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날과 흙 수저
흙의 날과 흙 수저
  • 하상선 기자 hss8747@naver.com
  • 승인 2019.03.1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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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선 기자
하상선 기자

 

오늘은 한국에서 토양의 소중함과 보전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2015년부터 매년 3월 11일은 법정기념일 ‘흙의 날’이다. 횟수로 5회째를 맞이하는 흙의 날의 3은 천·지·인 3원과, 농업·농촌·농민의 3농을 의미하고 11은 한자 흙 토(土) 자를 풀어쓴 십(十)과 일(一)을 의미한다.

이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점차 심각한 고령화로 맥을 잃어가는 농심의 부활이 필요하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이제 2일 남은 농협조합장 선거가 다가오고 있음을 감안할 때 흙의 날은 참으로 중요한 날이다 하겠다. 농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농협의 발전을 가져와야 할 시기에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가히 딱하다 싶을 만큼 부정적 공격이 심각한 실정이다.

경기도 안산의 경우 A 농협 조합장선거에서 퇴비나 종자씨앗 납품과 관련하여 충분히 저가매입이 가능함에도 대리점을 끼고 고가에 납품받아 뒷거래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가하면 문란한 사생활까지 거론되면서 건전하게 운영되어야 할 농협의 어두운 이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혹자의 전언에 의하면 적지 않은 농협에서 유사한 거래가 횡행하고 있으나 고질적인 지연, 학연, 혈연관계로 얽혀 있는 토속세력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농업에 종사하는 조합원들 대부분이 지역 주민들의 오래된 관행에 의지하는 점이나 얽히고설킨 인간관계가 유지되는 한 조합장의 자리는 막강한 권한과 예산을 휘두르는 자리이자 거액의 금융시장과 맞물려 그 위세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돋보기로 살펴보면 상탁하부정이다. 농협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스포츠, 정치경제 등 썩지 않은 분야가 어디 있으며 맑은 물에 고기가 못산다는 속담은 수 백년이 흘러도 여전한 실정이다. 이쯤에서 조합원들의 현명한 판단이 농협의 미래발전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크게 보면 농민들의 조합은 그렇다 치고 정치경제 군사 등 큼직한 분야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은 금수저들의 전쟁이라 할 것이다.

언제부터 흙을 터부시 했는지 정확한 근거는 없으나 날 때부터 금 수저라 하더라도 흙으로 돌아가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따라서 흙 수저라는 단어부터가 특권층으로부터 차별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입방아에 오르내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백년도 못 사는 금수저가 나대지 말아야할 이유도 어차피 흙에 묻혀 잘해야 이름 석 자 정도 남기 때문이다. 조금만 깊이 파보면 흙은 농사의 기본이고 작물이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곳이다. 흙의 처음을 보면 커다란 돌덩어리가 깨져서 돌과 모래로 변하고 유기물이 생기면서 흙이 만들어진다. 지질학자의 문헌을 인용하자면 바위에서 작은 알갱이 층이 만들어지기까지 약 200년이 걸리고 유기물과 합쳐 흙이 되기까지 수백 년에서 수만 년까지 걸린다고 한다. 토양은 식물에 양분을 공급하는 중요한 기능으로 먹는 식품의 95%는 흙에서 오고 의약품 화장품 건축자재 등으로도 쓰이며 홍수조절은 물론이고 토양에서 자라는 작물이 광합성 작용을 하면서 산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기에 공기정화기능도 한다.

뿐이랴 여름철처럼 온도가 높을 때 토양이 가지고 있던 수분이 증발하고 주위의 열을 빼앗아 온도를 내려준다. 이 같은 근거를 토대로 한국 토양의 환경적 가치는 약 281조 원에 달한다고 하니 흙의 날을 맞이하여 칭찬하고도 남음이 있다.

흙이 인간에게 주는 막대한 은혜에 감사한다고 손해 날 게 없지 않을까. 절기상 개구리도 입을 뗀다는 경칩도 지나고 날씨가 풀리면 한해 농사를 시작하는 3월이다. 농자천하지대본 이라했다. 천하의 가장 근본이 농업이니 농협조합장이라도 제대로 뽑아서 농심이 멍들지 않도록 제대로 처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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