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의 기자수첩]노 키즈 존, 상생은 어디에
[윤성민의 기자수첩]노 키즈 존, 상생은 어디에
  • 윤성민 기자 yyssm@naver.com
  • 승인 2019.12.03 11:29
  • 댓글 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성민기자
윤성민기자

(경인매일=윤성민기자)우리 사회에 혐오라는 감정이 스멀스멀 차오르기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혐오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한 나라였다.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을 나타내던 혐오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는 낮았으며 접할 기회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사회 기저를 혐오가 지배하기 시작했다.
맘충, 된장녀, 김치녀 등으로 촉발된 혐오라는 감정은 한남충, 남혐, 여혐, 자국혐오 등 모든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이제 우리는 오히려 혐오 받지 않는 집단에 속하기가 힘들게 됐다. 모든 계층이 서로를 혐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노 키즈존(No Kids Zone)’이 화두다. 조용한 분위기의 식사나 티타임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분명 노키즈존을 표방하는 업소들이 기꺼울 것이고, 아이를 가진 세대와 그 부모들은 왜 배척의 상대가 아이가 되어야 하느냐고 소리 높인다.

사실 양측의 주장은 정면으로 상충되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 모두는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것뿐이다. 아이들의 권리와 어른들의 권리 속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것이고 그 가운데 사업주는 사업주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뿐이다. 

이들은 서로를 비판할 수 있을지언정, 비난할 수는 없다. 단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을 뿐인데 누가 사업장에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경기연구원이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소란스러운 아이들이나 우는 아이들로 인해 불편을 겪었다’고 응답한 이가 93%를 상회했다. 카페나 음식점이 72%를 차지했으며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이 아르바이트생 1,268명을 대상으로 ‘노키즈존과 웰컴키즈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아르바이트생들은 60% 이상이 노키즈존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었다. 이들은 근무 중 어린이 동반 고객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불편을 겪은 일이 있거나, 고객들의 불만, 아이들이 다칠 위험 등을 이유로 노키즈존에 찬성했다.

그러나 반대 입장도 상당했다. 임산부나 어린이 동반 고객에 대한 차별행위라고 생각하는 이들과, 일부 ‘무개념’들의 행동을 전체로 일반화해 모든 아이들에 대한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과하다고 응답한 이들도 상당했다. 사회적 약자에 서 있는 아이들을, 부모의 행태를 놓고 출입금지 시키는 것은 결국 아이들에 대한 차별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결국 노키즈존은 다수의 편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형태가 됐다. 고객이라는 절대다수의 편의를 위해, 어머니와 아이들에 대한 희생을 강요하는 모양새인 것인데 이것이 결국 또 다른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야기하는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집단이 존재한다. 개인주의 사회 속, 사람들은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집단을 형성케 됐고 자신의 집단이 항상 옳다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렇게 자라난 다양한 집단 속 선민의식은 또 다른 다양한 상대를 배척하고 그들이 틀린 것이라 여기게 됐다. 결코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이러한 행태는 상대를 비방하고 비난함으로써 자신들의 행위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기까지 한다.

김도균 공존사회연구실 연구위원은 「노키즈존 확산,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보고서에서 "흡연이 문제가 될 경우 흡연자 출입을 제한하는 게 아닌, 흡연이라는 구체적인 행위를 규제한다"며 "노키즈존은 구체적인 행위를 제한하는 것이 아닌 아이 전체를 통제와 배제의 대상으로 간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직 노키즈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한 합의과정은 필시 진통을 수반한다. 노키즈존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이들이 자라나 현 기성세대를 향해 ‘노 노인존(No 노인 Zone)’을 내세울 때 과연 우리는 그것을 당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조금 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상생의 길을 발견하는 사회로 거듭나야 한다. 어느 한 쪽 틀린 주장이 없다. 이것이 서로 혐오하는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할 경각심이다. 양측의 주장을 이해하고 다름과 틀림을 구분해낼 때 바른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7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종화 2019-12-04 15:42:46
노키즈존? 안그래도 급격한 인구 감소로 우리 나라의 앞날이 캄캄하여 뜻있는 자들은 백방으로 궁리중인데 이 무슨 해괴한 말인가 싶습니다. 다들 아기로 태어나 어린이를 거쳐 어른이 되었음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내가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이 살아 가야만 하는 이 나라에 좋은 풍토의 불씨를 작은 것 하나라도 만들려 노력하진 못할망정......ㅠ. 우리 모두 가슴펴고 살도록 배려하며 살아 봅시다~~~!

바람바람 2019-12-05 13:38:34
아이들이 소중합니다.
기본적인 공중도덕 지키도록
잘 가르치기도 해야겠지요

삼백버니 2019-12-06 10:58:17
부모는 자식이 귀한 만큼 이웃에게 불편감을 죽지않도록 예의를 가르치고 어른들은 내자식 내손주다 생각하고 예쁘게 봐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연이 2019-12-03 15:18:44
다름에 대해 혐오할 것이 아니라 인정하기 개구리 올챙이적 기억하기

귀한님아 2019-12-04 18:24:14
어린이가 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