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큼 귀하고 위대한 건 없다
사랑만큼 귀하고 위대한 건 없다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05.2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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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김균식 회장
▲경인매일 김균식 회장

신랑 아무개는 신부 아무개를 맞이하여 검은머리 팥 뿌리 되도록 아끼고 사랑하며 살겠는가. 마당 한가운데 멍석 깔고 꼬꼬 재배하던 전통 결혼식부터 신식 웨딩이 진행되는 혼인서약식의 한 대목이다.

신혼초야까지 얼굴도 못보고 신방을 차렸던 과거에 첫날밤 신부의 족두리 벗기려면 호롱불을 끄던 시절이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문 앞에는 관객들이 손가락으로 구멍을 뚫고 침을 삼키며 구경하던 것이 당연한 미풍양속 정도로 인식되던 때였다.

세월이 지나 모든 게 변했지만 한 쌍의 남녀가 공식적으로 가정을 이루는 첫날밤이라는 점은 공통된 점이다.

지금에야 충분히 연애도 해보고 인격은 물론 건강까지 검증한 다음 결정하지만 얼굴도 안 보고 시작한 부부에 비해 이혼율이나 다툼의 여지는 훨씬 높아진 실정이다.

얼마 전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노부부의 모습을 보며 많은 관객들은 눈시울도 붉히고 시골마을에서 쓸쓸하지만 정답게 늙어가는 전경에 훈훈한 인간미를 공감한 적이 있었다.

다 그렇진 않겠지만 서로 맞아서 사는 부부가 얼마나 있을까. 살아온 과정이 다르기에 현재의 사고가 다르고 다투고 화해하는 과정에 깎이고 깎여 둥글어 지는 게 부부 아닐까. 적잖은 가정들이 부부를 원수라 칭하기도 하고 젊은 한때 속 안 썩이는 남편 없을 것이라는 게 지나는 말이자 흔히 들을 수 있는 여담이다.

결혼 전 연애시절 어느 한쪽이 식상하거나 원치 않는 상황에 직면하여 이별을 하게 되면 남은 자의 마음에는 이겨내지 못할 만큼의 아픔과 그리움이 대중가요의 대부분을 장식한다.

물론 노래뿐만 아니라 시, 수필,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랑이란 소재를 빼면 썰렁하리만치 인간사의 많은 면에서 으뜸으로 자리하고 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어찌 처음 만날 때처럼 설레고 닿는 손끝이 짜릿함이 지속될 수 있을까.

하지만 모 드라마처럼 멀쩡히 잘살던 주부들에게 불만의 감정을 부추기고 시부모와의 대립을 양상 시키는가 하면 없던 트집도 만들 수 있도록 보다 편하고 부유한 부류와 비교함으로써 시청률을 높이는 장면을 수시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드라마가 지루하고 평범한 가정생활을 하던 주부들에게 마치 자신의 일처럼 공감대를 형성하며 없던 갈등도 생기게 한다는 점이다.

공공의 이익을 도모해야할 공익방송이 편성의 수준을 높여서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지는 못할망정 식상한 가정을 박차고 나가는 것이 당연하고 그렇지 않으면 숙맥처럼 비춰지게 한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흥미도 정제되어야 하고 긍정적이고 이해심이 넓어지도록 성숙한 시청자로 이끌어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여론조성의 책임자에게 주어진 권한이자 숙명이다.

살다보면 무슨 일인들 없을까. 물론 죽기 살기로 버텨가며 살 일은 아니다. 정 아니면 새로운 선택을 하는 용기가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 길을 수도 있다.

오늘은 가정의 달 5월 중에서도 둘이 하나 되는 21일, 부부의 날이다. 반드시 결혼한 부부만 한 쌍으로 치부할 수 없지만 자연의 섭리대로 둘이 하나 되어 산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도 않고 어려운 일이다.

필자가 수년간 결혼식장을 운영하는 과정에 많은 주례를 보며 성스러운 결혼식의 주관자가 되어 본 바 신랑·신부들의 미래를 위한 덕담을 남겼다.

간혹 속도위반으로 가정을 이룬 경우도 있었지만 출산과 양육과정에 피할 수 없는 가장의 능력은 현실적으로 무거운 책임감이기에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국가의 가장 기초단위인 가정의 존립이 모여 동네를 이루고 도시를 이루는 것이기에 가정의 달은 더욱 중요한 시기다. 음양조화의 아름다움은 어떤 경우라도 귀하고 위대한 것이다.

원앙새 부부도, 늑대의 근성도, 한 쌍의 목각인형과 정다운 비둘기 한 쌍도 서로 부대끼며 사랑을 나눌 때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것이며 청홍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종족번식의 욕구나 본능은 비단 인간만의 몫이 아니다. 나풀거리는 호랑나비, 걸어 다니는 네발 들짐승이나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날짐승과 기어 다니는 버러지에 마주보고 자라고 있는 은행나무조차도 암수가 있으며 어떤 식의 과정이든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위한 몸부림에 애를 태운다.

어제는 n번방의 주역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암수가 어우러져 신이 주신 쾌락이라는 선물로 인류창조의 성스러운 의식을 치러야 할 여지를 벌레만도 못한 처지로 전락시켰다.

마치 악마가 보낸 좀비처럼 어린 여성들의 꿈과 몸과 희망을 여지없이 짓밟았다. 별도의 문제겠지만 경제적 열악함은 이혼과 가정파탄으로 이어져 방치된 자녀들의 비상구 차단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높였다.

갈 곳 없이 두려움에 떨거나 벼랑 끝에 몰려 굶주림에 몸이라도 팔 수 밖에 없는 아이들 입장에서 뱀의 혀와 같은 그릇된 욕정의 날름거림은 지극히 현실이다.

어쩌면 n번방 이전에도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유사한 경우는 많았고 앞으로도 더 기술적인 방법으로 이어질 것이다. 신은 태초에 인류에게 자연과 세상 모두를 선물하며 순리에 살기를 원했다.

인간 스스로가 만든 권력으로 신의 성스러운 영역을 침범한 자들이 저지른 죄에 대해 벌을 받아야 한다. 둘이 하나 되기도 전에 욕심으로 욕구를 채운 자들을 찾기 위해 n번방의 거래자들을 색출해내야 한다. 한 놈도 남김없이…….

요즘 코로나19로 어렵다지만 이미 그전부터 어려웠다. 세상에 잘살고 싶지 않은 가장은 없다. 어려울수록 서로 힘이 되며 사랑으로 헤쳐 나갈 수 있는 그런 날이 오늘이길 바란다.

사랑만큼 귀하고 위대한 건 없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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