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권불육십년 허술한 보수의 붕괴
<덕암칼럼> 권불육십년 허술한 보수의 붕괴
  • 경인매일 회장 德岩 金均式 kmaeil86@naver.com
  • 승인 2018.06.18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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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는 국민 모두의 예상에 적중했고 보수의 참담한 패배는 정해진 절차였다.

법의 잣대로 내려진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에서 시작된 보수의 몰락,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조의는 잠재된 분노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기대하는 절대다수의 여론이 촛불로 이어졌다.

정권의 허물은 어느 기준에서 보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최순실 국정농단도, 삼성의 승마지원도, 문화계의 블랙리스트도, 과거 정권에서는 당연히 그럴 수도 있는 일들이었다.

하지만 백성의 분노와 변화를 바라는 열망의 환경 속에서는 충분한 죄가 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위기대응조절 타워의 부재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졌고 분노는 의혹을 눈덩이처럼 불리는 촉매제가 됐다.

때마침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의 성사는 당장이라도 한민족의 통일을 앞당기고 전쟁의 공포로부터 종지부를 찍는 듯 여세를 몰고 가니 선거 판세는 그 누구도 뒤집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1805년 시작된 안동 김씨의 세도는 60년간 말이 법이었다. 1864년 고종이 즉위하고 흥선대원군이 섭정을 하기까지 모든 법도가 안동 김씨 일파에 의해 좌우되고, 뇌물과 매관매직의 성행이 본전을 뽑기 위해 또 다른 폐단을 낳았다.

온갖 병폐는 백성들의 민란을 낳았고 결국 그 정권은 붕괴를 맞이했다. 지금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다. 은행가에서는 자신의 자식을 형식적인 면접으로 취업시키고 대표적으로 강원랜드의 취업비리는 상대적으로 누군가의 억울한 피해로 이어졌다.

영남권 백성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은 정권이 오만과 나태로 이어졌고 종래에는 부패로 변질한 것이다. 반대로 어쩌다 시대를 잘 타고 얻은 이번 선거의 벼슬자리에 대해 당선자들은 개인적으로 충분한 자질이 있음에도 누가 출마해도 될 것이라는 절대적 여론 속에 당선된 만큼 특정 정당에 무임승차라는 오명(?)을 쓸 수 밖에 없다.

공부 못하던 학생이 어쩌다 100점 받으면 장하단 소릴 듣지만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넘치는 학생은 잘해야 본전이다.

혹여 사소한 잘못이라도 발견될라, 치면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거나 그×이 그×이라는 비평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국민적 기대감이 문제없이 차분히 성사되려면 무엇보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광복 이후 정권에 빌붙어 기생하던 메이저 언론의 흔적을 보면 역사와 국민에게 얼마나 큰 업을 쌓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막대한 예산, 첨단장비, 전문인력을 갖추고도 생산하는 뉴스를 보면 프리랜서 몇 명이면 충분히 하고도 남을 가치에 그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엄청난 죄인으로 묘사하며 같은 장면을 수 십차례나 내보내던 방송이 재임 당시 얼마나 소름 돋게 칭찬이 극치를 달리며 아부했던가, 십 수 년이 지난 정보를 감춰뒀다가 때가 되면 처음 찾아낸 것처럼 특종으로 방송하며 국민들을 헷갈리게 했던 긴 시간이 있었다.

최근 뉴스만 해도 오직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국물이 멀겋도록 우려먹고 재탕하고 또 쪼개고 반복한다.

정작 보도해야 할 인권, 문화예술, 복지, 사건사고는 가위 치는 엿장수의 기준에 따르는 것일 뿐 공기의 역할에 대한 의무나 가치는 실종 된지 오래다.

언론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기레기 취급을 받는 이유도 언론 스스로의 업보이며 지금처럼 여대야소가 아니라 여유야무의 상황에서 야당을 대신하여 견제와 지적의 역할까지 해내야 하는 역사적 숙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결과를 두고 보수의 몰락이 아니라 적폐의 멸망이라는 단어까지 오르내린다. 사회를 급진적으로 개혁할 것이냐, 아니면 안정적이고 점진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냐 하는 기준이 진보와 보수의 차이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 기준조차 대중이 판단하는 것이다. 안동김씨의 60년 세도나 영남권이 지역감정 조장 덕분에 누려온 광복 이후 60년, 봄날은 또 다른 시대를 맞이했다.

권불천년 이려면 민심이 천심임을 새겨들어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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