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서 안 먹는 것과 없어서 못 먹는 것의 차이
있어서 안 먹는 것과 없어서 못 먹는 것의 차이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07.03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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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최근 화제가 된 코로나 장발장 사연은 2주 동안 한 끼도 먹지 못하고 굶었던 40대 남성이 평소 기거했던 고시원에 비치된 삶은 달걀을 훔쳐 먹은 죄로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모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이 남성이 훔친 달걀은 총 18개, 시가 5천원어치로 절도 행각 당시만 해도 월세를 내지 못해 고시원에서 쫓겨 났고 물로 허기를 채우다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범죄사실을 조사하던 경찰이 배달 식사를 주문해주자 2주 만에 처음 음식을 먹게 되었다며 허겁지겁 먹었다는 전언이다. 피해자가 있어 고소된 것이고 경찰의 기소의견에 따라 검찰은 1년 6개월을 구형했지만 세간에는 이를 코로나 장발장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려졌다.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먹기 위해 사는 건지 살기위해 먹는 건지 애매하지만 같은 하늘아래 어떤 공직자는 업무추진비로 철 따라 온갖 계절음식에 산해진미를 찾아다니는 반면 어떤 납세자는 늦게 냈다고 가산금에다 예금계좌 압류는 물론 톨게이트 앞에서 카메라를 설치하고 운전하던 차량까지 번호판을 떼는 과학적 징수법을 서슴지 않는다.

카메라 구입하고 관련 시스템 설치하느라 또 세금 썼겠지만 오래전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던 구습은 고쳐지질 않는 게 신기할 만큼이나 끊임없이 이어져 내려온다.

사람이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 허기만 채우는 반면 분위기, 재료, 조리방법 등 까다로운 조건이 맞아야 선택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과거에는 질보다 양이었지만 작금에는 양보다 질이다. 과거에는 배고파 죽겠다고 아우성이고 지금은 배불러 죽겠다고 한다. 과거에는 잘사는 사장의 배가 불렀지만 지금은 빈곤층일수록 살 뺄 시간이 없어 관리가 안 된다.

이쯤하고 작정하고 살을 빼려거나 나름 뜻한바 있어 이를 이루기 위해 단식을 시도해 본적이 있는가. 기도를 하기 위해 음식을 끊고 금식을 해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먹고 싶어도 없어서 못 먹고 굶어본 적이 있는가. 있다면 몇 일 이나 곡기를 끊을 수 있을까.

전자는 언제든 마음먹기에 따라 섭취가 가능하지만 후자는 달리 방법이 없어 동물적 본능을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의 취재 경험에 의하면 새벽마다 건설현장에 품팔이로 팔려나가는 인부들조차 외국인 근로자들의 덤핑으로 일자리를 못 찾고 다음날 까지 고시원에 틀어박혀 컵라면으로 하루를 때우는 한국인들이 허다했다.

그래도 정부는 다문화정책에 막대한 예산을 편성하고 외국인 우대 정책을 홍보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내 가족도 못 챙기면서 남의 집 머슴 걱정하는 형국이다. 어디 일용직뿐일까. 이미 코로나19 이전에도 경제는 최악이었다.

다행히 코로나19가 난국의 원인마냥 독박을 쓴 것뿐이다. 하루에도 수 십 명씩 극단적 선택을 성공하는 나라, 미수에 그쳤지만 죽지 못해 하는 복지사각지대의 서민들이나 자영업자들의 피폐한 삶은 또 다른 장발장의 양산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번에 검거된 계란절도범은 기존에 보이스피싱과 관련 되었다는 이유로 경미범죄 심사를 거치지 못하고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물론 재판부의 선고가 결정 나야 알겠지만 계란이 문제가 아니라 메추리알도 훔쳐 허기를 면할 수밖에 없는 미래가 우려된다. 옛 말에 ‘사흘 굶어 담 넘지 않을 사람 없다’는 말이 있다.

문제는 살기 위해 저지르는 단순범죄가 자칫 강도행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과정이다. 계란절도가 발각될 경우 받게 될 벌이 두려워 목격자를 다치게 하거나 한번 성공한 절도에 바늘도둑 소도둑이 될 경우 사회적 부작용은 어쩔 것인가.

겉으로 화려한 대한민국의 민낯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감출게 아니라 찾아내서 감싸야한다. 세상에 가난하고 싶은 가장은 없고 가난한 남편과 살고 싶은 여인은 없는 것이다.

온갖 방법으로 세금 거뒀으면 적시적소에 사용하여 최소한 굶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없도록 꼼꼼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혈세로 월급 받는 공복들이 해야 할 일 아니던가.

복지 분야의 관계자들이 하루 한 끼라도 굶어보면서 아사대책을 세우는 것이 피부로 체감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있는 것이고 소중한 혈세로 예산세우는 입법기관원들이 한 달이라도 무급으로 버텨봐야 돈 없는 자들의 어려움을 헤아릴 수 있다.

배부른 자가 배고픈 자를 이해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혹자는 앞으로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나름 전문가의 의견이다 보니 흘러들을 수 없는 것이라 더욱 미래가 우려된다.

그나마 한 번의 실수와 가난이 전과자를 양산하지 않도록 경찰이 경미범죄 심사위원회 활동을 강화한다고 하니 죽으란 법은 없겠지만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4월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된 경미범죄 심사는 전국 일선 경찰서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절도라는 범죄와 생존본능에 쫓겨 선처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제의 경계선에서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넘길지 국민과 정부의 공감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 했다. 적어도 이웃에서 굶다 못해 도둑이 되거나 도둑질 하려다 강도가 되거나 그나마도 못해 삶을 포기하는 일은 막아야 할 것이다. 사람이 먼저라 하지 않았던가. 말로는 뭘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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