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접경지대를 가다] ②판문점 도라산 전망대
[남북접경지대를 가다] ②판문점 도라산 전망대
  • 박정훈 기자 dogomasung@nate.com
  • 승인 2019.04.2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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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판문점 선언 1주년… 남북한 평화의 온기 퍼질까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ㅎ업체 대표에게는 아무런 말을 들을 수 없었다.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직원을 통해서 몇 마디 말을 전해 들었을 뿐이다. 그는 “개성공단에 모든 걸 놓고 나왔고 그 후로 어떤 일도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일말의 기대가 있었지만, 북미 회담이 결렬되면서 속만 태우고 있다고 전했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 지 1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개성공단의 문은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

11일 북한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도라산 전망대를 찾았다. 좌측으로 개성공단이 보이고 망원경을 통해 보면 우리 입주 기업상호가 보일 정도로 가깝다. 김선구 기자
11일 북한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도라산 전망대를 찾았다. 좌측으로 개성공단이 보인다. 박정훈 기자

지난 11일 도라산 전망대에서 본 개성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망원경을 눈에 대니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이 보였다. 그 사이로 ㅎ업체 상호가 적힌 건물도 눈에 띄였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 ㅎ업체 대표가 할 말이 없는 이유를 알 듯도 했다. 공단 옆으로 개성 시내가 손에 잡힐 듯하다. 날씨가 맑아 송악산과 극락봉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선명하게 보인다.

판문점과 DMZ를 기점으로 벌거숭이 들판이 보이는 지점이 북한이다. 녹색 우림이 펼쳐진 남한과 대비된다. 송악산에 있는 나무를 베어 사용했는지 산 곳곳에서 흙더미가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망원경에 눈을 바짝 붙이고 북한 사람을 찾아봤지만, 어디에도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북한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와 남한 대성동 마을의 태극기가 남북 분단을 상징하듯 바람에 일렁이고 있었다.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의 모습은 무미건조했다. 나무와 숲이 없어 황량한 사막처럼 보였다. 활력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해설사의 설명을 듣더니 판문점 JSA가 있는 곳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안보관광 코스에서 기대했던 판문점 JSA는 들어갈 수 없었다. 지난해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두 손을 맞잡은 모습은 지금도 한편의 드라마처럼 국민들에게 생생한 기억으로 남는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을 추진하기로 한 날로 1년이 지났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판문각 계단으로 내려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오며 악수를 나눴고 문재인 대통령이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인사를 하자,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는 김 위원장의 돌발적인 제안으로 잠시 월경을 했던 문 대통령의 모습이 크게 화제가 됐다. 수십 년간 분단의 상징이었고 넘을 수 없었던 군사분계선을 단순히 하나의 선으로 만들었던 남북 두 정상의 만남은 역사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그러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왕래 등 9.19합의 이행은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다. 다만 '9·19 군사합의서' 정신에 따라 비무장화 조치가 이루어져 JSA 남북 경비병력은 철수했다.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JSA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남북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사진=남북정상회담 홈페이지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JSA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남북정상회담 홈페이지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앞두고 다양한 행사도 열린다. 특히 남북한 접경지역 500km를 평화누리길로 사람의 손으로 연결하는 행사가 열린다. 'DMZ평화인간띠잇기 운동'은 3·1 독립선언과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하고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축하하면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와 번영을 염원하는 국민 50만 명이 참여, 경기도 강화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이어지는 평화누리 길 500Km를 손을 잡아 연결한다.

도라산 전망대를 뒤로하고 제3땅굴로 이동하니 전망대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지하로 한참을 내려가 마주한 땅굴의 끄트머리는 남북 군사분계선에서 가장 근접한 곳이다. 땅굴은 지하의 냉기까지 더해져 으스스한 분위기까지 감돌았다. 땅굴의 남북 경계선은 쇠로 된 철문이 이중삼중으로 막아놓아 그 너머는 볼 수 없었다. 사람 두 명이 뛰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넓었는데 천장은 낮아서 고개를 숙이고 이동해야 했다.

안보관광 버스는 도라산 전망대와 땅굴을 돌아 도라산역 앞에 멈춰 섰다. 경의선은 남북 분단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남한 최북단에 위치한 이 역은 해발 156m의 도라산에서 이름을 따 지어졌다. 도라산역은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 철도 중 하나로 도라산리 민통선 안에 있다.

2002년 2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방한 때 김대중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2월 20일 도라산역을 방문, 연설하고 철도 침목에 서명하는 행사가 열리면서 한반도 통일 염원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가 됐다.

도라산역은 대륙을 향한 출발점이다. 서울역에서 56km, 개성까지는 불과 17km, 평양역까지 205km 떨어진 거리에 있다. 건물 지붕 모양은 태극무늬를 이용해 남북이 서로 손을 맞잡은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도라산역이 남북의 분단의 상징에서 남북의 연결고리가 되는 소망을 담고 있다.

오는 27일 판문점 선언 1주년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도라산역은 남북한이 육로와 철도를 이용해 다시 만나야 하는 평화의 장소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경의선 장단역에 있던 증기기관차는 2009년 임진각으로 옮겨졌다(사진 좌측). 임진각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소망을 담은 리본이 매달려 있다. 도라산역을 방문한 한 관광객이 방문 기념 스탬프를 찍고 있다(사진 우측 아래). 김선구 기자
"철마는 달리고 싶다" 경의선 장단역에 있던 증기기관차는 2009년 임진각으로 옮겨졌다(좌측). 임진각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소망을 담은 리본이 매달려 있다. 도라산역을 방문한 한 관광객이 방문 기념 스탬프를 찍고 있다(우측 아래). 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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