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89년 금화군 창설일…시대를 가리지 않은 화재
오늘은 589년 금화군 창설일…시대를 가리지 않은 화재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05.1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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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지난 4월 29일 발생한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사고의 사망자 대부분은 피할 겨를도 없이 제자리에서 사망한 것으로 밝혀져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폭발 당시 입구에 있던 사람들은 폭발 위력에 밀려서 살아남았고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9개 업체 근로자 78명 가운데 38명이 사망, 다친 10명 가운데 8명은 중상이며 그중 2명은 위급한 상황이다.

현장의 생존자는 거의 없을 만큼 순식간에 일어난 일로써 화재 원인에 대한 명확한 진상조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사망자 상당부분이 일용직이라는 전언도 있었고 안전규정에 위법사항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졸지에 생목숨을 빼앗긴 망자들도 억울하겠지만 남은 유족들의 심경은 얼마나 비참할까.

국가는 안전관리에 대한 법을 정하여 감독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며 지키지 않았을 때 처벌하라고 법까지 정해주었다. 마치 하도급 업체에 모든 것을 떠넘긴다면 이야말로 도마뱀 꼬리 자르기다.

모든 국민은 평등한 것이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헌법이 보장하는 선에서 똑 같이 존중받아야 한다. 책임소재의 최종점을 찾아 일벌백계해야할 일이다. 날 때 귀천이 없듯 죽어서도 귀천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쯤하고 화재가 작금에만 있고 과거에는 없었을까. 과거에는 불이 나도 났는가보다 하고 말았을까. 조선시대에는 금화도감이라는 현재의 소방방재청 같은 기관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첫 소방기관으로서 세종때 한성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2천여 가구가 전소된 사건이 있었다. 이때부터 소방에 대한 불조심은 강조 되었으며 1431년 5월 13일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589년 전 이날이다.

소방청은 5월 13일 우리나라 첫 소방관인 금화군 창설일자에 맞춰 스페셜로고를 네이버 첫 화면에 게시한다고 밝혔다.

스페셜로고는 금화군 창설일에 맞춰 우리나라 첫 소방기관인 금화도감의 탄생과 창설 배경, 기관설치를 위한 세종의 노력 등이 웹툰으로 제작되어 5월 13일 0시 기준으로 네이버 메인로고에 게시되면 해당 이미지 클릭 시 상세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로고는 2016년 6월 3일 ‘우리나라 첫 119구조대 발족’ 기념 로고가 게시된 이래 변경된 것이다. 국민들은 소방청에 대한 견해가 어떨까. 119 구조대는 언제들 부르면 와야 하고 늦으면 늦장 출동이라고 민원 넣으면 되고, 술 취해서 패도되는 공무원에 불과할까. 당연히 절대 그렇지 않다.

집에 가면 모두 귀한 아들딸이고 아버지에 남편에 아내다. 어렵다는 시험 봐서 입문한 것이고 민원만 걸면 다 된다는 국민 떠받들기 인식에 희생물이 아니다.

강원도 산불 때나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나 하다못해 집 처마에 말벌이 윙윙거려도 도움을 요청해야하는 우리의 모두의 비상구다. 공공의 기구라는 것은 공동수도나 화장실처럼 모두가 아끼고 귀히 여겨야 그 효율성이 높아짐을 물론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 모든 분야가 다 그렇듯 어느 것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있겠는가. 얼핏 보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멋있고 용감한 모습만 보이겠지만 필자가 십수년 취재과정에서 직접 목격한 소방관들의 뒷모습은 처참하다 못해 안쓰러워 카메라를 들이대지 못한 적이 많았다.

현대판 화약고라 불리는 반월공단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수 십년 지난 시설물들이 보수교체에도 불구하고 압력을 이기지 못해 불상사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손가락 무덤이라 불리는 공단의 특성상 비명소리는 유혈이 낭자하는 사고현장의 기계소리중 하나에 불과했다.

지금이야 많이 줄어들었지만 프레스 안전장치를 그렇게 해놔도 절단사고는 해마다 수 백 건에 달했고 잊을만 하면 요란한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한밤의 적막을 깨는 일들이 여전했다.

편히 잠자는 국민들은 또 어디서 불이난걸까 하는 정도지만 방열복 챙겨 입고 화마가 미소를 짓는 화재 현장은 결코 폼 잡는 소방관의 현실이 아니다.

시커멓게 그을려 소방차 뒤편에서 컵라면을 먹고 있는 소방관, 찌는 듯한 더위에 기진맥진해서 주저앉아 있는 모습은 차마 격려조차 할 수 없는 현장이었다.

이천 화재 참사를 보며 불조심에 대한 경각심이나 예방조치 또한 격을 높여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 과거 조선시대에는 휘발성이나 용접 등 위험물질이 한곳에서 작업하는 상황이 없었기에 걸 맞는 조심만 하면 되었다. 시대가 변했고 더 첨예하고 차원 높은 예방과 관련법이 설정되어야 한다.

공기와 연소물질, 그리고 착화점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인정사정없이 번지는 불길은 당해보지 않으면 절대 그 공포를 알 수 없다. 현 정부는 사람중심의 정책을 공표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면 생사도 마찬가지다.

같은 일을 반복한다면 물증 없는 고의가 볼 수 있다. 한 번 씩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현장에 누런 옷 입고 나타나 온갖 위로와 격려를 해가며 언론사 기자들이 카메라 셔터 누르는 모습은 이제 근절되어야 한다. 식상하고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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