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에 오른 수술실 신중한 검토가
수술대에 오른 수술실 신중한 검토가
  • 김균식 기자 kyunsik@daum.net
  • 승인 2020.07.2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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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최근 수술실내 CCTV 설치 의무화를 두고 국회와 경기도가 팔을 걷어붙이자 의료계의 반발 또한 만만찮은 실정이다.

안을 상정하고 필요한 부분의 개정은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의 당연한 의무이자 책임이고 행정기관의 전진기지격인 경기도청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것 또한 충분히 적절한 조치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를 반대하는 원인은 무엇이고 왜 관련 법안이 화두가 되었는지부터 짚어봐야 한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자신에게 해당되는 직접적인 안건 외에는 무관심한 것이기에 모르거나 몰라도 될 일이지만 살다보면 언젠가 당사자의 일이 될 수 있으므로 알아둬서 나쁠 건 없지 않을까.

쟁점의 요지인 수술실내 CCTV 설치는 말 그대로 의료기관내 수술실에서 진행되는 수술과정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가족이나 관계자들이 직접 목격할 수 있도록 모니터를 통해 공개하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수술실은 집도의와 간호사, 필수적으로 인가된 자 외에는 철저한 출입금지 구역이었다. 감염우려는 물론 고도의 세심함을 요구하는 수술과정 자체가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대단한 권력가나 유명인들도 수술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누구도 함께 할 수 없는 출입금지 대상이 되며 조명등이 환하게 켜진 수술대와 초록색 의료가운을 입은 의사의 손에는 신체에 메스를 대야하는 살벌한 순간이 시작된다.

물론 다른 이들은 수술실 밖에서 제발 잘 되길 기도하거나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의료계에서 발생한 문제점이 결국 국민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의사 또한 사람이기에 날 때부터 의사는 아니었고 인턴시절 전문의를 따라 배울 수밖에 없는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폼 나는 직업이 의사가 아님은 필자 또한 의료기관과의 오랜 인프라를 통해 들은 바 있다. 의사뿐만 아니라 변호사, 판사, 검사 등 전문직들이 일할 때마다 자신의 가족처럼 잘해야 한다면 아마도 절반은 스트레스로 사망했을 것이다.

환자 당사자에게는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지만 이를 직업으로 해야 하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늘 하는 업무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실수할 수도 있고 의료사고라는 문턱에 걸려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해당 병원이 문을 닫게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드디어 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국회가 지난 9일 수술실 내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수술실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의 장에게 영상정보처리기기(CCTV) 설치의무를 부여하고, 의료인 및 환자 등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의료행위 장면을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하고 보존하는 것을 의무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무자격자 대리 수술 등 고의적 불법행위에 따른 심각한 의료사고와 수술실 내 성희롱 등 환자 인권침해 사례가 꾸준히 발생했던 것이 원인제공이었다.

19대·20대 국회에서 넘지 못한 일들이 21대 초기부터 시동이 걸린 셈이다. 경기도 안산 단원을 지역구 김남국 국회의원은 30대 초선의원으로서 이처럼 민감한 부분에 앞장섰다.

부정의료 행위나 성범죄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어려우며, 의료사고에서도 환자나 보호자가 그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어려워 환자의 권리보호에도 취약하다는 것이 발의 취지다.

국가권익위원회와 헌법재판소에서도 유사한 내용에 대해 동의한 이 법안은 강민정, 권인숙, 권칠승, 김경만, 김진애, 박성준, 오영환, 윤미향, 이수진(비례), 최혜영, 황운하 의원이 참여했다.

경기도에서도 민간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지원사업을 벌였지만 관련 분야에서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왜 예산 세워 지원하겠다는데 나서는 병원이 없을까. 내민 손 잡지 않자 찬스를 보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7일 300명 국회의원 전원에게 병원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관심과 협력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냈고 이는 즉각 많은 매체들을 통해 대외적으로 알려졌다.

요즘처럼 일러바치기 좋아하고 고소·고발이 난무한 사회풍토에 전문가의 수술과정을 비전문가가 시시비비한다면 집도의가 가져야할 심적 부담감은 어떨까, 모든 건 공개할 것과 보호해야할 부분이 있는 것이 있다.

그렇다고 그동안 있었던 성역화 된 수술실의 비리와 환자 인격을 무시하자는 건 아니다. 좀 신중하자는 것이다.

짭새가 문제가 있다고 일 잘하는 경찰을 싸잡아 말할 것인가. 부엌의 며느리 말만 듣고 안방의 시어미 머리채를 잡아 챌 것인가. 세상에는 파헤쳐야 할 부분과 덮어 줘야할 부분이 있다.

가령 주방의 조리과정을 CCTV로 보여준다면 과연 얼마나 기분 좋게 먹을 고객이 있을 것이며 살아있는 동물들을 도축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면 치킨 소비량이 줄어들지 않을까.

필자는 하지말자는 것이 아니라 하되 신중히 하자는 것이고 법안을 만들기 전에 효력을 가진 후 벌어질 부작용이나 후유증까지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공개여부의 진료과목, 한정된 관계자의 범위, 외부유출 시 책임의 소재 등 해당 분야의 의견도 꼼꼼히 참고해야 하는 것이지 무조건적으로 국민의 호응만 얻을 수 있다면 무분별하게 정책을 입안하는 것 또한 의욕이 넘쳐 해당 분야의 의기소침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고려해야할 것이다.

통상 급박한 통증으로 응급실을 찾을 때는 선생님이라 칭하고 수술을 마치고 입원 중에는 담당의사라 불렀다가 다 나아서 퇴원할 때 원무과에서는 의료비에 거품이 많다고 한다.

세상 모든 전문분야가 다 쉽지 않겠지만 사람의 건강을 다루는 병원에 관한 문제만큼은 더욱 신중히 다뤄져야할 부분이다.

잠시 인기몰이의 도구가 되어서도 안 되며 한번 정한 법은 효력이 발생하므로 의료진들의 손에 든 메스에 융통성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자의 건강보다는 추후 발생하게 될 책임에 중점을 두고 절개범위를 넓힌다면 누가 감히 이점을 지적할 수 있을까. 전문가의 도덕성과 직업에 대한 긍지를 살려주는 것 또한 살펴봐야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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