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로즈데이 꽃보다 아름다운 당신
오늘은 로즈데이 꽃보다 아름다운 당신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05.1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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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이젠 코로나19라는 단어를 치는 것조차 심리적 거부감이 들만큼 징그럽다. 어제 오늘 겪는 어려움도 아니지만 국민들의 삶이 피폐함을 더해 극단적 위기까지 왔기에 어떤 식이든 어렵다는 말보다 돌파구를 찾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엊그제는 술집주인의 하소연을 듣고 주저리 늘어놓은 적이 있는데 오늘은 꽃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필자는 해마다 식목일이면 서울시 서초동 꽃마을 묘목판매점에 들러 수종을 가리지 않고 나무를 구입해 식목행사를 벌인 적이 있다. 그렇게 안면을 튼 화훼단지 지인들의 넋두리를 전하자면 대충 이러하다.

당장에 먹고사는 민생고가 우선이다 보니 꽃을 주고받는 것은 그 다음순서로 밀린다는 것이다.

일 년 중 가장 대목시점인 졸업식이 코로나19로 인해 대충 넘어가다보니 일단 의욕과 매출이 동시에 추락했고 뒤이어 자연이 준 선물로 지천에 벚꽃과 개나리·진달래가 매상을 훔쳐갔다.

지금이야 생활 속 거리두기로 변경되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때만 해도 관광객들이 몰릴까봐 보기에도 아까운 꽃밭을 갈아엎어야 하는 촌극까지 빚어졌다. 다행히 코로나19의 소강상태로 하나둘 씩 외출이 늘어났고 행사가 줄줄이 기다리던 5월도 중순을 넘어설 무렵, 때 아닌 이태원발 재확산은 넘어진 놈 밟아주는 격이 됐다.

어디 꽃 집 뿐일까.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직면한 국민들에게 재난기금까지 지원해 주는 상황에 무슨 꽃 타령일까. 당연히 지출 순서에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고 어버이날 카네이션과 스승의 날 꽃다발조차 김영란법 운운까지 합세하는 통에 안 주고 안 받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김영란법 제정 자체가 이러라고 만든 법일까. 뇌물로 인한 부패를 줄이고자 함이 외식업계의 위축과 함께 식당마다 직격탄을 맞았다. 정작 큰 뇌물은 일반 식당의 5만원 이상 밥상머리에서 주고받지 않음에도 실효성 없이 입법과 행정의 무식이 빚어낸 엉뚱한 조준이자 예방법이었다.

먹고살만한 자들이 만든 법이 먹고살기 어려운 백성들의 현실을 감안할리 만무다. 졸업시기와 5월 달이 일 년 매출의 70%이상을 차지하는 화훼시장의 기반이 만약 무너진다면 다시 세우는 데는 몇 배의 투자와 활성화정책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농사도 그렇지만 꽃을 키우다 보면 날씨에도 민감하고 언제 팔릴지 모르는 꽃에 대한 애정은 자식 키우는 것만큼 각별함에도 출하에 대한 기대는 실망을 동반하게 된다.

다행히 주인을 만나 팔리기도 하지만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팔리지 않은 꽃은 혼기를 놓친 규수와 같다. 아름다움이 열흘 가는 꽃이 없으며 마치 우리네 삶처럼 젊고 활기찰 때도 한 때에 불과하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처음 종자 씨를 심을 때부터 연료비 줄이려고 기름보일러 대신 연탄불 때가며 애지중지 키우는 과정에도 적잖은 정성과 함께 상품가치가 없어 버려지는 꽃까지 감안하면 쉬운 업종은 아니라는 전언이다.

제조업이나 공산품처럼 정확한 통계조차 낼 수 없는 화훼산업은 이번 코로나19에서도 구제대상이 못되고 그냥 각자 알아서 살아남아야 할 상황이다.

특히 대부분의 업체에서는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가족중심의 운영으로 겨우 이어나가고 있는 판에 정부와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의 화훼소비 촉진 운동은 허울 좋은 전시행정에 불과했다.

이쯤에서 무슨 대책이 있을까. 당장 먹고 사는 게 중요한 서민층에게 꽃 구매를 권해본들 하나마나일 것이고 오늘처럼 로즈데이 라든가 스승의 날 꽃다발은 김영란 법과 구분될 수 있다는 홍보라도 해준다면 어떨까.

어제도 조화를 주문했고 오늘도 개업 집 화환을 주문하며 느낀 점은 업계의 덤핑이다. 한 때 10만원으로 고정되었던 축화 화환이나 조화가 5만원에서 39,000원까지 무한경쟁의 가격전쟁으로 이어지자 소비자들만 부담을 줄였다.

필자 또한 싸다고 반갑기는 하지만 소비자의 이익이 누군가의 손해를 전제로 연결되는 건 당연한 것이기에 좋아만 할 일은 아닌 듯싶다.

문제점과 어려움만 늘어놓자니 어떤 대안이 필요하며 뭐라 해야 도움이 될지도 어필하는 게 독자들의 귀한시간을 뺏은데 대한 예의가 아닐까. 꽃 한 송이 가격은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기쁨과 사랑과 감동으로 환전될 수 있다.

우리는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특별한 결집력과 어려울 때 뭉치는 민족정신을 가지고 있으며 다 죽어 갈만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툭툭 털고 일어나는 무서운 저력의 국민이다.

오천년 역사가 증명하고 잠시도 조용할 날 없이 나라를 통째로 빼앗겼다가 동족상잔의 총질도 했다가 폐허 속에 보란 듯이 한강의 기적을 이룬 민족이다.

태안 기름유출도 세계의 이목을 끌만큼 막대한 자원봉사도 당연한 듯 해낸 국민이고 코로나19의 위기도 보란 듯이 기회로 만드는 국민이다. 타인에게 감동을 주기 위한 일이라면 행동으로 옮기는 민족성, 자원도 없는 나라가 가장 믿을 만한 재산이 바로 이러한 감성이기에 마음을 꽃으로 표현하는 방법에 관심만 더한다면 화훼농가의 얼굴에 꽃보다 환한 미소가 필 것이다.

누군가는 하겠지 보다 이글을 보는 독자부터 장미 한 송이로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로즈데이를 기념하면 어떨까. 꽃보다 아름다운 당신이 될 것이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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