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도농교류의 날 견우와 직녀의 만남
제8회 도농교류의 날 견우와 직녀의 만남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07.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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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음력 칠월 칠일은 홀수 7이 겹치는 날로 견우와 직녀가 까막까치들이 놓은 오작교에서 한 해에 한 번씩 만난다는 전설의 날이다.

춘향전에서 춘향과 이도령의 가약을 맺어주던 광한루의 다리이름도 오작교 였으니 남녀 간의 만남이 흔한 작금에는 아득한 옛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양력 7월 7일 오늘은 무슨 날일까. 도시민과 농민이 만나는 도농교류의 날이다. 2013년 처음 제정된 이래 국경일은 아니지만 농민들을 초대하여 도심에서 행사를 갖는가 하면 도시민들이 농촌을 찾아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기도 한다. 도시와 농촌의 연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된 바 있다.

이농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밀집현상은 점차 가중되었고 대부분 도시민들의 출발이 농·어촌인 점을 감안하면 향수에 젖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이야 대부분 기계화·과학화 된 영농이지만 과거 수십 년 전만 해도 농촌은 구수한 흙냄새와 누렁이 우는 소리가 들리는 시골풍경이 대부분이었다.

마당에는 흙바닥에 멍석을 깔고 한쪽 켠에는 장독대가 있었으며 굴뚝이 있어 저녁식사 때면 집집마다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던 시절이었다.

비포장 신작로와 논두렁 길로 고무신 신고 뛰어 다니던 농촌풍경은 냇가의 맑은 물이 자연풀장이었고 놀이기구나 컴퓨터 한 대 없는 시절에도 충분히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어느 날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서울로 모여들면서 지금의 수도권이 된 것이다. 2세, 3세가 태어나고 이제는 상상조차 못하는 변화 속에 아이들이 크고 있지만 회귀본능일까.

고풍적인 음식, 의복, 문화들이 현대사회의 부분을 차지하면서 5~60대의 기억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학교 음악시간의 노랫말도 자연소재가 전부였고 방학이면 곤충채집이란 과제도 있었던 시절, 이쯤하고 가난했던 그때가 행복했다는 기성세대의 소회에 풍부한 물질문명이 발달한 현재의 아이들은 어찌 이토록 불행할까 싶다.

도시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논바닥도 신도시가 되고 멀쩡하던 산 언저리는 어느 날 중장비 소음이 요란하더니 터널, 교량, 건축물들이 줄줄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밤이면 반딧불에 군밤 구워먹던 풍경들이 편의점이나 PC방이나 노래방에서 돈을 써야만 행복할 수 있는 시절이 됐다.

지금의 농촌은 70대가 청년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이농현상은 어느 날인가부터 귀농이라는 명분으로 도심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물론 농촌이 만만한 곳은 아니지만 사람은 환경에 적응한다지 않았던가. 필자 또한 강원도 정선에 거처를 옮겨 밤이면 쏟아지는 별들을 주워 담을 바구니가 필요하다.

조금씩 늘어나는 이도현상은 삶에 지친 현대인들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려는 본능에서 비롯된다.

모 방송의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의 시청률이 높은 것은 사는 게 힘들지만 막상 용기를 내자니 현실이 만만찮고 아직은 삶의 미련이 많은지라 방송의 출연자를 상대로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 아닐까.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죽어라 농사지어도 씨앗 값도 안 된다며 멀쩡한 수확물을 갈아 업는가 하면 폭우와 가뭄으로 풍년을 허락지 않는 자연의 준엄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뿐인가 혹여 몸이라도 아프면 병원은 멀고먼 곳이고 생필품이라도 구입하려면 뭐하나 쉬운 게 없는 편이다.

농민이 도시로 떠날 때는 다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오랜 도심생활에 익숙한 습관은 결코 회귀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문제는 도시민이면 다 풍족하고 넉넉하며 농민이면 다 가난해서 도와줘야하는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날만 되면 로컬 푸드나 직거래 장터가 생겨 농·특산물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장터가 벌어진다. 이날만 하루만, 아니다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직거래 센터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가락동 농산물 시장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미 적잖은 중간상인들이 농간이나 거품 가득한 물류비로 농민들의 한숨소리는 쉬 꺼지지 않는다.

진정한 도농교류의 날은 오늘 같이 하루 쯤 상주고 언론플레이 하며 정치인들 마이크 잡고 생색내는 날이 아니라 생산대비 농민들이 수고한 보람이 있도록 유통과정을 투명하고 시세에 맞게 조절해 주는 기능을 만들어야 한다.

일부 부농들이야 해당사항 없겠지만 나름 귀농하려고 마음먹은 도시민들에게 현실에 맞는 교육과 정부차원에서의 보조가 필요한 것이다.

서울, 수도권 밀집 형으로 막대한 투자만 쏟아 부어 표심을 얻을 게 아니라 비록 선거인수는 적더라도 언젠가는 돌아갈 수 있도록 국토균형발전법이 폼으로 있었던가. 안 그래도 좁아터진 한반도에 부동산 정책 아무리 잘해봐야 집값 잡기 어렵다.

이미 농·어촌의 빈집증가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번지는 점을 감안하면 지방에 대한 투자로 정부가 정책을 새롭게 잡아간다면 혹시 아는가, 삶의 질이 향상되고 행복지수가 높아갈는지. 혹시 아는가, 코로나19로 살기 힘든 사람들이 극단적 선택보다 지방으로 낙향하여 행복해 질지 말이다.

진정한 도농교류는 서로가 아끼고 배려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 뜻 깊어 지는 것이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듯 행복한 사랑이라도 할 수 있을는지…….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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