맞이하는 어버이날 전국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민요 가수와 각종 음식이 준비되어 잔칫날 분위기가 연출된다.

물론 이날만 치러지는 일회성 행사에 많은 어르신들은 그나마 어색한 박수로 화답하지만 정작 기념수건이나 받아들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주자 십 회 중에도 부모 불효가 후회로 군자의 열 가지 후회 중 가장 큰 것으로 불효를 손꼽는다.

이미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오던 많은 삶의 경험을 통해 전해지는 고사성어 중 문명이 발달한다고 안 맞는 게 있던가.

격언이나 진리는 시대와 무관하게 고고히 전해지는 삶의 교훈이자 우리가 모두 공감해야할 순리다.

필자 또한 부모님 살아 계심에 늘 감사하면서도 미룬 날들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자책의 시간을 보낸다.

업무적으로 하루에도 수 십 통씩 보내는 카톡이나 문자메시지중 부모님께는 어색하리 만치 인색했던 시간들.

밥 한번 먹자, 술 한잔 하자며 지인들과 보냈던 많은 시간 중 부모님의 비중은 마음 한 구석에 자리했을 뿐.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그래질까 두렵고 죄송할 뿐이다.

빛바랜 흑백사진 앨범을 보고 또 보며 과거를 회상하던 시절은 지났다.

스마트폰으로 찍어 전송하거나 동영상으로도 언제든 볼 수 있는 첨단과학의 시대에 돌입했지만 정작 우선순위에선 늘 미뤄왔던 게 부모님이었고 백년천년 살아계실 것만 같은 마음에 받기만 하던 습관에 젖어왔는지 모른다.

돌아보면 아닌 것 같아도 우리가 모두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자식의 도리다.

채권변제처럼 다 했다는 선은 없기 때문이고 하염없이 받은 만큼 돌려드려도 낳고 기른 정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는 인륜이자 천륜이 증명하지 않을까.

최근 어버이날의 공휴일 지정을 두고 찬반양론이 대두되고 있다.

일부 매체에서 여론을 조사한 결과 65.8%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남성이 여성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공휴일로 지정되면 찾아가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결코 반가운 일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5월은 가정의 달이자 공휴일이 제법 많은 편이다.

이래저래 쉬는 날이 많음에도 어버이날이 더해진다면 생활의 변화 또한 적잖을 것으로 예상한다.

일장일단이야 있겠지만 이 나라 어버이 모두가 격동의 시대를 겪으셨고 그분들의 피땀과 정성으로 일궈 놓은 게 현재의 대한민국임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

과거 얼음물에 빨래하고 장작불 가마솥에 밥을 지으시던 전설이야 옛이야기라 치자.

최소한 아래위는 있어야 하고 한국인 고유의 도덕은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증손자·증손녀뻘 되는 나이의 젊은 사람이 굳이 보란 듯 맞담배로 어르신들의 심적 부담을 더 하거나 어쩌다 접촉사고라도 발생하면 연배를 막론하고 잘잘못을 따지는 모습이 그러하다.

내 부모만 부모가 아니듯 현재의 기성세대가 하는 모든 언행은 후세들이 본받아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

한때지만 우리가 동방예의지국으로 상당한 자부심이 넘치던 시절이 있었다.

나이가 계급은 아니지만 내 자식 아끼듯 내 부모 아끼고 내 부모 모시듯 남의 부모에게 예를 지킨다면 얼마나 훈훈한 사회가 될까 싶다.

사소한 조직에서도 위계질서가 있다면 함부로 평가하지 못하듯 한국사회의 도덕과 예의범절의 수준은 우리나라를 평가하는 제3국에서 볼 때 상상 그 이상의 가치를 존중받을 수 있는 모습일 것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공손한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다르게 한다.

누구나 각자의 프로필은 다를 수밖에 없다. 배운 거, 가진 거, 머리 들은 거, 하는 일. 하지만 참 보기 좋네! 사람이 행동거지가 반듯한 것이라는 말 정도는 들어야 하지 않을까.

효도가 자랑이나 덕목이 아니듯 윗사람에 대한 예의 또한 계산된 언행이 아니어야 한다. 그저 마음에 있는 그대로 섬기고 모시는 마음이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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