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어따 대고 총질을 비겁한 변명입니다
[덕암칼럼]어따 대고 총질을 비겁한 변명입니다
  • 경인매일 회장 德岩 金均式 kmaeil86@naver.com
  • 승인 2018.07.27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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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미도의 한 장면으로 많은 관객들의 기억에 남는 말이다.

특공대 역을 맡은 설경구가 중대장 역을 맡은 안성기에게 날리는 이 멘트는 서로가 감싸 안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감추고 총질을 해댈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장면이다.

결국 안성기의 폼나는 자결로 영화장면을 숨막히게 이어가지만 현실의 국방장관 청문회를 보면 정반대다. 문건을 보고했다는 주장과 그런 보고 들은 적도 없고 그냥 놔두고 가라했기에 잘 모른다는 핑퐁(?)을 보며 탁구경기를 보는 듯 하다.

어쨌거나 세상이 뒤집어지다보니 나름 국가비상사태를 준비했다는 시나리오의 이면은 섬칫하기까지 하다.

이미 과거 역사를 거슬러보면 민중을 희생양으로 삼기 위해 총질을 해댄 게 한두 번인가. 어쩌면 그렇게 눌러본 경험을 토대로 언제든 누르면 된다는 착각이 국가를 위기에서 구한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광주 민주화 운동 때 헬기가 총질을 하고 38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근본적인 진상규명이 시원찮은 상황이다.

문건 작성의 목적이 아무리 위기극복이라 하더라도 당시 정황을 참작해보면 어이가관이다. 광화문에 모인 촛불집회가 국가 전복위기였던가, 전 세계에서 괄목할 만큼 민주적인 집회였고 모인 구성원들 또한 순수한 시민이었다.

시나리오대로 라면 시민들을 향해 장갑차를 몰고 수틀리면 총질까지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문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반응은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군 병력 동원 계획은 물론 국회, 언론, SNS 통제 방안까지 담겼다는 점에 대해 성역없는 수사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문책이 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이 문건에 따라 국민의 촛불시위를 제압하기 위해 계엄을 발동했다면 얼마나 많은 무고한 목숨이 1980년 5월처럼 같은 일을 반복하고 그 진상은 수십년 후로 밀려났을는지 알 수 없다.

칼날을 목에 대고 죽인다고 협박했다가 칼만 치우면 무죄인가. 죄 중에는 미수가 있다. 살인미수, 방화미수, 성폭행미수, 어떤 범죄를 시도하려다 중단하거나 실패했을 때 미수라 하는데 국민의 세금을 걷어다 준비한 총과 무기로 국민을 향해 사용하려다 실패한 게 단순한 범죄인가.

권력유지를 위해 백성을 살육한 역사가 한 두 번인가. 그 어떤 범죄보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중죄다.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저런 실수도 욕심도 부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폼나게 인정하는 것이 개구리 성기만큼이라도 존경받을 수 있는 길이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방송카메라 앞에서도 낯짝 쳐들고 아니라고 우기는 꼬락서니를 보면 과연 대한민국 국방부의 컨트롤 타워가 저 정도 수준이었나 싶을 만큼 납득이 가질 않는다.

마지막으로 군인답게 진솔하고 용감하게 인정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안 그래도 방산비리 추궁에 생계형이라고 답변했다가 공분을 산 게 불과 얼마 전이고, 어떤 정치인은 연평도에서 보온병을 포탄 이라고 말해 국민들에게 웃음꽃을 선사한 적도 있었다.

지금에서야 불거진 일이지만 만약 박근혜 정부의 어두운 그림자가 잠들지 않고 살아나 활개를 쳤다면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질지 참으로 아찔한 상황이다.

그냥 묵인하거나 대충 넘어간다면 공범이다.

제대로 낱낱이 파헤쳐서 슬그머니 시간이 약이 되길 바라는 반역자들의 끝을 보아야 한다. 어따대고 총질을…비겁한 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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