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략은 짧아도 전략은 길다
계략은 짧아도 전략은 길다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07.10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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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한 꾀나 단기적인 수단을 ‘계략’이라 하고 사회적 활동을 하는 데에 있어서의 중장기적인 방법이나 책략을 ‘전략’이라 한다.

얼핏 보면 유사한 것 같으나 과정과 결과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필자가 35년 전 군복무시절. 군복무시절 전략과 전술의 차이에 대해 느낀 차이점을 논하자면 거북이와 토끼 이야기를 빗댈 수 있다.

거북이는 죽었다 깨도 토끼를 이길 수 없기에 물속으로 꼬셔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나 경주방법을 달리기에서 수영으로 바꾸는 방법이 있다. 전자는 전술이고 후자는 전략이다. 잔기술인 전술이 판을 바꾸는 전략을 앞지를 수 없는 것이다.

질병을 이겨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어찌하든 달려서 이길 도량으로 퍼주기 식 정책만 늘이는 것은 상황을 일시적으로 잠재우지만 종래엔 더 크게 악화시키는 근시안적인 전술로 임시방편을 쓰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

얼마 전 국회는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총 35조1000억 원 규모의 3차 추경 예산을 확정했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2,000억원을 배정하여 다음 달부터 외식·농산물 등 8대 분야에서 총 1,684억 원 규모의 소비 쿠폰을 발행한다.

외식 할인에 348억원, 620억 원의 농수산물 할인쿠폰, 박물관·미술관 등 전시 할인쿠폰은 90억 원, 숙박290억 원, 관광할인 쿠폰97억 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며 외출을 자제하라던 정부가 외식하라고 권고한다. 그나마 선착순으로 인원을 정해놓고 뜀박질을 시킨다.

반면 집합금지명령을 받은 유흥업소나 노래방은 아예 딴 나라 국민이다. 이미 공연 관련 분야는 초토화 된지 오래다.

그동안 연기에서 취소로 다시 무계획을 이어지는 정부 방침과는 달리 이번 발표의 앞뒤 안 맞는 전략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류가 이러할 진대 일명 품바나 장터마당을 휩쓸던 놀이패들, 하다못해 노래방 도우미들의 삶은 얼마나 피폐해질까. 아랫돌 빼서 윗돌 얹는 식이다.

이쯤하고 퍼주는 사례가 또 있어 한 명의 고마움에 열 명의 원망이 뒤따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일명 인국공 논란인데 죽어라 고생하며 줄서있던 취준생들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열변을 토한다.

1902명 규모의 비정규직을 대통령공약이라며 정규직화 하자 꿈의 직장으로 동경했던 희망자들이 졸지에 실망자들로 판이 바뀌었다.

해당 공사의 입사를 기대했던 대기자들이 새치기 당한 기분으로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소위 SKY대 졸업해봐야 소용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와 함께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지만 이미 정부가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의 위신과 신뢰도 중요하지만 모든 일에는 그동안이라는 과정과 인식되어온 보편타당성 이라는 게 있는 것이다. 하나를 얻고 열을 잃는다는 말이다.

그나마 인천국제공항공사은 새치기 정도지만 제주국제공항은 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어 착하게 줄서던 사람들만 바보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강원랜드 취업청탁 사건을 사회적 물의가 식기도 전에 공공기관이 합격자 결정 기준과 시험 전형방법을 멋대로 바꾸거나 응시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인사를 시험전형 위원으로 선정하는 등 조직적 비리를 저질러 노력해 온 자들의 꿈과 채용 기회가 무의미함을 느끼게 한다.

제주도 감사실시 결과 채용업무 부적정 사례 32건에 대한 행정상 조치와 관련자 10명에 대한 신분상 조치를 제주도지사에게 요구했다는 소식은 안 그래도 어려운 시기에 설상가상이다.

전자는 공금으로 특정 정당이나 정부가 생색을 내가며 온갖 명분을 만드는 것이고 후자는 새 정부 들어 달라진 것 없이 인사비리가 난무한다는 것인데 두 가지의 공통점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점이다.

지금의 야당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기까지 얼마나 많은 허물이 있었던가. 물론 하루아침에 천심이 달라지진 않겠지만 이렇게 쌓이다 보면 누적되어 종래에는 터지는 것이다. 어찌 대한민국에는 정당하고 반듯하고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정당이 없을까.

열심히 일하는 국민들의 노력을 합법적인 명분으로 갈취하여 일하지 않는 자들이게 생색내며 나눠준다면 누가 죽어라 열심히 일할까. 문제는 복지 명분으로 무조건 거둬서 나눠준다고 다 같이 잘 먹고 잘살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군대시절 ‘목봉 체조’ 라는 게 있었다. 봉 하나를 여러 명이 들었다 놨다하는 것인데 누군가가 힘들이지 않으면 같은 팀의 누군가가 고생을 해야 한다.

빤한 공식을 소위 배웠고 난다 긴다 하는 정치인들이 계산하지 못해서 안하는 건 아닐 것이다. 오직 표심을 향한 근시안적 계략이 성행할 때 참된 전략이 설 자리를 잃는 것이다.

국가의 경쟁력은 대기업도, 국회도, 정책도 아니라 오직 각자 맡은 일에 충실하며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절대다수의 국민들임을 알아야한다. 무식해서가 아니라 알지만 기회를 주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현역일 때 대통령에 대한 아부와 간언이 훗날 국민들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역사가 증명하고 있으며 이제 되풀이 하지 않을 때가 도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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