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 바란다…국민위에 군림 말아야
21대 국회에 바란다…국민위에 군림 말아야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06.0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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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국회는 국민이 선출한 의원으로 구성된 헌법상의 합의체로써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입법기관이며 정부 견제기관이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1948년 5월 10일 실시된 대한민국 최초의 총선거 이후 7월 1일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하고 출범한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특별법 제정과 반민특위 활동을 시작으로 임기 2년에 198명이 시작됐다.

2대째는 개원 일주일 만에 6·25전쟁이 발발했고 3대째는 이름도 유명한 사사오입의 발상이 정권자멸의 길을 걷게 되었다.

자유당 시절 이었던 4대째는 폭력이 정치를 장악하는 불행한 시대였으며 5대째부터 사실상 국가재건위원회가 국회를 대신하며 군정 하에 정치는 정치가 아니었다.

1961년 5·16 군사정변 이후 1981년 2월 25일 민주정의당 전두환후보가 대통령선거인단에 의해 제12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까지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는 계속되었고 국회는 10대까지 형식적인 입법절차에 불과했다.

12대 들어 민주화의 열풍이 국민적 저항 속에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국회 본연의 기능과 역할이 점차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13대는 올림픽을 치러냈고 한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권세를 부리던 군부를 상대로 청문회를 실시하여 일명 청문회스타가 탄생하기도 했다. 훗날 대통령까지 마치고 고인이 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1992년 14대 국회는 중앙집권제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생기면서 민주화를 향한 터닝 포인트를 찍었다.

15대 때는 IMF를 겪었고 16대 때는 대통령을 탄핵하려다 헌법재판소의 기각을 당한 바 있으며 6·25전쟁 당시 유엔군에게 도움 받았던 빚을 갚고자 이라크 파병 안을 가결하기도 했다.

17대는 총 299명의 국회의원 중 211명이 초선으로 당선되었고 그중 3~40대 의원 비율이 절반에 가까웠으며 여성도 39명이 자리를 확보, 국민들의 바람이 다양한 분포를 나타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임기 4년의 18대는 지금의 미래통합당이 과반수를 차지했고 19대 때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와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켰으며 통합진보당을 강제 해산시키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개인 간의 사생활에서도 간통법이 폐지되어 성문제 논란의 여지를 종식시켰다.

20대 때도 시기적으로 어려운 날들이 많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로 파면 판결을 받아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에 이어 난다긴다 하는 권력가들이 줄줄이 철창행을 향한 가운에 4년이란 임기 말년에 코로나19의 창궐로 관련 법안처리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식물국회와 동물국회를 반복하며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쓴 20대 국회였다. 이처럼 국회가 걸어온 길을 돌이켜 보면 험난한 와중에도 할 건 하는 역사가 있었다. 이제 지난 5월 30일부터 21대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시작됐다.

출발부터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는 의지가 대외적으로 천명됐다. 여야 대표가 선출되었고 국회법상 6월 5일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고 6월 8일까지 원 구성을 협의한 후 상임위원장 선출을 마쳐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5월 28일 합당 선포로 모든 위성정당이 소멸하면서 총 7개의 원내정당이 21대 국회의 문을 연다.

이번 21대는 초선 의원이 총 151명인데 17대 이후 처음이라 국민들의 기대감도 크다 할 것이다. 성별로도 여성이 57명이라 역대 최대 수치다.

연령대도 50대가 177명으로 가장 많다. 20대 2명, 30대 11명, 40대 38명으로 51명을 더하면 절반을 넘는다.

얼핏 계산해도 세대교체의 모양새가 드러난다. 시작부터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조건부 의원면직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시절 부정 의혹에 휩싸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론의 여지를 남긴 출발에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이론상 권력은 국민이 만들지만 현실적으로는 국민위에 군림하는 권력이었던 것이 지난 발자국이다.

이쯤하고 민족의 역사를 돌아보건대 중국에 조공을 바치고 몽골에도 자국의 여성을 50만이나 상납목록에 포함시켜야 하며 일본군에게 20만이 넘는 어린 여성이 유린·살해당한 그 모든 것의 원인에는 백성을 권력유지의 도구 정도로 여겼던 세도가들의 탐욕이 있었다.

권력유지를 위해 타국의 군대를 끌어들여 자국민을 살육한 예도 많았다. 뿐인가 흉년에 기아와 역병이 돌아도 궁궐은 흥청거렸으며 혹독한 세금 징수로 백성이 허덕여도 부패한 관료들의 배에 기름진 음식이 끊이지 않았던 역사가 있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국민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공무원을 늘리고 생산성 없는 노인들 꽃 심고 풀 뽑기 시켜 일자리 늘어난 것처럼 숫자놀음도 이젠 중단되어야 한다.

외교, 국방, 경제, 복지, 건강 그 어떤 것 하나 수월한 게 있던가. 잘해야 한다. 잘해도 본전인데 여기서 더 못하면 우매하고 불쌍한 국민들은 어디에 기댈 것인가.

행복의 가교 역할을 했던 문화, 예술도 숨죽이고 있고 스트레스 해소에 한몫 했던 스포츠 경기도 무관중의 행진이 계속되고 있고 숨죽이다 풀도 죽었고 흥도 죽어간다. 이대로 습관이 되고 한번도 안 겪어본 난국에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됐다.

단체 회식을 해야만 공감대가 형성될 줄 알았던 모임이 안 해도 될 것임을 알았고 오로지 뭉치고 화합해야 단합이 될 줄 알았던 시간들도 굳이 필요 없었음을 알게 됐다. 그렇잖아도 개인주의가 만연하던 사회풍조는 더욱 극단적인 자기중심의 풍토로 바뀌어가고 점차 그러한 상황들이 당연한 듯 자리를 잡아간다.

한번 멈춘 엔진을 다시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몇 배의 노력과 투자가 병행되어야 가능하다. 흥이 죽으면 열정도 희망도 함께 사라진다.

기반이 무너지면 몇 푼의 재난지원금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질병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지만 예방과 치료는 인간의 노력이 좌우하는 것이다.

21대 국회에 바란다. 이미 지난일은 도리 없지만 다가오는 임기 4년만큼은 국민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라. 최소한 학생들이 존경하는 직업, 국민들이 신뢰하는 국회, 국민위에 군림하지 않는 국회가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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