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회 스승의 날 사라진 사도는 어디로
제 39회 스승의 날 사라진 사도는 어디로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05.15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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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김균식 회장
▲경인매일 김균식 회장

오늘은 제 39회 스승의 날이다. 수업과 졸업식만 온라인이 아니라 올해로 39회째를 맞는 스승의 날 기념식도 온라인으로 치르게 됐다.

거슬러 가보면 스승의 날은 스승이 만든 게 아니라 제자들이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58년 충청남도 강경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제자들이 병든 스승을 만나 위로하면서 시작됐다는 것이 유래다.

본디 군사부일체라는 말은 임금과 부모와 스승이 동급이라는 것인데 작금의 스승은 ‘쌤’ 한 글자로 불린다. 사도가 땅에 떨어진 것은 어제오늘 일도 아니겠지만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나 ‘사랑의 매’ 라는 회초리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동화이야기다.

지금이야 학원폭력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불과 30년 전만해도 대놓고 패도 되던 시절이 있었다. 어쩌면 일부 폭력교사들의 얼룩진 흔적이 가정마다 귀한 자녀들의 신상보호에 주적이 되었고 작금에 상황을 초래하는 계기에 일조했다. 지각한다고 머리 쥐어박고 말대꾸한다고 뺨을 사정없이 때려도 무조건적인 복종이 일상이던 과거가 있었다.

세월이 지나 학생인권조례가 정해지고 빈말이라도 거슬리면 민원의 대상이 되는가 하면 손만 들어도 휴대폰 카메라가 번쩍이는 세상에 도래했다. 힘으로 다스리다 힘이 사라지면 다스릴 방법도 같이 사라진다.

물론 일부 교사들의 일이었지만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사랑과 인자함으로 제자들을 가르친 바 있다. 인간이 인간을 가르친다는 것은 이론적 학습 성과에 대한 먼저 배운 자로서 지식전수의 방법이었고 통상 스승이라 칭했다.

교육자와 피교육자는 지식전달 과정이 필요하며 결코 흥미롭지 않은 학습전수에 신명나게 좋아할 학생은 드물다.

그러기에 집중과 예의로 받들며 배워야할 자세가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스승이어야 할 교사들에게 지식판매원 그 이상의 가치와 의미가 부여된다면 즉각 갑질, 폭언 등등 갖다 붙이기에 따라 한방에 큰 코다치는 수가 있다.

이러니 누가 나서서 예민한 10대 학생들에게 스승의 권위를 전제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을까. 이제 스승은 사라지고 교사만 남았지만 교사마저 싫다며 교단을 떠나려는 참 스승이 늘고 있다.

어느 단체나 마찬가지겠지만 괜히 나서서 잘하려면 동일 처지에 있는 자들에게 눈치 보일 것이고 굳이 더 가르치려 아이들에게 나댔다간 찍히기 일쑤니 적당한 안일주의가 자리 잡기 마련이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적잖은 교사들이 의욕과 사기가 떨어지면 그 다음 순서는 적당주의가 불가피한 것이다.

필자가 십 수 년 전부터 일선 중·고교의 특강에 나서면서 겪은 바에 의하면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아무리 설명해도 그들만의 세계는 절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때로는 시체 반 이라 해서 학급전체가 잠을 주무시는가하면 진한 화장에 질세라 수다를 떠는 학생들을 보면서 요즘 선생님들 얼마나 힘들까 싶었다.

교육효과를 떠나 흥미롭고 짜릿한 소재를 늘어놓거나 자극적이고 허황된 이야기라면 경청의 강도는 훨씬 높아진다. 이러니 지루한 공교육시간은 쉬는 시간이고 엄격한 학원 강사가 더 무서운 것이다.

모 교사의 전언에 따르면 사실 공교육만 제대로 받아도 사교육 받을 필요 없지만 교실분위기나 전체 학습 분위기상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 결론이다.

이러니 하나 둘씩 교단을 떠나는 것이다. 요즘처럼 먹고살기 힘든 시절에도 밖으로 나간다니 얼마나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으면 이럴까 싶다.

지난 2월말 기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명퇴 신청교사는 6,669명으로 작년대비 10.8%나 증가했다. 제자들에 대한 훈육의 무게감은 이미 진작 붕괴되었고 반대로 학부모 민원은 증가했다.

해가 갈수록 경제는 어렵다지만 안정된 직장이나 다름없는 교사들의 이탈은 점차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보다 649명, 2018년과 비교하면 2030명이나 늘어났으며 이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로 자칫 교단 공백까지 예상된다.

지난 2019년 스승의 날 실시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결과 학생생활지도 붕괴 등 교권 추락 89.4%과 학부모 등의 민원 증가에 따른 고충73.0%을 1, 2위로 꼽았다.

이는 2009년 55.3%였던 것과 비교해 10년 새 32%p나 증가한 수치다. 추락한 사기는 교육지도의 열정도 함께 낮췄고 이는 교육계에 대한 불신을 이어진 것이다.

2018년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건수는 총 501건으로 10년 전인 2008년 249건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분석 결과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243건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원인을 분석해 보면 1순위가 폭언·욕설에서 지난해 처음 수업방해로 바뀐 것은 이제 정도를 넘어서 학교 교육까지 일부 학생들의 농락거리로 전락하고 있는 점이다.

어쩌다 이렇게 교권이 무너졌을까. 혹여 다시 세울 방법은 없을까. 필자는 단언컨대 방법이 없다고 본다. 방법이 있다면 근본적인 문제부터 다시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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