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다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06.1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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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무릇 어떤 사태가 발생했을 때 결과에 대한 과정과 원인을 분석해 보면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가령 살기 어려워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 이미 충분한 징후가 있었을 것임에도 주변의 무관심이나 결정을 하게 될 만한 계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비단 인명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저수지 뚝도 붕괴의 조짐이 있었지만 인지하지 못해서 터지는 것이며 최근 뉴스로 보도된 묻지마 폭행도 알고 보면 나름 분노의 폭발 이면에 당사자의 누적된 감정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각박한 삶을 살면서 아무 걱정 없는 사람은 없다. 필자는 약 8년 전 종합의료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지역의 CEO들을 대상으로 의료 특강을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수 백명의 CEO들이 본 과정을 수료한 바 있다.

목적은 아프고 나서 치료하기보다 아프기 전에 예방 진료하는 것이 선진국 의료문화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병원과 회원들간의 건강에 대한 가교 역할을 해오고 있다.

막대한 의료비를 초기에 절감하고 치료의 고통도 덜어주자는 이론인데 현실적으로 많은 지인들이 이러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렇다면 사전예방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위에서 언급한 분노와 의료뿐일까. 10대들의 잔악한 범죄도 성장환경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며 군부대에서도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병은 별도로 관심 사병으로 구분하여 미연에 사고를 방지하는 조치를 취한다.

작은 관심이 큰 재앙을 막는 건 화재나 재난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화재의 경우 소재, 산호, 발화 3가지 요소가 있어야 발생하는데 초기에 진화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초진에 실패하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대형화재로 번지는 것이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 경우다. 최근 경기도 서남부권에 화재가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한다. 소방관계자의 전언을 빌리자면 화성지역은 지리적 특성 상 허술한 도로망과 열악한 소방시설로 인해 소방에 애를 먹는 한편 안산지역은 국가 공단이니 만큼 화학, 위험물, 고압시설 등 한번 발생하면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위험지역이라는 것이다.

어디 화성·안산뿐일까. 사람 사는 곳이면 언제 어디서든 위험요소가 있지만 특히 불을 끄는 직업에 대한 위험은 예측 불허의 분야다.

싸움구경, 물구경, 불구경은 돈 주고도 못한다했다. 그만큼 극한직업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의 긴장상태는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르는 것이다.

잘 한건 당연한 것이고 어쩌다 못하면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요즘 경제는 물론 건강문제로 질병의 창궐이 모든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의료진들이나 소방관계자, 특히 심부름꾼 정도로 여기며 시도때도 없이 119만 호출하면 다 해결되는 정도로 치부한다면 수요대비 공급의 질이 추락할 수 밖에 없다.

비단 소방·보건뿐만 아니라 공공의 기관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꼭 필요할 때 아니면 아껴 쓰고 양보해야 정작 급하고 어려운 수요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직업 상 많은 분야의 인사들을 접하는 과정에 접하는 정보 중에 사회가 점차 심각하게 어려워짐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어쩌랴 피하지 못하면 즐기라 했으니 어려울수록 국민 모두가 사랑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극단적인 상황이 오기 전에 배려로 초기진화를 하는 것은 어떨까. 어제 오늘 북한에서 남측에 취하는 태도는 마치 당장이라도 전쟁이 날것처럼 난리다.

덧붙이자면 어제 오늘 일인가. 아마 외국 같았으면 사재기에 불안과 공포감으로 엄습한 분위기 였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대북분위기는 뉴스의 한 컷 정도로 배짱도 두둑하고 할테면 해보란 식이다.

어차지 피할 곳도 없고 한 두 번 겪은 일도 아닐진대 이러다 말지 정도다. 현재도 전쟁이 끝난 종전이 아니라 잠시 쉬었다 다시 해보자는 휴전이다.

쉰다는 것이 70년이 지났을 뿐이고 방귀가 잦으면 뭐가 나온다 했던가. 전쟁을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으르렁 거리다 초기진화에 실패해서 대형사고로 번지면 우리 민족끼리 무슨 일이 생길까. 대북전단이 불러온 북측의 으름장이 점차 상황을 어렵게 한다.

그렇잖아도 안으로 경제의 피폐, 질병의 창궐, 밖으로는 국제사회의 급변, 한·중, 한·일간의 불협화음 등으로 초토화되어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설상가상으로 남북한 갈등까지 더한다면 말해 뭐하랴 애꿎은 국민들만 피 보는 것이다.
전쟁 이후 70년 동안 눈부신 발전도 거듭해 왔고 이제 살만한데 요즘 세상 돌아가는 판세가 태풍전야라는 느낌이다.

대안이 있을까. 정부가 수습하고 국민이 협력하는 우리 민족 특유의 위기대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당장 죽을 것만 같아도 어떤 일이든 지나간다.

지난 오 천년 동안 숱한 위기를 겪으며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헤쳐 온 선조들의 호국의지와 선한 심정이 우리들 핏속에 끓고 있는 한 이번 어려움 또한 잘 이겨낼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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