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의 기자수첩]묻지마 현금살포, 국가 경제를 병들게한다
[윤성민의 기자수첩]묻지마 현금살포, 국가 경제를 병들게한다
  • 윤성민 기자 yyssm@naver.com
  • 승인 2020.01.02 17:47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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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기자
윤성민기자

(경인매일=윤성민기자)청년내일채움공제가 화두다.

중소·중견기업에 재직하는 월급 350만 원 미만의 노동자들에게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급여를 보장해주는 사업인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청년 재직자 내일채움공제, 청년희망키움통장 등 다양한 이름의 복지로 이미 우리 삶 가운데 훌쩍 다가와 있다.

이같은 시류에 편승하여 각 광역지자체들도 비슷한 정책을 내밀고 있다.

청년들에게 연간 120만 원의 포인트를 지급하는 경기청년포인트, 2년간 월 30만원을 지원하는 경기청년마이스터통장 등 다양한 이름의 비슷한 현금 살포 복지를 쉽게 만날 수 있는 세태가 된 것이다.

강원도 원주시와 서울 강동구·공주시 등은 효행장려금을 현금으로 제공하는가 하면, 급기야 정읍시는 125년 전 동학운동 후손들에게 뜬금없는 유족수당을 제공한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과연 지자체들은 이러한 현금성 복지의 부작용과 후폭풍을 고려하긴 하는 것일까.

이러한 복지는 혜택을 받는 일부 국민을 제외한 나머지 국민들에게 심각한 상대적 박탈감을 초래하게 된다. 선정방식과 절차가 불투명한 까닭도 있겠으며, 부족한 홍보 탓에 신청 시기를 놓쳐버린 국민들, 근소한 차이로 인해 신청 자체가 불가능한 국민들, 신청에서 떨어진 국민들 모두는 그 박탈감을 감내해야 한다.

별 다른 노력 없이 나라에서 퍼주는 현금은 국민들을 다른 출발점에 서게 한다.

그리고 그 재정적 부담은 모든 국민이 함께 지게 된다.

이러한 현금살포성 복지는 국가경제에 결국 독이 된다. 특히 장기적 현금복지는 이후 정권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고, 결국 시작해버린 복지정책을 엄청난 사회적 반발 속에 폐지하는 다음 정권의 모습이 이미 명약관화다. 한 번 확대해버린 복지는 되돌리기 매우 어렵다. 민간 일자리를 늘리고, 선택적 복지에 쓰여야 할 귀중한 혈세가 일부 국민들의 주머니를 채우고 있는 모양새다.

탈무드에서는 "물고기 한 마리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고 충고한다. 한 마리의 물고기는 당장의 주린 배를 채워 줄 수는 있겠으나 결국 당장의 편리에 취한 이들이 대한민국 경제의 중추를 맡아 나갈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최근 인천 장발장사건이 인터넷의 화두였다. 오랜 지병과 가난을 견디지 못한 父子가 인천의 한 마트에서 식료품 등을 절도한 사건이었다. 출동 경찰관들은 점심식사조차 해결하지 못했다는 이들의 말에 국밥을 사주고 훈방조치 했으며 이들의 사연을 접한 행인은 20만 원을 인출해 건네고 사라지기도 했다. 이들이 거주하는 지역 주민센터에까지 후원문의가 쇄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이미 나라에서 월 135만 원 가량을 수급하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였으며, 지병으로 인해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 또한 허구였다고 한다. 이전 직장 동료는 '양아치'라고까지 이들을 평하기도 했다.

현금살포가 이런 이들을 더 많이 양성하게 될 것을 경계해야 한다. 무분별한 현금살포는 근로 의욕을 꺾고, 현재생활에 만족시켜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시쳇말로 '일부 정권은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고, 일부 정권은 서민을 서민으로 남게 한다'는 말이 있다. 묻지마 현금살포성 복지는 서민을 서민에 머물게 할 뿐이다.

2020년 보건복지부 예산은 80조를 넘겼다. 이 중 상당액인 54조 가량이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등 직접현금지원예산이다.

국가재정을 고려하지 않는 퍼주기식 복지는 평범한 대다수 국민들의 세금부당을 가중시키고 근로의욕을 꺾을 수밖에 없다. 취약한 계층에 대한 선택적 추가지원과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데 쓰여야 할 세금이다. 그러나 전체 가구 소득에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 87.8%에서 87%로 감소했으며 현금복지 등을 포함한 이전소득 비중은 9.9%에서 12.3%로 늘고 있다. 현금에 길들여진 국민들이 늘어만 간다는 지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로머 교수는 "생산 없는 현금분배는 인적자원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표심잡기에 급급한 국가와 지자체가 주지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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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 2020-01-02 17:51:43
공감합니다만

서연이 2020-01-05 19:33:46
청년수당이나 아동수당 같은 보편적 복지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20-01-06 12:56:59
어려운 사람 점점 어려워지고
에휴~~
정말 희망이 생기면 좋겠다

복돌스 2020-01-07 11:02:21
잘 읽었습니다.

시대 2020-01-03 07:02:12
공감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