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모든 사람의 마음이 건강과 질환이라는 양끝점을 가진 연속적인 선위에서 있다
[의학칼럼]모든 사람의 마음이 건강과 질환이라는 양끝점을 가진 연속적인 선위에서 있다
  • 의학박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송태홍정신건강의 kmaeil86@naver.com
  • 승인 2018.11.27 17: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신과 질환과 치료에 대한 대국민적 인식개선을 위해‘정신과’란 과의 명칭을 ‘정신건강의학과’로 바꾸고 ‘정신분열병’을‘조현병’으로 바꾼 지 벌써 만 7년이 지났다.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영향력 있는 방송인들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필자가 느끼기에 최근 몇 년 동안 정신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꽤 많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 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가해자가 우울증 약을 복용하였고 정신감정을 받는다는 기사를 보았는 데 그 기사의 댓글 중 우울증 환자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의 댓글을 여럿 보았다. 또 한 사건으로 인해 무고한 환자들이 이러한 공격을 받는다는 생각에 필자는 참으로 마음이 불편했다.

정상인과 정신질환자라는 절대적 경계는 애초부터 없다. 필자는 모든 사람의 마음이 건강과 질환이라는 양 끝점을 가진 연속적인 선 위에서 매일매일 왔다 갔다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 마음이 많이 힘들고 불면과 같은 증상들이 나타난다면 질환에 가까운 것이고 또 치료를 통해 증상에서 회복이 된다면 건강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 누구도‘나는 정신적으로 완전히 건강하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야!’라고 장담할 수 없다. 필자도 전공의 시절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에 대해 선배와 함께 공부하다 이 질환이 나의 증상과 딱 맞는다는 판단에 선배에게 약물치료를 받고 전문의 시험과 논문 작성에까지 큰 도움을 받았다. 같은 사람이 정신과 의사인 동시에 정신질환자도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한편 본인의 힘듦 때문에 정신과 진료를 너무나 받고 싶어도 진료기록이나 취업, 진학, 사보험 가입 등에 대한 오해 때문에 진료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항공기 조종사 등 극히 일부의 직업에서 법에 의한 진료 기록 제출 요구를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인의 진료 기록을 다른 사람이 보게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물론 이 경우도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취업과 진학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얘기다. 또한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사보험 가입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잘못된 견해다. 정신과 치료 경험이 사보험 가입의 제한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해당하는 사람이 중증 질환자가 아닌 경우 보험사가 정신과 진료 경력만으로 보험가입을 거부한다면 이는 명백히 부당한 것으로 충분히 이의를 제기할 만한 문제가 된다.

이렇게 오해들에 대한 설명을 상세히 해도 정작 본인이 진료에 오지 않으면 정신과 진료는 성사될 수가 없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필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 건강을 챙기는 것을 다른 어떤 것보다 가장 우선순위에 두면 좋겠다. 나를 사랑하고 내 건강이 최우선이라면 힘들 때 전문가를 찾아가 필요한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국가적으로도 자살 1위국의 오명을 벗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정신건강의학과 상담료에 대한 환자 부담금을 조정하였고 특히 동네의원 상담료가 많이 줄어 비용도 저렴해졌다.

그 동안 무엇이 당신으로 하여금 정신과 진료를 꺼리게 했던가? 내가 힘들다고 느껴지거나 남들이 나에게 정신과 진료를 권한다면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보는 것은 어떤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