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 김도윤 기자 mostnews@naver.com
  • 승인 2019.01.0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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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기자

2018 무술년(戊戌年)은 되돌아보면 갈등의 연속이었던 한해였다.

남녀가 대립하고 노사가 충돌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맞서고
정부는 적폐와 비적폐, 블랙과 화이트라는 이분법적 규정을 지어 갈등을 야기시켰다.

남북이 서로 총칼을 겨누던 외부의 불안감은 잠시나마 불식시킨 무술년이었지만 되레 내부에서는 크고 작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남성과 여성은 차별이라는 명목으로 2018년도를 뜨겁게 달궜다. 여성들은 거리로 나와 혜화역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남혐과 여혐은 서로 출동하며 불꽃튀는 젠더전쟁을 벌였다.

미투운동은 여성이 받고 있는 차별과 그동안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세상 밖으로 꺼냈다는 것에 의미가 있지만 점차 변질되면서 '무고'한 이들 조차도 낙인 찍어버리는 결과를 양산해냈다.

노사는 어떠한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쌍용차 해고자들은 10년만에 복직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사측이 그간 경영난을 이유로 2009년 2600여명을 정리해고하고 파업을 이어나가는 동안 30명이 귀중한 목숨을 스스로 끊는 가슴 아픈 일도 발생했다.

그러나 노사의 충돌은 2018년에도 어김없이 발생했고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에게 되레 화살을 겨누어 비판하는 총파업을 결의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한 결과다.

정규직과 비정규직도 마찬가지다.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을 비롯해 대다수 공기업들이 정부의 방침대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면서 갈등이 발생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되레 '채용비리 게이트'로 전락했으며 '형평성' 논란을 야기시켰다.

특히 치열한 경쟁을 뚫고 힘겹게 공공기관에 정규직으로 취직한 사람들은 이들을 향해 '무혈입성'이라는 싸늘한 시선을 보이며 대규모 소송을 내기도 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적폐청산"을 화두로 내걸고 야심차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적폐와 비적폐의 사이에서 국민의 지지를 절반만 받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원랜드 채용비리에 대해 일벌백계를 내세우며 강력한 근절을 표명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을 비롯해 불공정 갑질, 학사·유치원 비리, 안전분야 부패, 재건축·재개발 비리 청산 등 우리 생활에 밀접한 생활적폐들까지 청산을 약속했다.

그러나 국정농단에 대한 엄정한 단죄로 시작한 적폐청산은 현재 근원적으로 많은 국민의 기대였던 입법, 사법, 행정의 적폐를 빠르게 청산하지 못해 국민들이 허탈함을 표하고 있다.

특히 연말 김태우 수사관 폭로로 시작된 청와대 내부의 문제들과 민간인 사찰을 지시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국민들은 또 다시 "그놈이 그놈"이라는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냉소에 이르렀다.

갈등의 연속이던 무술년(戊戌年)이 지나고 기해년(己亥年)이 찾아왔다.
"갈등은 인간의 보편특성이지만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 또한 인간의 보편특성"라는 하버드대학교 스티븐 핑커 교수의 말처럼 2019년에는 갈등으로 인한 문제를 떠안기보다는 갈등에 따른 문제 해결을 위해 두 손을 걷고 나서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감당하는 것도 보편적 특성이고 해결하려는 것도 보편적 특성이라면 올해는 해결하려는 의지가 보다 만연할 수 있는 기해년(己亥年)이 되길 바라본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 화두인 '경제' 문제 해결로 인해 국민이 각자의 삶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들이 나오고 불평등을 넘어 평등으로 다함께 잘사는 사회로 가는 첫 해를 만들어 보겠다는 문 대통령의 바람이 꼭 이뤄졌으면 하는 소망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다. 지난 한해 무수했던 갈등이 대한민국을 한단계 성숙하게 만들기 위한 진일보적 발걸음이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2019년도를 새롭게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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