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세월호 민민갈등… 합동 대토론회로 봉합될까
끝나지 않은 세월호 민민갈등… 합동 대토론회로 봉합될까
  • 김도윤 기자 mostnews@naver.com
  • 승인 2019.11.2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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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4월 16일, 제주도를 향해 출발한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온 국민이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했고 비통한 심정을 함께 나누며 다시는 이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안된다는 진상규명 요구도 함께 목놓아 외쳤다. 

당시 안산은 시민들이 제2의 유가족이었고 오랜시간 동안 슬픔을 함께 나누며 아픔을 치유하고자 노력해왔다. 안산시민의 명소였던 화랑유원지에 추모시설이 들어섰으나 안산시민은 이해하고 또 이해했다. 그리고 5년의 세월이 흘렀다. 

5년의 시간이 지난 오늘날, 세월호는 슬픔과 아픔보다는 갈등과 분노를 조장하는 대상으로 바꼈다. 세월호와 관련된 기사는 갈등으로 도배된 네티즌들의 설전이 이뤄지고 있고 416 안전공원의 건립이 예정된 안산의 민민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으며 오는 27일 오후 3시에는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 내 이니티움 웨딩홀에서 합동 대토론회가 예정돼있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안산시가 화랑유원지 내 416 안전공원 건립을 발표하면서 촉발된 민민갈등 사태는 이제는 단순한 건립의 여부가 아닌 '안산시의 생존'이라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여론이 들썩하고 있다. 

앞서 안산시는 약 5차례 정부관계자, 안산시 관계자, 세월호 유가족 대표, 시민 대표 등 25인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열어 봉안시설의 건립을 위한 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

안산시는 이곳에서 도출해낸 의견 등을 통해 5년 동안 추모시설로 사람의 발길이 현저히 끊긴 화랑유원지에 416 안전공원 건립을 최종 승인 발표했고 이에 그동안 숨죽여 살던 안산시민의 분노를 촉발되며 대대적인 민민갈등으로 번진 것이다. 

먼저 416 안전공원의 건립을 추진하는 정부 당국과 안산시의 입장을 살펴보면 미국의 911테러 추모공원과 같은 세계적인 추모공원을 416 안전공원의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수많은 추모객이 방문하면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기 때문에 추모의 기능 외에도 경제적, 문화적인 이익이 있으며 건립 예정인 안전공원의 성격상 혐오시설이 아니고 대한민국 사회를 안전 중심, 생명 존중 사회로 변화시키는 대표적인 상징물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416 안전공원은 오는 2022년 완공 예정이며 부지 면적은 화랑유원지 약 61만 7000㎡ 중 3.7%인 2만 300㎡. 안산시는 전체 사업비 495억 원을 들여 △문화·편의 시설 등이 복합된 신개념 문화 공원 △희생자 가족과 시민 친화적 공원 △세월호 참사 역사성과 상징성을 살린 세계적 명소화 △희생자 봉안 시설 예술적 요소로 지하화 등을 목표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289억 원을 추가로 투입해 화랑유원지 전체 시설을 재정비할 예정이다.

유가족 측은 오늘날까지 안전 사회 건설은 진척되지 않았으며 안전공원 뿐만 아니라 세월호에 대한 진상 규명을 보다 강력히 요구하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 

정부 당국과 안산시, 유가족 측은 명품공원으로 재탄생할 화랑유원지 내 416 안전공원이 안산시 발전에 결코 저해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안전공원을 포함한 △어울림 마당 △희망트리 쉼터 △호수 데크로드 △기억의 정원 △특화분수 △화랑 F&B △경관 조명 △아이들 파크 △복합 체육시설 △X-게임장 조성 등을 통해 화랑유원지를 지금보다 더욱 세계적인 명품문화공원(관광명소)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고 있는 화랑지킴이 측의 입장도 분명하다. 이들은 매주 월, 목요일 정기 집회를 통해 화랑유원지 내 건립예정인 416 안전공원의 위치를 변경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화랑지킴이 측은 "안산시민의 전유물인 화랑유원지에 지난 5년도 모자라 명품공원으로 둔갑한 봉안시설이 들어온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전하며 "안산의 심장부가 되어야할 해당 부지가 10년, 100년 후에도 도심지 내 거대한 흉물로 남아 안산시 발전을 저해할 요소가 다분하다"고 밝혔다. 

또 "정부 주도로 건립이 예정된 해당 시설의 경우 유지 관리를 안산시가 도맡으면서 막대한 예산 지출은 물론 시민의 혈세가 낭비될 여지가 있다"면서 "화랑지킴이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안산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의지와 행동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바, 안산에서 태어나고 자랄 후손들에게 행복한 도시로 물려주기 위해 봉안시설을 시 외곽으로 옮겨줄 것을 명백히 밝히는 바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산시 내 민민갈등의 불길이 번지면서 이에 초미의 관심사가 된 416 안전공원을 두고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26일 안산시의회 자유한국당 강광주 시의원이 추모공원을 반대하며 삭발식을 거행했다.
26일 안산시의회 자유한국당 강광주 시의원이 추모공원을 반대하며 삭발식을 거행했다.

화랑유원지 인근 초지동에 거주하는 한모(37)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유족들의 슬픔에 공감하며 기뻐도 기뻐하지 못하고 숨죽인 인고의 시간을 거친 안산시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결국 또 한번의 희생강요"라면서 "일반시민조차도 정부의 416 안전공원 건립에 대해 반감을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는 모습에 안타까울 따름"고 밝혔다. 

또 다른 시민 김모(61)씨는 "안산시의 미래와 운명이 달린 사안인만큼 투명한 과정을 거쳐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같은 민민갈등은 초래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모습보다는 합당한 대안제시와 시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모습으로 건립이 추진된다면 이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시의 민의를 대변하는 기관인 안산시의회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27일 예정된 합동 대토론회를 하루 앞두고 안산시의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안산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랑유원지에 건립될 416 안전공원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자유한국당 강광주 시의원은 이날 기자회견과 함께 삭발식을 하며 "안산시의 백년지대계를 저해하고 미래발전을 위협하는 추모공원의 건립을 적극 반대한다"고 외치며 "정부 당국의 졸속 추진으로 귀결된 추모공원은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안산시민을 대표하는 기관의 한 사람으로써 끝까지 반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27일 오후 3시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 내 이니티움 웨딩홀에서 열리는 '416 안전공원 합동 대토론회'는 1부 화랑유원지에 대한 미래, 2부 촛불문화제로 나눠 진행되며 정당, 종교, 상업적 목적이 배제된 순수 시민단체 주최 토론회다.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표출될 오는 '416 안전공원 합동 대토론회'는 단체 기관장과 함께 정치 관계자와 시민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며 (주)경인매일(회장 김균식)의 주관 하에 진행, 실시간 보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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