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변화, 법 기준의 역행
시대의 변화, 법 기준의 역행
  • 김도윤 기자 mostnews@naver.com
  • 승인 2019.04.12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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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기자
김도윤 기자

시대가 바뀌어감에 따라 법의 기준이 뒤바뀌는 것은 심심치 않게 목격이 된다. 최근 여론의 화두였던 '양심적 병역거부'와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로 사실상 위헌 판결이 난 '낙태죄'도 이에 해당한다 할 수 있겠다. 

공공연하게 대한민국의 성역으로 간주됐던 군대와 종교 문제에 대한 법의 판단이 성스러운 영역조차 범해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11일 헌법불합치 판결이 난 '낙태죄'의 경우 무려 107년 처벌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사실 명확한 처벌규정이나 조항이 없어서였지, 그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여성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높던 고려시대에서는 좀 나았으리라, 그러나 조선시대만 하여도 여러 기록물을 통해 낙태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혐오가 지금보다 더 빈번했음을 볼 수 있다. 

시대에 따라 법의 기준이 바뀌는 상황은 종종 목격된다. 올해만 하더라도 시대에 흐름에 따라 정년의 연령이 늘어났고 양심적 병역거부가 사실상 인정됐다. 

그러나 이 같은 법 기준이 단순히 시대의 흐름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치부하기에는 우리 사회에 기준과 정체성이 너무나 모호하다. 

특히 위와 같은 헌재의 판단이 있는 당일에는 온 나라의 시선이 집중된다. 그리고 찬성 vs 반대로 나뉘어 각종 시위와 누리꾼들의 대결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만큼 사법부는 조심스럽고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에서의 판결을 해야한다는 뜻이다. 

불과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양심적 병역거부란 대한민국에서 존재할 수 없는 법이었다. 일부에서 외국의 사례를 들어가며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중요성을 내세웠지만 휴전인 국가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으며 국민들의 대다수도 이에 동의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날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남북간 평화분위기가 안착됨에 따라 사법부의 판단도 이와 함께 동요되는 사태를 가져왔다. 국민여론도 "휴전국가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말도 안 된다"라는 입장에서 일부분 "꼭 병역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는 대체 모색의 여론도 눈에 띄게 보였다. 

단순히 시대의 변화에 따라 법의 기준이 바뀐 것이라 생각해야할까. 
오히려 법의 기준은 역행하고 있지 않은가? 현재보다는 미래를 바라보고 판단해야할 사법부가 국민여론이나 정권의 분위기에 휩쓸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성해야할 필요가 있다. 

어느 것이 옳다고 볼 수 없다. 중대한 사안인만큼 찬반 양측이 서로의 이권과 의견을 내세우며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들겠지만 법은 흔들림없는 백년대계의 판결을 내려야할 것이다. 

11일 헌재가 판단한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도 어느 쪽에서는 환영을, 다른 쪽에서는 실망하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불과 2012년까지만 해도 합헌 결정이 내려졌던 낙태죄가 불과 7년만에 헌법불합치라는 판결로 뒤바뀌는 사태가 벌어졌다. 

7년동안 우리 사회에 커다란 반향이라도 일어난 탓일까? 낙태죄에 대한 판결을 불과 7년만에 뒤집을만한 소요와 사태가 우리 사회에 존재했던 것인가? 

아니, 모든 이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할 우리 사회가 일부분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할 필요가 있다. 한 사람 개개인은 동요하고 여론에 휩쓸릴 수는 있으나 법은 역행하고 잘못된 사고로 풀이하는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된다.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 '낙태죄를 폐지해달라"는 국민청원이 23만명을 넘은 바 있다. 
여론몰이와 정권의 눈치에 잣대가 뒤바뀌는 법의 역사를 국민은 원치 않는다. 

문득 법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두 눈을 가린 채 한 손에는 칼을 다른 한 손에는 저울을 들고 서있던 정의의 여신 디케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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